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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무들기 농장

인생 말년에 채마밭이나 가꾸며 사는 이유 똥

by 굼벵이(조용욱) 2023.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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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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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이야기
오늘은 좀 지저분하지만 매우 중요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전두엽이 급성장하던 사춘기 이후 저는 삶이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런 생각들이 뱃속까지 스며들어 애간장까지 태우다보니 제 때에 제 똥을 내보내지 못하고 부정기적으로 된똥을 찔끔찔끔 떨어뜨리다가 급기야 하수구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똥꼬에 혹이 하나 생겼는데 40여년간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다 얼마 전 정년 직전에 칼을 대어 녀석과 결별했지요.
이후 제 뱃속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습니다.
마치 닭이나 말처럼 시도 때도 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겁니다.
요즘은 가끔 닭장에서 재래식 화장실 폼으로 앉아 멍때리며 병아리들이 노는 모습을 구경합니다.
녀석들은 삐약거리며 이리저리 몰려다니고 노닐면서도 시도 때도 없이 싸질러댑니다.
심지어는 자면서도 싸댑니다.
몽골에서 말 탈 때 보니 말도 등에 태운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길가다가 제멋대로 폭포수를 낙하시키더군요.
이런 현상에 대한 원인을 잘난 제 앞머리로 분석해보니 세가지가 떠오르는데 어떤게 정답인지 알수가 없어 도움을 청합니다.
하나, 안빈낙도를 빙자하며 정년 후 세상을 등지고 닭이나 말처럼 생각없이 살아서 그런거 아닌가?
둘, 똥꼬 혹을 떼 내니 과민성 대장증상이 새로 생겨 그런 것 아닌가?
셋, 남진형님이 요즘 TV에서 '나이들면 뭐 다 그런건데...' 하시던데 혹 죽음에 이르는 노화 탓 아닐까?
법정스님이 제일 친하게 여겼던 헨리 데이빗 소로우 형은 '숲생활의 경제학'에서 사람의 잔머리가 소만 못함을 전해줍니다.
사람이 가축의 주인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은 소가 사람의 주인입니다.
봄에 잠깐 편하게 밭을 갈 목적으로 소를 키우지만 농부는 여물을 만들기 위해 6주동안 정말 힘든 건초작업을 해야합니다.
요즘 농부들이 겪는 빈곤의 악순환도 월든 호숫가 '소'와 진배 없습니다.
소 대신 경운기 산다고 빚을 내고 경운기 대신 트랙터 산다고 빚을 내다보면 빚의 악순환으로 평생 경운기나 트랙터의 노예로 살며 된똥싸다 죽습니다.
우리네 전두엽은 '돈'이나 '명예'따위를 미끼로 걸면 언제든 걸려들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대신 '안빈낙도'를 미끼 삼으면 돈이나 명예로도 구하지 못하는 '삶의 본질' 즉 '진정한 자유'를 구할수 있다고 선현들은 귀뜸해줍니다.
제가 인생 말년에 채마밭이나 가꾸며 사는 이유이기도 한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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