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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7

20070203 감동은 주고 받는게 아니고 꺼리를 찾아내는 것

by 굼벵이(조용욱) 2024.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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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3(토)

아침 8시 30분에 한전 본사 북문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청계산으로 인사처 전체가 산행을 갔다.

사장님이 인사처 식구들이랑 산행을 하시고 싶어 하셔서 갑자기 마련되었다.

일반인은 4시간 이상 걸려야 마칠수 있다는 산행코스를 우리는 3시간에 마치고 산 끝자락에 위치한 오리집에 모였다.

언제나 처럼 술폭탄이 돌아갔다.

사장이 돌리는 잔을 필두로 PJ전무가 돌리는 잔, 처장이 돌리는 잔, SSA여성과장이 돌리는 잔까지 4잔의 폭탄을 거푸 마셨다.

회사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노래를 부르라고 해 소양강 처녀를 불렀다.

그냥 어린아이 처럼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놀이에 몰입했다.

앞으로는 그렇게 살 작정이다.

노는 자리에서 수줍어하거나 점잔 빼면 안된다.

다른 생각을 갖거나 잔머리 굴리지 말고 그냥 놀이에 흠씬 취해버려야 한다.

버스가 회사 안 주차장에 도착해 모두들 내려 집에 갈 차비를 하고 있는데 처장이 한 잔 더 하고싶어 했다.

그게 연결되면 술자리 불씨가 무섭게  살아나기에 총무팀장이 그냥 가시라며 억지로 차에 태워 보내드렸다.

KJH과장이 함께 타 그를 모시고 갔다.

집에 돌아와 잠깐 눈을 붙인 후 In search of excellence(초우량기업의 조건)을 읽기 시작했다.

집사람이 내곁에 다가와 말을 건다.

지난번 목계에 견지낚시 갔을 때 여주휴게소에서 우동을 먹을 때 이야기를 꺼낸다.

우동엔 고춧가루가 들어가야 제맛이 난다며 집사람이 고춧가루를 찾기에 내가 얼른 일어나 가져다주었는데 그게 자신에겐 그렇게 감동스러울 수가 없었단다.

너무 감동스러워서 자신의 동료에게까지 이야기를 했단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무심했었으면 그런 하찮은 일에 조차 집사람이 감동을 받을까.

남들은 그냥 당연하거나 아무런 감동 없이 지나는데 자기에겐 그게 그렇게 감동적이었단다.

어찌나 감동스러웠는지 그 말을 하는 순간에도 눈물 콧물을 빼면서 깔깔거렸다.

사람의 감정은 그렇게 단순하다.

그렇게 하찮은 작은 배려에도 아주 깊이 감동하는 우리다.

나이들면서 점점 섬세해지는 듯하다.

그래야 세상이 아름답고 멋지고 행복하다.

감동은 주고 받는게 아니고 일상에서 크고 작은 감동꺼리를 찾아내는 거다.

나이들면 모두 생각이 원숙해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