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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323 생각의 차이냐 능력의 한계냐

by 굼벵이(조용욱) 2022.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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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3.23(화)

처장이 아침부터 보고서를 요구한다.

어제 처장은 보고서와 관련하여 내게 직접지시를 내린 것이 아니고 K부장을 통해 지시를 내렸고 죽이 되던 밥이 되던 그냥 보고를 할 터이니 K부장과 상의해서 보고서를 다시 만들라고 하였다.

따라서 어젯밤 KY과장은 온 밤을 꼴딱 새우면서 보고서를 다시 작성하였는데 오늘 아침에 내가 보니 내 스타일과 너무도 맞지 않는 것이어서 도저히 그걸 가지고 보고를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오기가 발동했다.

아예 처음에 내가 만들었던 보고서를 그냥 밀고 나가기로 하였다.

구차한 변명만 늘어놓는 것 보다는 워크숍 결과를 보고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당초 처음 내가 만든 보고서를 조금 수정하여 내밀자 처장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성질 없는 성질을 부렸다. 

보고서를 팽개치며 다음부터 보고서를 쓰지 말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옆에서 벌벌 떨며 서있던 KY과장은 어젯밤에 밤새워 자기가 작성했던 보고서를 내밀며 그것도 보아 줄 것을 제안하였지만 그의 눈에 들 보고서는 아니었다.

결국 쫓겨나다시피 처장 방을 나왔고 그 서류는 그대로 L과장에게 전달되어 재 작성 지시가 내려졌다.

 (제가 할 수 없는 일을 아랫사람에게 요구해선 안된다.

자신은 보고서를 만들거나 수정할 수 있는 능력도 없으면서 아랫사람에게 제맘에 드는 보고서를 만들어오라고 성질이나 부리면서 조져대는 것은 상사의 역할이나 자질이 아니다.)

 

처장은 K노무사로 하여금 노동사무소 직원들과의 회식자리 주선을 부탁했었는데 그게 오늘 저녁 서초동에 있는 “삼정”으로 성사되었다.

할 일이 없어선지 빈 틈이 없어선지 모르지만 처장은 은행에서 1000원짜리 5000원 짜리 10000원짜리를 새 돈으로 바꾸고 각각 구분하여 얼마씩 봉투에 담았다.

K노무사 것 까지 봉투를 모두 5개 만들었다.

싫다는 K부장까지 억지로 데려가 삼정에서 고스톱을 치게 했다.

노동사무소에서는 K과장과 K반장, K반장이 떠난 후 새로이 반장을 맡게 된 H, 그리고 한전담당 감독관 J까지 4명이 왔다.

나도 어쩔수 없이 못치는 고스톱을 억지로 치면서 50000원 정도 잃어주었다.

헤어져 집에 가는 길에 K노무사가 맥주 한잔 더하자고 해서 피곤하지만 술한잔 더하고 들어오니 12시 반이 넘었다.

경신이가 국어선생님이 내준 숙제 '아버지와 술 한 잔 하기'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그시간까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선생님이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 하므로 아버지와 술 한 잔 나누라고 한 모양이다.

복분자주를 꺼내어 한잔 따라주며 술은 마시는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마시며 나누는 대화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술을 마실 땐 늘 상대방을 배려하며 마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