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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5

20051101 승진추천, 이제는 고백할 수 있다

by 굼벵이(조용욱) 2023.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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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1(화)

처장이 인사평가 관련 개선추진계획을 11.7일에 있을 확대간부회의에 Presentation을 하겠다고 사장에게 보고했다.

사장은 덧붙여 질의응답까지 받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사장도 나름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결국 나만 바빠지게 되었다.

처장이 불러서 처장 실에 갔더니 부장 승격에 대하여 나랑 속 깊은 논의를 시작했다.

나는 솔직하게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그대로 털어놓았다.

 

이번 발탁승격에는 인사처에서 후보자를 내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발탁인사에 인사처에서 누군가가 될 경우 다른 사람들은 곧바로 비난의 화살을 우리에게 돌릴 것이다.

불합격할 경우 그 사람을 다음번 정기 인사에 1번으로 추천하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오히려 평지풍파를 만드는 격이다.

처장님의 순수한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그 결과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가져올지 나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아마도 엄청난 damage를 가져올 것이다.

누구를 추천할 것인가를 선별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고 결과적으로 처장님만 욕먹게 될 것이 뻔하다.

그리고 다음번 승격에서도 같은 년도의 LSK과 SKJ을 나란히 1,2번 줄 것이 아니라 떨어지더라도 96년인 LJB이를 2번 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그동안 LJB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나의 보임부 간부담당 직원시절을 회상하며 그가 겪어왔던 어려움을 낱낱이 이야기 했다.

처장은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했다. 

LJB이가 이러는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발탁인사에 다면평가가 있는데 나는 그걸 거부하였다.

발탁인사 자체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발탁은 그렇게 다면평가로 이루어질 일도 아니다.

튀는 놈을 잡아내는 게 발탁이지 두루뭉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직원을 고르는 게 발탁이 아니라는 신념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OOOO팀과 회식이 있었다.

Y부장은 술자리에 성인군자 자세로 앉아 술을 권하지도 받지도 않았다.

다른 과장들은 계속해서 돌아가며 내게 술을 권했고 결국 나는 그들이 권하는 술 7잔 모두를 받아 마셨다.

Y부장은 그런 술자리에는 별로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아니 어색한 사람이다.

그동안 우리가 그들과 가져왔던 냉전의 시간을 고려할 때 더더욱 그럴지 모른다.

양주를 몇 잔 마셨는데 땀이 많이 났다.

과장들이 노래방에 갔으면 해서 함께 노래방엘 갔다.

나는 '내가 만일' 과 '있을 때 잘해' 두곡을 불렀다.

모두 100점이 나와 20000원의 벌과금을 내야 했다.

과장들이 맥주 한잔씩 더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부지런히 자리를 비켜 전철을 타고 집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