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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5

20050522 호신이가 꼭 기억해야 할 담임선생님의 사랑

by 굼벵이(조용욱) 2023.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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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5.22(일)

아침 일찍 아이들을 깨우고 테니스장에 갔다.

운동을 하고 집에 들어와 보니 아이들이 깨어있었지만 예상한 대로 내가 나간 뒤 내쳐 잠을 잤고 내가 들어오기 1시간 전 쯤에 다시 깨어 또 라면 따위를 삶아먹은 듯하다.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집사람은 오후 2시가 되어도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화가 난 내가 큰소리로 떠들어대자 그제서야 일어나 어제 먹다 남은 밥을 볶아 점심을 차려준다.

도대체가 주부되기를 포기한 사람 같다.

 

그런 기분 속에서도 집사람과 영화 말아톤을 보았다.

경신이는 마지막 감동적인 부분을 잠깐 와서 보았지만 호신이는 아예 보지 않았다.

호신이 담임이 편지를 보냈는데 아이 편에 편지를 보냈다는 글을 적어왔다.

호신이 녀석은 내가 다그치자 그제서야 성적표와 예쁘게 마분지 위에 정성스레 붙여진 편지를 꺼내놓았다.

이번 담임선생님은 잘 만난 것 같다.

사명감에 불타고 나름대로 열심히 지도하려 하는 사람이다.

이 녀석을 두들겨 패주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지만 꾹꾹 참아내었다.

담임선생님이 아버지가 직접 답장을 써서 가지고 오라고 했다고 호신이가 전한다.

그렇게 주문했는 데에도 이녀석은 일요일 저녁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그것도 내가 요구를 하니 별수없다는 듯 내게 내밀었다.

다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는 개 패듯 두들겨 패줄 것이다.

담임선생님이 요청한 답장을 만든다고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기껏 그녀석을 훈계하며 열심히 공부하도록 만들어 놓았는데 집사람은 아이를 데리고 슈퍼마켓을 가겠단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아이에게 '정신을 못차린다'며 한마디 하고 집사람에게도 애들 교육좀 똑바로 시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말 답답하다.

도대체 집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아이들을 집사람에게 전적으로 맡긴 것이 결국 아이들을 망쳐버린 결과가 되었다.

고도비만아를 만들고 그 비만이 결국 아무런 생각없이 사는 지금의 멍청이를 만들었다.

어느새 아이가 저만 아는 사스퍼거 극단적이 이기주의자가 되어버렸다.

집안 교육은 완전히 엉망이 되어 그냥 야생에서 자란 놈만도 못하다.

*********

호신이 성적이 가면 갈수록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번중간고사에서는 평균 OO점을 받았다.

지난 해에는 DD점을 받았었다.

응시자 수 340명 중 OOO등 정도 되는 수준이다.

창피스러워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할 수가 없다.

울화통이 터진다.

그러고도 그 녀석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차 모른 채 아무런 생각이 없이 행동한다.

담임선생님이 편지를 보내오셨는데 답장은 반드시 아빠가 손으로 써 달라는 부탁이었다.

손이 부르트도록 답장을 썼다.

아래 내용으로 썼다.

 

담임선생님 전상서

 방금 전에 호신이랑 한 시간이 넘도록 대화를 했습니다.

어쩌다가 호신이가 이 지경까지 갔나 싶어 속이 무척 상하지만 꾹 참고 둘이 마주 앉아 아이의 장래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호신이는 이다음에 커서 어떤 큰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되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리더는 남에게 지시하고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고 아랫사람을 보살피고 아랫사람을 위하여 헌신하고 봉사하는 배려심 많은 사람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남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할 줄 아는 마음을 키워야 한다.

지금까지 너는 맛난 음식을 보면 형보다 더 많이 먹으려 형과 싸우곤 했다.

이런 행동들이 쌓여 너를 그렇게 이기적으로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의 습관이 너를 그렇게 이기적으로 바꾸어 놓은 만큼 앞으로 네가 좀더 남을 위해 헌신적으로 생활해 나가면 그것이 습관화 되면서 네 성품도 바뀌게 될 것이다.”

**************

그리고 리더가 되기 위해서 지금 너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호신이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공부에 대하여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공부도 습관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너보다 머리가 좋아서 그런 것도 아니고, 너보다 학원이나 과외수업을 많이 받아서 그런 것도 아니고 너보다 공부 환경이 좋아서 그런 것도 아니다.

단지 그 아이들은 공부하는 습관이 제대로 들어있는 것이다.

그 습관은 부모가 들여 주는 것도 아니고 자기 스스로 반복된 학습행동을 통해 만든 것이다.

네가 무엇인가를 이루어야 하겠다는 강한 생각이 공부를 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하루하루 공부하는 행동이 모여서 습관으로 굳어지면 너는 공부를 잘하게 되고 따라서 네가 목표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그리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공부하는지 한번 알아보고 좋은 방법은 이를 배우도록 해라”

호신이가 요즘 배우는 영어수업에서 공부를 잘하기 위하여 스케줄을 짜는 내용이 나오는데 자기도 그렇게 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호신이에게 지금까지는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느냐고 물었지요.

호신이는 생각은 있지만 잘 지키지 못할까 두려워 제대로 시도해 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다시 이렇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시작(시도)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무슨 계획이든 일단 무조건 시작을 하고 볼 일이다.

만일 계획대로 안 되면 다시 계획을 세우면서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목표가 달성되는 것이다.”

호신이는 다시 “아이들이 물어보면 답할 정도로 공부를 했는데 시험에는 안나오고 하는데 그건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하고 묻기에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사항은 아무리 중요한 사항이라도 시험에는 잘 나오지 않는다.

