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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5

20050615 미운 오리새끼

by 굼벵이(조용욱) 2023.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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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6.15(수)

아침 회의시간에 오늘은 근무평정제도 개선 용역 보고서와 경영혁신 개선 건의 의견 168건에 대한 검토계획,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인사혁신방안 중 즉시시행 과제에 대한 규정개정(안)을 보고하겠다고 했다.

KS과장은 신입사원 1주년 워크샵 결과보고와 새로운 개최계획을 보고했고 KT과장은 근무평정제도개선 용역 보고서를 각각 처장에게 올렸다.

규정 개정안은 Y과장이 담당하고 있는데 검토를 게을리 하는 것 같다.

군데군데 문제점이 보였다.

보고시기를 놓쳐 실기하는 문제도 있다.

지금은 조금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이는데 검토서의 내용을 읽어보면 그래도 KT이 보다 나은 점이 더러 보이므로 좀더 적극적으로 지도해 주면 일취월장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도 과장들에게 당신들이 인사처 최고의 브레인이라는 이야기로 북돋았다.

직장생활 하면서 일에 대한 열정과 보람을 느끼지 못하면 불행하다,

일을 통해 기쁨을 느끼는 삶이 되어주길 기대한다는 이야기도 덧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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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새끼가 있었다.

동화 속 미운 오리새끼는 사실 오리가 아니고 백조다.

그러나 백조는 오리들 속에서 아주 못생긴 놈으로 취급되어 구박을 받아왔다.

그래서 미운오리는 자신이 오리와는 다른 정말 아름답고 우아한 백조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미운 오리새끼는 어떻게 하면 전체 오리집단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고 나름 이상적이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엄마오리는 미운오리의 그런 고위한 생각보다 자신과 같이 생긴데에다 생각까지 비슷한 자신의 새끼오리들만 돌보며 편애했다.

그러다보니 새끼오리들은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지 자신들의 신념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채 툰드라 레밍 들쥐떼처럼 이리저리 몰려다녔다.

그들에게 오로지 관심 있는 것은 집단의 크기를 크게 하는 것이었다.

새끼오리 중 행동대장 격인 오리 한마리는 오로지 자신을 따르는 집단의 크기를 확장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어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어미오리에게 졸라대고 아양을 떨었다.

어떤 똘마니 새끼오리는 똥통 속에 바글거리는 구더기를 혼자 독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만일 행동대장이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켜주지 않으면 자기가 다른 소집단을 규합하여 다른 집단으로 가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행동대장은 만일 이 녀석들이 이탈하게 되면 자신의 자리가 위태해 질 것이라고 생각해 죽기 살기로 아부하며 엄마오리에게 달려들었다.

미운오리는 주변 새끼오리들의 이런 지저분한 생각과 행동을 바라보며 몹시 안타까웠다.

그는 어느날 남몰래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넓은 세상을 보았기에 똥통에 들어있는 더러운 구더기를 먹는 것보다 좀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남동쪽 5Km 전방 숲 속의 작은 연못에 사는 깨끗한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이 전체 오리집단을 위해 훨씬 유익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운오리는 이를 두고 매일같이 엄청난 갈등에 쌓였다.

그는 어느새 하늘 높이 날아오를 수 있을만큼 날개가 자랐고 세상을 좀더 멀리 넓게 볼 수 있어 좀더 꺠끗하고 맛난 먹잇감이 어디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그런 그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대장 새끼오리는 늘 집단의 힘을 빌어 미운오리의 생각을 폄하하고 왜곡하며 더러운 똥통으로 몰아붙였다.

집단을 떠날 수 없는 미운오리는 어쩔 수 없이 똥통 속 구더기를 먹지만 그걸 먹은 오리들이 오래지 않아 집단 폐사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안다.

어미오리는 미운오리와 행동대장 사이에서 갈등하는 척하지만 언제나 행동대장 편 손을 들어주었다.

그게 집단폐사의 길임을 잘 알면서도 언제나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가재가 꽃게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