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5.23(월)
업무개시 전 아침 일찍부터 두꺼운 보고서를 4개나 들고 처장 방에 들어갔다.
처장은 인사제도 설명회 결과보고서류와 신입사원 워크샵 개최 계획, 임금실무위원회에서 제기된 별정직 직무등급 재조정에 대하여는 사인을 하고 인사혁신방안에 대하여는 몇 가지 팀장들과 회의를 한 후에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사혁신 방안에 대하여도 잘 만들었다는 칭찬을 해 주었다.
내가 직접 일주일간 개고생해서 만든 보고서다.
다른 팀장들에게 쓸데없는 의견을 제기하지 않도록 입단속을 시켜야겠다.
엉뚱한 소리 하면 처장이 엉뚱한 주문을 계속 해대기 떄문이다.
설명회 결과보고 서류와 워크샵 개최계획은 곧바로 부사장님께 가서 결재를 받아왔다.
부사장님은 편하게 보고를 받으셨고 서류는 보지도 않은 채 사인 해 주셨다.
나름대로 나에 대한 신뢰도가 엄청 높다.
호신이 담임에게 또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호신이를 한번 믿어보고 열심히 지도해 보자고 하였다.
아직 도약의 발판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으나 어느 순간에 크게 튀어오를 것을 믿는다고 썼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애 엄마가 자꾸만 미워진다.
어쩌다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을까하는 생각에 울화통이 터진다.
애 엄마는 그동안 계속 지나치게 학원과 과외에 의존하려고만 해왔다.
지금 아이들이 하고 있는 과외수업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이녀석이 받아온 성적표를 보면 절망이다.
수학이나 과학은 더더욱 엉망이다.
집사람은 아직도 학원이나 과외를 제대로 시키지 못해서 아이들이 그렇게 되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나는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가 지금까지 얼마나 생각 없이 아이들을 학원가에 방치해 왔는지를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인성도 그렇지만 극심한 비만 상태인 아이에게 매일 비만을 촉진하는 식단만 마련했다.
집안에는 늘 비만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과자와 빵 아이스크림류로 넘쳐나고 있다.
어디에든 어떻게든 그걸 숨겨놓는다.
내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도무지 듣지를 않는다.
답답하다.
집에 오면 평안을 얻는 게 아니라 짜증이 솟는다.
그걸 견디기 어려워 요즘 내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호신이 담임선생에게 보낸 세 번째 서신이다.
편지를 써서 아이 편에 보내드렸습니다.
어제 오후에 메일을 열어보니 선생님 편지가 와 있더군요.
무척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호신이 편에 편지를 보내주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녀석이 아빠가 두려웠던지 토요일에 선뜻 성적표를 내밀지 않더군요.
일요일에도 제가 선생님 메일을 받고 편지를 달라고 하자 그제서야 성적표 이야기를 하면서 막 말씀드리려던 참이었다고 해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고 그녀석과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날 나눈 대화를 중심으로 선생님께 답장을 드렸습니다.
컴으로 하면 간단한데 손으로 쓰려니 무척 힘이들더군요.
녀석이 선생님이 꼭 손으로 써와야 한다고 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너만 그렇게 편지를 써 주셨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녀석이 모든 급우들에게 전부 그렇게 해 주셨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저는 감동했습니다.
요즘 그렇게 신경 써 주시는 선생님이 어디에 있습니까?
예전에 저를 정성으로 가르쳐 주셨던 시골 은사님 생각이 나더군요.
그래서 저도 책상에 앉아 아이와 그날 나눈 대화를 중심으로 두장을 꽉 채워 또박또박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선생님의 정성어린 배려를 생각하면서...
그리고 편지봉투에 담았더니 호신이가 성적표에 같이 붙여야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선생님이 해 주신것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정성을 다 해 풀로 예쁘게 붙였습니다.
그녀석에게도 이렇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너 정말 선생님 잘 만났다. 선생님께 감사해야 해. 요즘 그렇게 신경 써 주시는 선생님 없어."
"학교 가면 선생님께 고맙다고 말씀드려"
그녀석도 선생님 좋은 거 인정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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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막연히 그녀석의 가능성을 믿습니다.
무언가 할 수 있는데 아직 도화선이 마련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젠가 늦게라도 자신을 발견할 날이 오리라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자기 자신도 아직 공부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스스로 터득할 때까지 모든 것을 철저히 자신에게 맡길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아이 엄마가 아이들을 잘못 지도해 온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스스로 크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거든요.
부모가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못하게 하는데도 아직도 애 엄마는 시험 때면 아이의 학습에 관여하려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깨우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사설이 너무 길었습니다.
다음에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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