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621 아이들에게 몽둥이를 들 수밖에 없었던 나

by 굼벵이(조용욱) 2022. 10. 13.
728x90

 

 

2004.6.21(월)

처장이 나를 불러 당신의 어려움을 이야기 한다.

누군가에게 하소연을 하여야 하는데 마땅히 하소연할 사람이 없자 내게 이야기를 하는 게다.

이어서 팀장들을 불러놓고 2시간 동안 잔소리를 했다.

나는 곧바로 직급파괴 및 OOOO원 관련 보고서를 들이 밀었다.

손님이 오는 바람에 K처장은 보고서를 읽다가 덮었다.

************

저녁에 그가 또 불러서 가 보았다.

그는 내게 그동안 P부처장과의 불편한 심기를 털어놓았다.

불만을 이야기하면 할수록 그것이 다시 증폭되어 자기 안에 들어찬다는 이야기다.

그 말을 듣고 그냥 있을 수 없어서 저녁 식사라도 하시자고 했더니 흔쾌히 응하였다.

************

처장은 자신이 많은 비용을 지출하면서 다닌다는 것을 일고 있다고 내게 말했다.

그동안 돌아다니며 마신 술로 비용이 많이 누적되었을 것이란 이야기였다.

하기야 K부장과 그동안 마신 술만 하더라도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

 

꽂지 낙지집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그는 또 불만을 늘어놓았다.

오늘은 소주 두병을 넷이서 나누어 먹었으니 술로는 그리 많은 양이 아니다.

그는 빵빵하게 먹은 저녁이 소화가 안 될 정도로 또 한번 P부처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숙연한 자세로하게 그의 불만을 다 들어주고 전철을 타고 집에 들어오니 10시다.

**************

 

호신이가 먼저 영 단어를 외우는데 그는 한개도 안 틀리고 30단어를 모두 정확히 맞추었다.

경신이는 인터넷 학습을 한다고 앉아서 계속 졸면서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한 시간이 넘도록 책상에 앉아 졸음 반 공부 반으로 헤매는 녀석을 불러 단어 몇 개를 물어보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울화통이 터져버렸다.

플라스틱 야구방망이를 가져다가 어제 약속한대로 5대를 때렸다.

아이가 한대한대 맞을 때마다 아내가 큰소리로 울었다.

그녀는 그러는 내가 불만일 것이다.

나도 그녀의 공부방식에 불만이 있다.

그녀는 물고기를 잡아 양념을 해서 입 안까지 넣어주는 방식의 학습지도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의 경신이나 호신이 나이에 걸맞지 않는 방식이다.

그물을 만드는 방식만 가르쳐 주고 스스로 고기를 잡아 구워 먹든 삶아 먹든 자기가 편한 방식대로 먹게 만들어야 한다.

밤새 잠이 오지 않았다.

가위도 눌렸다.

아이에게 손을 대는 것은 맞는 아이도 아프지만 때리는 아비의 마음은 더욱 아프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좀더 강해져야 하고 그 역할을 내가 해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지금은 아프지만 내일은 더욱 행복할거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매를 든다.

아내가 삐쳐서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고 거실에서 자고 있다.

수많은 경영 중에 가정 경영이 가장 어렵다는 쌍용 정보통신 인사팀장의 말은 정말 맞는 이야기다.

앞뒤 안 가리고 살아온 자기의 회사생활이 아내를 죽고 싶게 만들었고 그 이후부터 새로운 노력을 시도하여 다시 정상회복 하였다는 그의 말은 내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나는 아이들과 집사람에게 정말 잘못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집사람에게 전적으로 맡기어 놓은 결과를 보고 내가 너무 큰 충격을 받았고 내가 나서서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녀의 방식과 정 반대의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경신이와 호신이 성적표를 보면서 정말 속이 많이 상했었다.

특히 호신이 성적표는 말이 아니었다.

아예 전교에서 바닥권이었다.

내게는 치욕적으로 느껴졌고 정말 창피스러웠다.

거기다가 도둑질에 거짓말 일색인데 어찌 화가 안날 수 있단 말인가!

아이들 크면 하나씩 주려고 보관해 놓았던 내 카세트를 두개 모두 훔쳐다 어떻게 했는지 말도 안하고(내 추측으로는 다른 아이들과 물물교환 했거나 팔았거나 했을 것이다)내 바지 주머니의 돈을 한달이 넘도록 훔쳐다가 PC방을 다니고 천연덕스럽게 학원에서 보충학습하고 왔다는 거짓말을 늘어놓은 녀석이다.

나는 그렇게 만든 아내의 교육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그녀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