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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5

20051031 임금협상 회의

by 굼벵이(조용욱) 2023.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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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31(월)

아침 일찍 출근하여 경영간부 회의에서 있을 인사평가 관련 presentation을 준비하고 있는데 8시 즈음에 P실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으니 오늘 있을 presentation을 다음주 확대간부회의에서 하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다.

이를 처장, 전무에게 보고하고 그렇게 하기로 하였지만 맥이 풀린다.

매도 먼저 맞는 매가 낫다고 먼저 해버리는 것이 속 편한데 다음 주로 밀려버린 것이다.

한편 달리생각하면 확대간부회의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기량을 맘껏 펼칠수 있는 기회도 되는 것이다.

P실장의 다급해 하는 전화로 보아 오늘 사장님에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부터 경영평가 보고서를 읽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HWK과장이 가져온 경평보고서를 읽고 수정을 부탁했다.

KYS과장이 만든 보고서를 읽어보니 믿을 만했다.

아직도 많은 부분 수정을 해야 하지만 그래도 수정의 폭이 그리 많지 않았다.

워낙 많은 양이라 글을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임금협상 회의가 있었다.

나는 결국 노조와 노무처에 모두 속은 결과가 되었다.

노무처는 인사처만 양보하면 곧 임금협상이 이루어질 것처럼 하면서 우리에게 양보해 줄 것을 제안해 왔고 귀가 엷은 처장은 그 말에 넘어가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결국 회사의 제도를 엉망으로 만드는 꼴이 되고 말았다.

기능직 직능등급을 한 등급씩 상향조정하는 우를 범한 데에다 별정직 직능등급을 확대하고 직무급 제도를 직능등급 제도로 바꾸게 된 것이다.

기능직과 별정직이 실질적인 노조의 캐스팅 보우트 역할을 하다보니 노조는 그들을 어떻게든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야 했다.

그렇다고 각 현장사업소에서 직무급 베이스로 채용된 인력을 직능등급제도로 전환하거나 확대하도록 해 임금의 이중인상을 도모한 거다. 

하후상박의 끝판왕이 돼버린 것이다.

처장은 별정직도 순환보직 하면 된다는 것이지만 내가 보기에 별정직 순환보직은 엄청난 후 폭풍을 가져오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처장 생각은 틀렸다.

전력관리처에 근무하는 별정직들은 떄로는 눈물로 떄로는 힘으로 노조를 등에 업고 각계각처에 청탁하며 물고늘어져 판매사업장으로의 순환보직을 거부하게 되었다.

사업장 내에서도 힘든 민원직무에 안 가겠다고 서로 다투며 갈등이 심화되었다.

덕분에 심한 갈등과 임금의 편법 인상만 초래한 결과로 귀결되었다)

애초에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도 말았어야 한다.

나는 임금협약 회의가 진행되는 내내 앉아 있다가 도저히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냥 사무실로 올라와 버렸다.

회의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덕분에 사무실에서 밀린 일을 정리할 수 있었다.

KT과장이 만들어 온 사기조사 보고서를 보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내가 생각하고 원하는 방향과 전혀 다른 형태의 보고서를 만들어 가지고 왔다.

계속 고쳐가다가 신경질이 몰려와 더 이상 고칠 수가 없어 서류를 덮어버렸다.

집에 들어오니 경신이 학력고사 성적표가 있었다.

전국적인 학생과 비교할 때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시험인데 경신이는 대부분의 과목이 O등급 정도 수준이었다. O등급은 전체의 O% 수준을 의미한다.

그래가지고는 좋은 대학에 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봄에 본 모의고사보다는 성적이 조금 향상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