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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무들기 농장

봄에 취해 비몽사몽 호접몽

by 굼벵이(조용욱) 2023.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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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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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멘토할매가 열무김치랑 조기새끼 몇마리를 들고와 형님 갖다주란다.
마트에서 찌개거리 사던 차에 지나는 말로 '조기새끼라도 구워먹던지 해야지...' 하시던 할매 말씀이 생각나 조기새끼 한박스를 사다드렸더니 그걸 다듬어서 내집, 형님집까지 나누어 챙겨 주셨다.
덤으로 열무김치까지...
열무김치를 유난히 좋아하셨던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셨으니 엄마표 대신 할매표 열무김치를 보내신 듯하다.
그걸 들고 형네 집으로 가 냉장고에 넣어드리고 나오면서 갑자기 유년의 추억이 어린 뒷동산에 오르고 싶어졌다.
'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보니,
산천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다.
예 섰던 그 큰 소나무 버혀지고 없구나.'
노랫가사 그대로 그 많던 뒷동산 노송들은 모두 사라지고 홀로 남은 한 그루 노송이 나를 반긴다.
밀려오는 추억의 파도가 나를 다시 보리밭 길로 이끈다.
삼정산에 이르는 등성이를 따라 보리밭 사잇길을 걸었다.
'보리밭 사이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저녁놀 빈하늘 대신 영롱한 이슬을 머금은 봄햇살이 눈에 찬다.
몽롱한 봄기운으로 꽃이 나비인지, 나비가 꽃인지, 내가 나비인지 알수 없다.
우리마을 영산 삼정산에 오르니 영산은 말없이 쓰담쓰담 형님 일로 지친 내 심신을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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