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5

20051102 조직내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

by 굼벵이(조용욱) 2023. 7. 28.
728x90

2005.11.02(수)

오늘 있은 다면평가에서 J처장에게 전부 만점을 주었다.

처장은 내가 모셔본 처장들 중에서 가장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끔 눈에 보일 정도로 자신의 약점도 그대로 드러낸다.

삶이 그렇다.

주어진 천성대로 사는 게 가장 잘 사는 것이다.

그걸 거슬러서 과대포장하고 안 그런 척 하는 것은 자기기만이다.

자기만을 위하고, 자기가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윗사람만 처다 보고 아랫사람을 하대하는 사람만큼 잘못 사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늘 내가 혹시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닌지 잘 살펴야 한다.

L와 트러블이 있었다.

발단은 K처장의 전화에서 기인한다.

K처장이 전화를 걸어서는 내게 심한 독설을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발탁승진제 도입을 이야기 하기에 내가 한 게 아니고 L이 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다음에는 다시 1직급 보직기간 상한제와 사이버 다면평가의 제척권, 초간고시제도 등에 대하여 심하게 욕을 퍼부어댔다.

당신이 만들어 놓은 것을 다시 손대다 보니 기분 나빴던 모양이다.

그의 전화에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려는 모습이 귀로 느껴졌다.

그는 분노하고 있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이리저리 변명을 했지만 그의 굽어진 마음을 펼 수는 없었다.

무조건 죄송하다는 말만 거듭했다.

이럴 땐 그저 아래로 향하는 게 가장 좋은 회피방법이다.

 

이와 관련하여 L과장 사무실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발탁인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이야기 하였더니 L 과장이 내게 정색을 하고 정면으로 대들었다.

나는 순수한 마음에 주변에서 쑥덕거리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전달해 주는 게 맞겠다 싶어 몇 가지 내가 들었던 불만 섞인 이야기를 전해 준 것 뿐인데 그는 그게 무척이나 기분이 나빴던 모양이다.

그는 나름대로 발탁인사 제도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일면 내가 발탁인사제도를 만들어 주었으면 하고 바랐던 것 같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지만 처장은 발탁인사제도의 도입에 대하여 내게 주문하지 않고 K부장에게 주문했다.

그도 그럴 것이 L과장이 KT를 다녀오고 그 회사의 잘된 점으로 발탁인사제도를 정리해서 보고했고 J처장은 이에 귀가 솔깃했었던 것이다.

발탁인사제도를 도입하면 본사에서 몇 명 더 승진시킬 수 있다는 얇은 계산이 그의 순수한 마음을 자극시킨 듯하다.

그러나 거기에는 엄청난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는 모르고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이과장은 자신이 벌려놓은 발탁인사제도를 자신이 수습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자신은 추천대상에서 벗어나기를 스스로 희망할 만큼 주변으로부터 심한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발탁이라는 평지풍파를 만들어 엄청난 회오리를 일으킨 거다.

그런 그가 내가 말하는 주변 평가에 대하여 반기를 든 것이다.

아님 오기인지도 모른다.

그는 내게 대들며 자신이 발탁승진 하고 싶어서 발탁인사제도를 도입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으므로 그 자리를 나섰다.

L과장이 나중에 내 자리로 와서 사과했다.

다른 직원들이 다 있는 데에서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며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 하였다.

나는 그를 위하여 J처장에게 온갖 칭찬을 다 늘어놓았는데 L과장은 오히려 날 우습게 대하였으므로 정작 기분 나빠야 할 사람은 난데 오히려 나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다른 직원들이 들으니 나중에 이야기 하자고 하지 못할 정도의 사이밖에 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어찌되었든 나는 이과장에게 수모를 당하고도 헤헤거리며 자존심을 지키지 못한 바보가 되었다.

그러나 직장생활 하려거든 절대로 적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백사람의 동지보다 한사람의 적이 더욱 무섭다는 이야기는 맞는 말이다.

쓸 데 없는 자존심 가지고 인생을 망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자존심은 언제든 스스로 회복할 수 있다.

자신의 자존심을 내세우기 위하여 남에게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밤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했다.

특별히 할 일이 있어서 라기 보다는 김유상 과장이 경영평가 보고서 작성이다, 1주년 워크샵 준비다 해서 고생하는 모습이 애처로워 함께 있어주기 위해 자리를 지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