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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117 순종을 믿어왔던 나르시시스트의 최후

by 굼벵이(조용욱) 2022.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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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 17(토)

사람은 참 간사하다.

요즘 K처장의 행태를 보면서 그런 느낌이 많이 든다.

지난 1년간 그는 진저리가 나도록 내 마음에 상처와 스트레스를 주며 심하게 부려먹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안한 마음에 술자리마다 나를 불러 자신의 애정을 표현했었다.

요즘 간부 승진과 이동으로 L과장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니 L과장은 그의 술자리를 보좌해 주기 어렵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며칠 전에 데려다 놓은 심복 C부장과만 주로 어울린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아무리 노력하고 충성을 다했어도 오래 전에 내가 했던 바른 소리(정직한 의사표현)로 내게 가지고 있었던 작은 불편감은 끝까지 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 인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벽이 있는 듯하다.

그는 바른 소릴 하거나 자기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을 절대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설사 면종복배하더라도 오로지 자신 앞에 절대복종하는 모습을 보이는 순종형 인간을 원했다.

 

(그바람에 그는 면종하던 OOO에게 복배의 칼을 맞고 결국 한을 품은 채 이를 갈다가 승천했다.

어린시절부터 입의 혀처럼 놀던 그의 후원자가 되어 그를 친동생보다 더 아끼며 결정적인 순간마다 도움을 주었지만 정작 자신이 어려운 처지에 놓였을 때는 제 이익을 위해 등을 돌려버린 그에게 빠드득 빠드득 이를 가는 모습을 내게 보여주었었다.

그러면서 결국은 소처럼 부려먹기만 하고 투정만 부렸지 눈곱만큼도 도움을 주지 않았던 내 등에 엎혀 그는 회사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나 목소리는 철저히 감춘 채 바짝 엎드려 고개를 숙이고 절대복종하는 척하는 인간형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의 주변은 온통 그런 사람들로 득시글거렸다.

그는 가끔씩 고개를 내밀고 바른소리 하는 나를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늘 경계해 오다가 마지막 그가 신뢰했던 사람들이 복배하자 절망감에 후회하며 내게 엎힌 채 진실을 털어놓았었다.)

 

점심시간 그가 식사를 하러 나갈 무렵 그에게 L부장을 인사시켜 주기 위해 처장방에 갔다.

그가 옷을 입고 막 나가기에 그에게 L부장을 인사시켜 주었다.

그는 건성으로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 하고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OO실 K부처장을 만나더니 내게 L과장을 오라고 전하란다.

K부처장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데 L과장을 같이 데려갈 심산인 모양이다.

이미 사전에 점심 약속이 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조금 이상했다.

이상하다기 보다는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의 사랑으로부터 벗어났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모습 하나하나가 내마음을 가라앉게 만든다.

그러나 그건 단순한 나의 추측이고 K처장의 생각은 전혀 다를 수도 있다.

간부담당 하던 시절에 겪어봐서 간부담당의 입장이 어떻다는 것을 잘 안다.

 

나는 1등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2등이면 족하고 그게 내 인생의 목표다.

대학시절 읽었던 주은래 이야기에 매료되어 그의 노선을 내 것처럼 마음에 품고 살아왔다.

 

기분도 그렇고 해서 집에서 일은 전혀 하지 않고 영화를 다운받아 보았다.

아이들을 혼내기도 했다.

엄마가 나가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즐겼던 녀석들이 그동안 컴퓨터를 한 적이 없다고 엄마에게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고 울화통이 터져 녀석들을 흠씬 두들겨 패주려다 참고 심한 꾸지람과 함께 앞으로는 계획적으로 공부하라고 훈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