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118 그해 내 생일날에

by 굼벵이(조용욱) 2022. 7. 17.
728x90

2004. 1. 18(일)

아침 8시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석촌중학교 운동장에 가서 조깅을 했다.

경신이가 코피가 났지만 스스로 적당히 닦아내 문제를 해결하고 마지막까지 열심히 뛰어주었다.

호신이는 계속 요령을 피우며 걷는 건지 뛰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한번 죽을 힘을 다해서 끝까지 뛰어보라고 했다.

'인생은 인내력 싸움이다.

얼마나 심한 고통까지 감내하며 버틸 수 있느냐로 성공여부가 결정된다'며 독려했지만 얼마나 아빠의 말을 이해하고 실천에 옮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호신이의 뺀질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울화통이 터져 몽둥이를 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나부터 인내하기로 했다.

 

내 생일이라고 장인어른 내외와 준영 처남 내외 그리고 탁영 처남이 우리집에 왔다.

아침 일찍 가락동 은성수산 이호섭씨에게 전화를 걸어 생선회 10만원 어치를 먼저 주문해 놓고 차를 몰아 시장엘 갔다.

이호섭씨와 주인아저씨가 반갑게 맞으면서 매장 위치를 이전한 이야기 등을 늘어놓았다.

역시 단골은 좋다.

술집이든 밥집이든 단골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음식에 마음까지 보탠다.

설빔을 장만하려는 사람들로 시장이 붐볐으므로 더 붐비기 전에 얼른 빠져나왔다.

처가 손님들이 모두 도착하였으므로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 탕수육과 유산슬, 고추잡채,양장피를 주문하였다.

중국집에서 서비스로 잡채와 탕수만두도 가져다주었다.

S위원장이 준 북한 술 한 병을 마시고 머루주까지 마시니 모두 적당히 취한 듯했다.

졸음이 쏟아져 경신이 방에서 잠시 잠을 잤다.

 

명절이라고 P부장이 내게 인삼을 보내왔다.

내가 딱히 도움을 준 것도 없는데 내게 그렇게 신경을 써주어 미안스럽다.

C는 상주곶감을 보내왔다.

택배로 보내오는 선물들을 받으면서 답답한 마음이 가슴을 메운다.

다시 돌려보낼 수도 없고 그냥 받자니 찜찜하다.

요즘은 마음이 영 편하지 않다.

K처장의 변덕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갱년기인 듯하기도 하다.

아무 생각 없이 모든 것으로부터 그냥 벗어나고 싶어진다.

적극적으로 무엇인가를 성취하려 하기보다는 모든 게 부질없고 자꾸만 벗어나고 싶어진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어쩌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평상심으로 돌아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