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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식물의 은밀한 감정(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by 굼벵이(조용욱) 2023.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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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억년 전의 원시 수프속에서 생명이 탄생했다.
아주 뜨거운 분자들로 이루어진 그 수프에서 박테리아가 나타났다.
박테리아들이 다양한 분자를 결합해 최초의 복잡한 생명체인 식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이 태초 진화의 비밀은 당과 발효다.
그러니 박테리아가 식물을 창조했고 식물이 동물을 창조 했다고 결론을 내려야 할까.
식물은 지구 생물 총량의 99.5%를 차지한다.

 

소크라테아 엑소리자는 환경이 적합하지 않게 되면(이웃 나무나 인간의 건축물이 햇빛을 가리면) 새 뿌리를 눈에 띌 정도로 재빨리 만들어 빛이 더 잘 드는 곳으로 옮겨 가고 옛 뿌리들은 응달에서 죽게 내버려 둔다

 

인간은 식물이 생겨나고 1억 3500만원 년 후에 지구에 출현했다
식물계와 동물계와 인간계가 공통으로 가진 박테리아는 우리의 90%를 구성한다

 

호세 카르멘 가르시아 마르티네즈는 멕시코의 농부로 문맹이다 

식물들은 그를 이해하고 그가 요구하는 대로 예외적인 크기와 생산량과 저항력을 보여 그 사실을 입증해 보인다 

50 kg짜리 양배추, 높이 5미터가 넘는 옥수수, 1미터 50센티에 달하는 근 잎, 수확량이 일 헥타아르당 통상적인 16톤이 아니라 100톤이 넘는 양파, 한그루 당 평균 두개가 아니라 8개가 열리는 호박

이것은 이 농부가 단지 칭찬과 다정한 말을 농작물에 들려주는 방식으로 40년째 보여 주는 결과다

 

진화의 사슬 반대편에는 민들레가 있다 

민들레도 유성생식을 하지 않고 단위 생식을 하는데 식물에서는 보기 드물게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통하지 않고 암술의 세포에서 직접 배아를 만드는 방식이다

따라서 민들레는 수분이 전혀 필요없다

노랗고 예쁜 꽃을 피워서 벌을 끌어들이는 건 그저 벌을 기쁘게 하기 위한 일이다

벌들에게 공짜로 꿀을 내 주기 위해서다

민들레가 그럴 수 있는 건 파괴 불가능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땅에서 민들레를 꺾으면 다시 돋아난다

뿌리채 뽑으면 땅속에 남아 있는 미세한 잔뿌리 조각에서 되살아난다

흙더미 속에 파묻어 질식 시키려 하면 민들레는 가녀리고 긴 줄기를 잠망경처럼 표면까지 내 보내어 그곳에 다시 자릴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