시험은 어차피 공부를 많이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누가 더 꼼꼼하게 책을 읽고 공부를 많이 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따라서 너도 중요한 사항은 물론이려니와 그렇지 않은 사항도 꼼꼼히 읽어가면서 시험에 나올만한 것들을 찾아내어 계속 반복적으로 학습하면 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호신이가 이번 기말고사부터는 정말 자랑스러운 제 아들이 될 것이라고 맹세를 했습니다.

저는 호신이를 믿습니다.

호신이는 앞으로 이기적이거나 비열한 행동으로 아빠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부터 호신이는 새로이 태어날 것입니다.

공부는 물론이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멋진 사나이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호신이를 위한 선생님의 노력에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호신이가 멋진 사나이로 다시 태어나는 날 제가 크게 한턱 쏘겠습니다.

 

그럼 이만

 

2005.5.22(일)

호신아빠 조용욱 올림

 

내가 전에 보낸 편지에 호신이 담임선생님이 이메일 답장을 보내주셨다.

내가 보낸 편지의 내용과 함께 그 글의 원문을 싣는다.

그녀는 그 편지를 5.21.21:23분에 답장을 발송했다.

 

보낸사람: 조용욱<yongwook1@freechal.com>

보낸날짜: 2005/5/18 13:17:57

받은사람: pym0861@freechal.com

제목: 담임선생님께

 

 

안녕하세요?

호신이 아버지입니다.

메일을 보내드렸는데 이후 별 말씀이 없으셔서 답답한 마음에 다시 한번 편지를 씁니다.

호신이가 본질적으로 성품이 못된 아이는 아닙니다.

아직 자기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엊그제 가져온 성적표를 보고 정말 분통이 터졌습니다.

결국 아이에게 배신감을 느낀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공부도 못하는데다가 배려심 없이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선생님 앞에 까불고 말대꾸나 해 댔으니 얼마나 화가 났을까를 생각하니 제가 낯을 들 수가 없어 그 녀석에게 그런 표현을 썼던겁니다.

 

조기입학 시키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생일을 억지로 두어 달 당겨서 입학을 시켰더니 그것도 그녀석이 철없이 행동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 하나 간섭할 수가 없어서 네 모든 행동에 스스로 책임을 지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큰 녀석은 고 2인데 그 녀석과 함께 놓고 가끔 뼈 있는 말을 해 주었습니다.

잔소리 하려면 한도 끝도 없어서 컴 앞에 앉은 녀석에게 네 모든 행동에 스스로 책임지라고 하면서 네 미래는 네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니 알아서 행동하라고 했지요. 오늘 네가 행동하는 하나 하나가 네 미래를 결정하다고 하면서...

부모는 너희를 책임질 수도 없고 네 인생은 네가 산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녀석이 계륵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포기하자니 아깝고

달려들자니 둘 다 서로 너무 피곤하고 힘듭니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습관을 들여 주었어야 하는데 아이가 정말 잘못 자랐습니다.

구차한 변명으로 부모의 책임을 면하려 하지는 않겠습니다.

 

지금이라도 선생님이 좀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우선 아이의 학교생활이나 성적, 교우관계 등이 어떤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적당한 진로가 있다면 조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생면부지에 갑자기 나타나 이런 부탁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학교와 집에서 함께 노력하여 사람 하나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으로 두서없이 글을 올립니다.

 

2005.5.18일 아침에

호신 아빠 조용욱 올림

 

 

 

Dream of me!

 

 아버님께

죄송합니다. 늦게 메일을 열어보았습니다.

오늘 호신이 편에 편지를 보내 드렸습니다.

선생님들마다 교육관이 다른 만큼 제가 아까 호신이에게 말했던 것처럼 호신이가 이전 해에는 행동에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저에게도 똑같이 행동을 했는데 저는 그것을 고쳐 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지금까지도 열심히 지도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진작에 지도를 받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저보다 더 속이 상하실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하고 있고 그것을 알기에 지금 혼을 내지 않고 잘못된 것을 방치하기 보다는 호신이의 먼 장래를 위해 저도 좋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학교에서 꾸준히 지도 하고 있으니 힘들 때 아버님의 도움을 요청하겠습니다. 다만 저도 아이와 서로 감정을 상해가지 않으면서 지도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호신이가 여유를 부리다보니 무엇이든지 대충하는 습관이 있는데 아마 지금쯤은 제 성격을 파악했으리라 여겨집니다. 저도 부모라 자식 교육시키는 데에는 제가 다소 피곤하더라도 일관성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저의 반 아이들에게도 제 자식과 같다 생각하고 지금까지 어느 선생님들 못지않게 열심히 지도해 왔습니다.

호신이가 제가 선생님이기 때문에 자기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호신이를 위해 더 나은 사람으로 이끌기 위해 지도한다는 것을 느끼는 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 열심히 하겠습니다.

 담임 드림

 

(2005.5.12보내온 첫 번째 메일)

호신이 아버님께

안녕하세요?

호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PYM입니다.

편지를 받아보고 제가 너무 죄송합니다.

호신이가 말대꾸를 좀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것을 고쳐 주려고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제가 이렇게까지 지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보여주려고 한 것인데 아버님께서 당신 잘못이라고 이렇듯 긴 편지를 보내 주시니 한편으로 죄송하고 한편으로는 아이를 어떻게든 잘 지도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느낍니다.

호신이도 이번에 많은 것을 느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버님의 관심과 이해에 감사드리며 안녕히 계십시오.

 담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