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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312 신입사원 워크샵 그리고 인사제도 개선 워크샵

by 굼벵이(조용욱) 2022.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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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3.12(금)

 

수안보 생활연수원에서 3. 8일부터 10일까지 신입사원 워크숍을 가졌고 이어서 곧바로 10일부터 11일까지는 인사제도 개선 워크숍이 이어졌다.

정말 힘들고 피곤한 일주일이었다.

나는 K처장의 생각을 읽을 수가 있기에 내가 원하는 방향을 별도로 설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은 불안했다.

하지만 내 예상대로 처장님은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직접 실현하는 형이시기에 모든 상황에 자신이 나서서 직접 지시하고 대처했다.

워크숍의 진행도 마찬가지였다.

당신이 직접 당신 스타일대로 진행을 하였고 그런 그의 스타일을 아는 내 입장에서는 불안하기만 하였다.

결국 워크샵에 참석한 많은 직원들에게 권위주의적이고 강압적이며 불평불만을 들어주거나 문제해결을 위하여 노력하기 보다는 자기합리화에만 급급해 하는 인사처의 인상만 심어준 것 같다.

신입사원 워크숍을 진행하면서는 그들의 정신상태가 너무 해이해져 있으므로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어 다양한 방식으로 통제를 해야 했다.

처음에는 조장들을 불러 모아 스스로 자정노력을 부탁했고 다음날엔 강당에서 집합교육을 통하여 그들에게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와 풀어주는 이야기를 반복하며 방종이 아닌 자율적 통제를 당부하였다.

마지막엔 그들이 그동안 진행해온 워크숍의 내용을 칭찬하면서 그들에게 자부심과 격려를 불어넣어 주자 스스로 박수가 터지며 환호하는 일도 있었다.

K처장의 잘못된 언행에 대하여도 마무리를 잘 봉합하여 '겉으로 보기에는 무서워 보이고 권위주의적으로 보여도 속으로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칭찬해 줌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돌려놓았음은 물론 K처장의 마음까지 함께 녹여놓았다.

인사제도 개선 워크숍에 K처장은 기어코 부사장을 참석시키셨고 부사장은 인사말에 이어 우리가 진행하는 모습을 뒷좌석에서 계속 구경하고 계셨다.

K처장님의 독선적인 진행이 우려되었는데 그나마 부사장이 뒤에서 관전하는 바람에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부사장도 보고 계시기에 사이버 추천과 관련한 불만사항에 대하여 답변하면서 정제된 언어로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 

워크숍이 끝난 후 이루어진 만찬행사에서 내가 부사장님에게 술 한 잔 권하자 그는

“당신은 당신 처장보다 말을 더 잘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일면 욕인 것 같으면서 칭찬을 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어서 이어지는 처장님과 부사장간의 몇 마디 대화를 옆에서 들으니 김처장님이 그에게 나를 칭찬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아무튼 힘들고 어렵게 진행된 행사지만 내게는 매우 유익했다.

돌아오는 길에 NJ지점장님이 OO에서 점심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셔서 OO에 들러 쏘가리 매운탕을 얻어먹었다.

정말 맛났다.

그날 저녁은 수고한 직원들에게 밥을 산다며 중국집에 가서 반주로 배갈 몇 잔 곁들여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다음날은 K처장님이 녹경에서 저녁을 샀다.

K처장은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지만 뇌물을 받은 게 있다면서 그걸 써야 한다며 우리에게 밥을 샀다.

다른 사람들이 시기 질투할 것을 염려해서 각개전투 방식으로 산개했다가 녹경으로 모이는 방식을 택했다.

JS부장과 약속이 있었으므로 저녁식사 후 K부장과 함께 JS, KJ, LI, PJ 등이 기다리고 있다는 산소 노래방으로 갔다.

노래방에서 OO팀 식구들도 만났다.

산소노래방은 완전히 우리회사 전용이 되어버렸다.

OO팀 SH과장은 내가 알기로 지독한 음치여서 노래방에 다닐 수 없는 샌님인데 누가 또 그를 고문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노래방이 파한 뒤 그와 함께 전철을 타고 집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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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처장님은 이번 인사제도 관련 워크숍 결과보고에 자신의 사활을 걸고 있다.

내게 여러 번 이를 강조하며 보고서를 잘 만들어 줄 것을 주문했었다.

우선 월요일 오후 4시에 있을 사장 내정자에 대한 관리본부 업무보고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간단한 1장짜리 보고서를 만들어 달라고 해 KY과장에게 재지시 했다.

 

K부장과 테니스장에 나가 운동을 하였다.

마침 PJ실장이 부사장님과 함께 나와 테니스를 하고 계셨다.

처음 나는 부사장님과 한 조가 되어 시합을 했는데 몸이 굳어 첫 게임을 그냥 내주고 말았다.

부사장님에게 조금 미안했다.

다음 게임에서 나와 WS씨가 한 조가 되고 부사장님과 진영상부장 처가 한 조가 되어 시합을 했는데 나는 가급적 부사장이 잘 칠 수 있도록 공을 주는데 급급했다.

그래도 WS씨가 워낙 선수이어서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었다.

PJ실장이 저녁을 함께 하자고 해서 운동을 마치고 이남장에 가 수육 안주에 맥주를 마신 후 반탕 설렁탕을 저녁으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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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도 아침 8시에 잠실 테니스장에 나갔다.

OOOO처 NS 과장이 나와주어 함께 난타를 즐기다가 곧이어 도착한 HB과장과 외부인들(전주고 출신 동문) 몇몇이 함께 어울려 게임을 즐겼다.

무려 5게임이나 했다.

사무실로 돌아가려는데 마라톤 때문에 길이 막혀 맛고향 갈비집에서 해장국이나 먹고 가자며 K부장을 끌었다.

우리가 점심식사를 끝내기도 전에 J고등 총수 H회장 일행이 들이닥쳤다.

점심식사비를 내고 나오는데 H회장 일행 밥값을 함께 지불해 줄까 하고 망설이다가 외부인들이라 그냥 우리 것만 내고 나와 버렸다.

H회장이 속으로 쪼잔 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계산대를 돌아서다가 마주친 그의 눈빛에서 일면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아마도 나의 자격지심 때문일 것이다.

점심 식사 후 회사에 출근하여 밤 늦게까지 야근했다.

지난번 워크숍 때 제시한 의견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어보아야 했으므로 그걸 읽고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마침 KT과장과 KY과장도 함께 나와 일을 했다.

KT과장이 부산에 있는 집을 팔고 서울 올림픽아파트를 새로 장만했다고 한다.

6억을 주고 샀다는데 내가 보기에는 정말 잘한 일 같다.

발렌타인데이 여서 집사람을 위해 사탕이라도 사가지고 귀가해야 하는데 줄창 사무실에만 나와 있으니 미안스럽기도 해 밥이라도 사 줄 요량으로 회사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밥이라도 먹자고 전화를 했다.

마침 아이들이 없어서 답을 줄 수가 없다며 나중에 전화를 한다고 했다.

결국 호신이 녀석이 늦게 귀가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나도 KY과장이 사온 김밥으로 저녁을 때웠다.

NJ부장이 준 고로쇠 수액이 사무실에 방치되어 있어 상할 것 같아 돌아오는 길에 가지고 들어와 PAT병과 물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