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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507 어느 무두일 풍경

by 굼벵이(조용욱) 2022.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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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5.7(금)

처장이 없는 사무실은 조용하고 평화스럽다.

모두들 각자의 위치에서 소리 없이 일할 뿐이다.

지금껏 사무실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댄 건 처장 뿐이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다.

K부장은 그동안 처장의 오른팔 노릇을 해야 해서 다른 사람들과 저녁 약속을 할 수 없었는데 그가 나타나지 않자 저녁 스케줄링에 분주해 있다.

나는 그동안 많은 부류의 상사들을 모셔봤다.

그 중 술을 좋아하는 상사들이 거의 매일 밤 부하직원들과 어울려 해롱거리는 모습을 보아왔고 또 그게 주변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비록 좋은 기회가 왔다 하더라도 스스로 자제하고 부하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요구하지 않는 한 술자리를 억지로 만드는 추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날도 부하직원들을 위해 저녁 6시 30분이 채 되기도 전에 얼른 사무실을 나와 버렸다.

그리고 남규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다음 주에 시간을 내기가 곤란하니 오늘 저녁에 만나서 소주나 한잔 하자고 하였다.

수지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그는 흔쾌히 응했고 양재역 근처에서 만나 꼼장어 집으로 가 소주를 각 1병씩 한 후 맥주 집에서 맥주를 1500CC씩 마신 후 그가 차를 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가 떠난 후 전철을 타고 집으로 들어왔다.

내일이 어버이날이라 남규가 모처럼 어머니께 꽃다발을 선사해 주고 싶어 했으므로 작은 꽃다발 두개를 사서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

그걸 아내에게 전하자 그녀가 좋아하는 눈치다.

경신이는 국사시험에서 1문제만 틀리고 모두 맞았다며 기분이 들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