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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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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판
오래전 무당이 사셨던 인근에
어찌어찌 농막하나 올려놓고
홀애비 독수공방하는 밤마다
무당들이 굿판을 벌인다.
간밤엔 소주 한병 자빠뜨리고
골아 떨어진 독거노인 얼굴을
요리조리 꼼꼼하게 쓰다듬더니
급기야 휴지 위에 올라앉은 폼이
아무래도 뭔가 수상하다.
혹여 누가 엿볼새라
해가 중천에 뜨도록
창문 틈새에 처박혀 보초서는 놈,
울긋불긋 앞치마 두르고
싱크대 구석에서 새댁 흉내내는 놈,
해장한다고 김치찌개 끓였더니
냄비뚜껑 열자마자 심청인 양
장열하게 죽음으로 어필하는 놈,
혼술 반주는 외롭다며
몰래 내 술 같이 나눠먹다
백주 대낮에 대취하여
제멋대로 속치마를 걷어올린 놈,
아주 가지각색으로 놀고들 있다.
어쨌거나 곱게 꽃단장한 모습이
미치도록 예쁘고 귀여운 무당.
힘겹게 새봄을 여는 가녀린
새순만 골라서 망가뜨리는
진딧물의 천적이라고 하니
하는 짓까지 사랑스런 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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