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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326 황제를 위하여

by 굼벵이(조용욱) 2022.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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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3.26(금)

K부장이 전날 처장과 있었던 해프닝을 이야기하는데 참으로 가관이다.

1차 산들래에서 술이 거나하게 된 상태에서 2차로 코엑스에 있는 맥주집을 갔단다.

거기서 술 한 잔 마시면서 잘 놀고 있는데 처장이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는 필리핀 가수들에게 술을 사야 한다고 또 그 특유의 난장을 벌인 모양이다.

K부장이 그의 주문을 해결하느라 고생이 말이 아니었단다.

8만원이나 하는 샴페인을 사서 억지로 외국인 가수들에게 먹이면서 K부장 스스로 많은 비애를 느꼈던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게 하라고 K부장을 데려다놓았는지도 모른다.

그런 K부장이 있었기에 그가 더욱 그런 행태를 보였는지도 모른다.

만일 그의 눈에 고문관처럼 보이는 나였다면 그런 일을 시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술집을 나선 시간이 12시가 넘었는데 처장은 P부처장이 회사에 남아 다음날 있을 사장 취임식 행사 준비를 위하여 일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달라고 해 권부장이 그시간에 P부처장 집으로 전화를 걸었단다.

그가 일 안하고 이미 퇴근해 집으로 들어왔음을 확인한 처장은 집에 가지 않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 버렸단다.

P부처장은 노조 분회대회가 끝나는 것을 보고 곧바로 집으로 들어갔는데 행사 준비를 위하여 담당 직원과 과장이 남아서 그때까지 일을 하고 있었다.

그걸 확인한 김처장은 직원만 남겨놓고 저만 퇴근해 집으로 들어간 P부처장이 괘씸하다며 그가 다시 출근할 때까지 사무실에서 그냥 잠을 청했던 모양이다.

덕분에 K부장도 소파에서 새우잠을 잤다고 한다.

P부처장은 결국 다시 사무실로 나와야 했다.

나이가 들수록 좀더 성숙해 져야 하는데 처장은 생각이 더 어려지는 듯하다.

사장 취임식이 오후4시에 있었다.

행사는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끝났다.

그렇게 간단히 끝날 행사를 준비한다고 그 난리법석을 떨어대더니 사장 취임사 5분정도 듣는 것으로 끝나버렸다.

저녁에 일찍 퇴근하기로 하고 K부장과 함께 전철을 타고 오다가 교대역에서 그를 잡아끌어 삼풍치킨 집으로 데려갔다.

간단히 그가 1잔 내가 2잔 마시고 헤어졌다.

몸이 몹시 피곤하였으므로 그냥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