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8.10(화)
처장이 없는 하루는 조용하기만 하다.
조용한 가운데 아침 새벽부터 보고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제 강남지방노동사무소에서 받았던 조사내용을 기초로 하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항에 대한 법리적 이론체계를 구성하기 위해서다.
우선 각종 노동법 서적을 조사하여 필요한 정보를 얻은 다음 회사분할과 고용승계에 관한 이론체계를 구성해 나갔다.
작업은 오후 3시가 지나서야 끝이 났다.
만든 자료를 이임성 변호사와 K노무사에게 이메일로 송신하였다.
K노무사가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뺀질거린다.
그는 이론구성도 엉성하고 우리가 행한 고용승계 내용을 정리해고라는 측면에서만 접근하며 그것도 우리 케이스가 정리해고의 요건에 중대한 흠결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길 수 있다는 적극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녀는 손도 안대고 코를 풀려 하는지 준비서면 작성에도 소홀하다.
결국 내가 만들어준 서류에다 몇가지 덧칠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점심에 KJ과장이 모친상에 부조했다고 사철집에서 보신탕을 먹자고 해 KC부장, KS과장, LJ과장, KY과장, KH과장과 함께 점심을 같이 했다.
거기서 P부처장을 만났다.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이기적으로 혼자 행동하는 그의 행각이 우리에게 다시 딱 걸려버린 것이다.
처장 없는 자유로운 밤 KC부장은 하이에나처럼 저녁식사 건수를 찾아 헤매더니 무언가 좋은 건수를 잡았는지 일찍 들어가 버렸다.
아마도 LJ과장이 건수를 만들어 함께 간 모양이다.
제 말로는 나를 항상 챙겨서 다닌다고 하더니 이럴 땐 혼자만 가버려 조금 섭섭한 생각도 든다.
나는 KY가 만들어온 보고서의 내용이 너무 엉성해 그걸 손보는데(손 본다기 보다는 새로 쓴다는 표현이 더욱 적합하다) 많은 시간이 걸렸으므로 저녁 8시가 넘을 때까지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아내는 저녁밥이 없단다.
그럼 함께 맥주나 마시러 나가자고 했다.
그녀가 순순히 응했다.
맥주집에서 나의 빠른 속도에 맞추어 부지런히 마시더니 얼굴이 완전 홍당무가 되어 취기를 못이긴 채 벽에 기대어 있길래 먹던 술을 남긴 채 그냥 나왔다.
그녀에게 요즘 나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처음 하였다.
K처장 이야기도 잠깐 하고 정리해고 이야기도 스치는 말로 전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녀에게 힘드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내가 힘들어하는 것보다 몇 배나 더 힘들지도 모른다.
나는
“당신이나 나나 17년간을 함께 살면서 어쩜 그렇게 변함없이 서로 자기 고집대로만 사는지 모르겠다.” 고 했다.
여우하고는 살아도 곰하고는 못산다는 말이 딱 맞는 이야기다.
그녀는 곰보다 더 말 없이 곰 같다.
지금까지 3개월이 넘도록 서로 말이 없이 지낸다.
나도 이젠 그것에 익숙해져 그렇게 지내는 것이 일면 편하기 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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