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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0705 고위층과의 회식 단상

by 굼벵이(조용욱) 2023.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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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7.5(수)

하루 온종일 자리에 앉아 PT 자료를 정리했다.

좋은 자료가 생길 때마다 PT자료를 만들어 두면 필요시 언제든 편집해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강의할 수 있는 강의교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이다.

저녁에 OS부처장이 둘째딸 한전 입사를 축하하기 위해 팀장들과 PJ실장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PJK부처장도 마침 자리에 있어 함께 했다.

말의 성찬이 자리를 메웠고 힘의 논리에 따라 인사처장 보다는 비서실장이 자리를 주도하는 분위기다.

비가 많이 오는 중에 자리를 파했고 O부처장은 취한 듯 보였다.

그래도 O부처장은 비서실장과 인사처장에게 택시비를 넣어주고 자기 차를 대리운전 해 집으로 향했는데 금방 또다시 나타나서는 대리기사가 쓸데없이 많은 돈을 요구한다며 차를 두고 가겠다고 했다.

내가 택시를 함께 타고 집 앞까지 바래다 드리고 집으로 왔다.

차비가 16,200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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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처장을 모시고 회식이 있는 날이다.

나도 어떤 모임인지 오늘 회식의 성격에 대하여 정확히 모른다.

그런데 한식집 다연에 도착해보니 비서실장과 P부처장까지 자리에 함께 있었다.

식사가 시작되면서 오늘 왜 회식을 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는데 O부처장 둘째 딸이 이번에 한전에 합격했고 더군다나 신입사원을 대표해서 답사를 하기로 예정되어 있어 이를 기리기 위하여 아빠가 기분 좋아 한 턱 쏘기로 했다는 것이다. 발렌타인 30년산과 21년산을 마셨다.

높은 분과 기분좋은 술자리를 가질 생각에 꼬불쳐놓은 술 중 가장 고급스런 술을 들고 나오신 듯하다.

비서실장이 모임의 분위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했다.

내가 보기엔 오지랍이다.

객이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위가 높고 낮음을 떠나 모임의 성격에 따라 그 자리가 자신을 위한 자리인지 남을 위한 자리인지를 구분하여 바르게 처신해야 한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며 조용히 반면교사를 생각중인데 비서실장이 내가 너무 조용히 앉았다며 마음 변한 것 아니냐고 묻는다.

이분은 테니스도 개구리 튀듯 예측불가능의 방향의 볼을 구사하는데 말씀의 뉘앙스도 요상하다.

난 그냥 원래 조용한 사람이라며 받아 넘겼지만 스케줄을 잡아 저녁식사라도 한번 모셔야 할 것 같다.

15년 가까이 테니스 친구로 지내다 보니 내가 너무 스스럼없어 그러시는  것을 잘 안다.

평상시 엄청 꼬장꼬장하셨던 분인데 비서실장 직위에 너무 오래 머물면서 교만이 깃들었는지 요즘은 조금씩 도를 넘어서는 조짐을 보인다.

진정 그를 아낀다면 그에게 그런 조짐이 보이니 남들에게 책잡히지 말고 행동거지를 조심하라고 말해 주었어야 한다.

아이러니칼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스스로 깨닫게 하기 전에는 절대 그런 직접적인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흠결을 지적하는 순간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