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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1115 지옥이 따로 없다

by 굼벵이(조용욱) 2022.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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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5(월)

처장은 아침부터 회의를 소집하여 승진운동의 문제점을 확인하고는 절대 승진운동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해놓고는 온종일 자리를 비웠다.

사장이 없으니 처장도 무두일의 자유를 만끽하는 거다.

저녁 퇴근무렵 KET가 처장 방에 나타나 저녁식사를 제안하자 KSK과장과 OO팀 KSY를 불러 다래옥으로 소집했다.

인사관리팀 과장들과 KEY, KCT부장 그리고 나까지 불러들였다.

그 바람에 나는 OOOOO처 SJJ, KSH과장과의 약속을 또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처장은 술 마시는 내내 독설을 뿜어댔다.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은지 우리 처가 아닌 다른 식구들도 많은데 그 앞에서 우리에게 온갖 불만 섞인 욕설을 토해냈다.

그러니 모두들 입을 꾸욱 다문 채 쥐죽은 듯 조용하다.

처장도 그런 낌새를 눈치채고는

'인사처 놈들은 아무소리 말고 술만 처먹으라'며 오히려 더 심한 독설을 풀었다.

참으로 불쌍한 사람이다.

그 좋은 머리로 그렇게 열심히 일하면서도 그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심한 욕을 먹는 이유는 다름아닌 아랫사람에게 행하는 그의 독선적이고 모욕적이며 강압적인 술주정 때문이다.

나는 감히 단정한다.

그는 알코홀 중독자다.

술이 그의 인생을 망치고 있다.

어찌보면 그나마 술이 그를 살려내는지도 모르겠다.

평소 그의 품성대로 살면 아마도 주변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금세 말라 죽게 하고 결국 자기 스스로 枯死할지 모른다.

그나마 술이 그의 잘못된 성격을 조금이라도 바로잡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결국 그는 또 술 한 잔 더하겠다고 nox를 찾았고 맥주 3병을 마시고는 nox 사장이 준비해 놓았던 생일 축하 백설기 떡 몇 조각을 꾸역꾸역 삼켰다.

땅콩안주를 손으로 비벼 으깨며 식탁을 더럽히다가 모두들 쥐죽은 듯 조용히 앉아 아무도 그를 응대해 주지 않자 지쳤는지 집에 가겠다고 했다.

대절 차를 불러 LJB과장으로하여금 그를 모셔다드리도록 했다.

 

그를 보내고 KSK과장이 한잔 더하고 싶어 해 KCT부장과 함께 신장개업한 술집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중간 사이즈 양주를 한 병 시켜 폭탄을 만들어 한잔씩 돌리고 말도 안 통하는 우즈베키스탄 아가씨와 어울려 남은 술을 비우고 K부장 집을 돌아 귀가했다.

 

(지금 생각하면 지옥이 따로 없다.

그런 지옥을 잘 버텨낸 내가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