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여노소를 막론하고 성장소설은 누구나 좋아한다.
누구나 공통적으로 겪었던 성장통과 애틋한 추억을 되살려주기 때문이다.
'앵무새 죽이기'나 '호밀밭의 파수꾼' 따위를 보면 우리와 배경은 달라도 세세한 어린 시절의 감정이 그대로 녹아있어 그런 글을 읽으면 성장기의 젊은이들도 좋아하지만 나이든 늙은이도 가슴 한 켠이 아리다.
그런 걸 보면 특히 감성은 나이와 전혀 관련이 없나보다.
인간의 감성은 어느정도 성장하면 더이상 성장을 멈추는 모양이다.
내 감성도 18세 이후 성장을 멈추었다.
이는 아마도 전두엽을 거쳐 인위적으로 인지되지 않고 변연계에서 말로 표현할 수없는 형태의 느낌으로만 전달되기 때문인 듯하다.
플립은 6살부터 고등학생이 되기 전 14~5세 까지의 남여 아이들의 성장사를 그렸다.
새로 이사온 이웃집 어린아이들끼리 주고받는 풋풋한 사랑 이야기다.
남자아이의 관점, 여자 아이의 관점을 장을 달리하며 구분해서 기술하고있다.
온종일 읽어도 지루하지 않게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띄우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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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부분을 합친 것 이상이란다
아빠는 곧잘 이렇게 말했다
소는 혼자 있으면 그냥 소일 뿐이고 풀밭은 그냥 풀과 꽃일 뿐이고 나무 사이로 엿보이는 햇살은 그냥 빛줄기일 뿐이지만 그 모두를 합치면 마법이 일어난다고 했다
나는 우리가 가진 모든것을 둘러보았다
커다란 집, 흰 양탄자, 골동품과 미술품 및 사방에 있는 값비싼 물건들.
과연 부모님은 내가 좀더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이 모든 것들을 포기 했을까 몹시 의심스러웠다
나는 당혹스러운 존재 잊어버리고 싶은 존재였을 것이다
부모님은 남들의 눈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했다
특히 아빠는 더 그랬다
할아버지는 매우 조용히 말했다
'만약을 생각하며 살수는 없다 브라이스'
그러더니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덧붙였다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아빠를 비난하는 건 공정하지 못한 행동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그 때 할아버지가 말했다
'그건 그렇고 아까 해준 말 고맙다'
할아버지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누구나 일생에서 단한번 무지개 빛깔을 내는 사람을 만난단다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게 되지
현관에 이르자 할아버지가 팔로 내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산책 즐거웠다 브라이스
정말 유쾌한 시간이었어'
할아버지는 플라타너스 나무에 대해 알고 싶어 했고 전체가 부분을 합친 것 이상이라는 내 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말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란다
다만 사람들의 경우에는 전체가 부분을 합친 것 이하일 때도 있지'
무척 흥미로운 말이었다
다음날 학교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아이들을 살펴보며 전체가 부분을 합친 것 이상인지 이하인지 가늠해 보았다
쳇 할아버지의 말이 옳았다 많은 사람들은 이하였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겁이 덜컥 나서 벌떡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보고 벽장 속과 침대 밑을 살폈지만 그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거의 자정이 되어서야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나였다
나를 지켜보는 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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