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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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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에 있을 때는 식사하면서 잠깐 뉴스를 보는 것 외에 TV앞에 앉아있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은퇴 후 농막에 내려와 사람 만나는 일이 줄어드니 자연 TV 앞에 있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마음이 느긋해지니 독서도 게을러져 독서시간이 TV 시청시간으로 대체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군다나 트롯류의 음악은 늙은 꼰대들이 산이나 들에서 청승떨며 듣는 음악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모자라 늦은 밤 어떤 트롯녀가 더 예쁜지 문자투표까지 하는 레알 꼰대로 바뀌어버렸습니다.
내가 젊었을 때 가장 경멸하던 부류의 사람으로 내가 어느새 바뀐 것이지요.
요샌 그녀들을 내 딸 같이 느껴 깊은 효심에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딸 없는 설움을 달래기도 합니다.
세상이 변하는게 아니고 내가 변하는 거란 말이 맞다는 증거를 내 안에서 발견합니다.
전엔 집사람이 TV 속으로 빠져들어가 자꾸만 이상한 식품(건강보조식품)류를 사들이는 것에 과민반응을 보였었는데 지금은 그걸 먹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합니다.
아침식사 후 약도 아니고 식품도 아닌 요상한 캐슐 대여섯개를 한주먹 입에 털어넣고 소변을 보면 오줌 색깔이 병아리 털 색보다 진한 노란색으로 변해버립니다.
그걸 바라보다 갑자기 성호 이익선생의 실용주의가 생각나 색다른 실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까운 영양덩어리 노란오줌을 그냥 버리기 보다는 지난번 처음 심은 호박에 닝겔 주사액처럼 투약하기로 했습니다.
건강보조식품을 먹고 난 후 처음 나오는 닝겔 영양제는 반드시 지난번에 심은 호박 열포기 중 두 포기에만 집중적으로 투약하고 나중에 다른 호박과 비교하기로 한 것이지요.
실험 결과는 올 가을에 보여드리겠습니다.
한가지 불편한 진실은 그 호박이 옆집 멘토할매가 지나는 길 옆에 위치해 투약시 사주경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과거’는 ‘미래’에 의해 얼마든지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고 합니다.
미래 결과가 좋다면 혹 사주경계에 실패하더라도 후세사가는 투약행위가 늙은이 주책이 아닌 위대한 실험정신으로 평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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