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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7

20070422 삶 그 자체가 모두 전쟁

by 굼벵이(조용욱) 2024.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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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4.22(일)

한동안 일기를 쓰지 못했다.

사이버 대학교 중간고사 본다고 일기 쓸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시험 준비도 그렇지만 사장과 처장이 새로 바뀌자 주문도 많아 꼼짝할 여유조차 찾지 못했다.

KYS이도 발령이 나서 인사관리팀으로 가게 되었다. 대신 SWS과장이 내게로 왔다.

사장 생각도 처장의 생각도 정말 유치하다.

본사 인력을 3년마다 뱅글뱅글 돌리겠단다.

이런 생각들이 나를 많이 괴롭힌다.

그렇게 하면 조직이나 회사에 충성도가 많이 떨어진다.

여기는 공무원 집단이 아닌데 사장은 오자마자 공무원집단처럼 모든 사람들을 3년마다 순환보직 하란 거다.

누군가가 그런 그를 좀 말려야 하는데 아무도 나서질 않는다.

신임사장 앞에 함부러 나섰다간 자칫 피 박살이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 소리 말고 내 안에서 불만을 소화시킨 후 조용히 지내야겠다.

매사 삶 그 자체가 모두 전쟁이다.

각자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

살아 남으려면 이 전쟁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각자 인고의 나날을 오랫동안 버티고 지내다보면 자신의 자화상은 아주 많이일그러지고 왜곡된다.

하지만 그래도 생존은 할 수 있다.

누구 하나 빼놓지 않고 다 그런 삶이 주어진다.

그러고 나면 몸에도 마음에도 깊은 주름이 파여있을 수밖에 없다.

 

일요일(22일)에 여울과 견지에서 시조회를 했다.

그자리에서 내 옆에 서 있던 산물 김남식 선생이 이런 말을 한다.

"식물들도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전쟁을 한다."

식물들도 생존을 위한 경쟁이 엄청 치열하단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어 일면 멍청한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나름대로 전쟁을 벌이는 내 모습과 너무 비슷하다.

그래서 삶이 힘들고 어렵다고 하는 모양이다.

 

토요일엔 목계에 들러 권재구씨가 주는 견지낚싯대를 하나 선물받았다.

탱크 청대라나 뭐라나 암튼 좋은 거란다.

낚시 하라고 구더기와 깻묵도 주었다.

고마움의 표시로 3만원을 드렸다.

안 받으시겠다는 것을 억지로 드렸다.

그랬더니 내가 여우섬에 가는 길에 낚시 포인트를 알려준다고 차를 가져와 빠뜨리는 바람에 내 차로 그걸 꺼내주느라 애를 먹었다.

그바람에 시간을 많이 허비해 낚시를 제대로 못했다.

달랑 누치 한 마리와 강준치 한 마리를 잡았다.

그거면 됐다.

두 번의 입질이 있었지만 물고기의 움직임이 거의 없다.

조금 시간이 더 지나 날씨가 좀 더 따뜻해져야 할 것 같다.

곧바로 가덕교 아래 여울로 달렸다.

끄리 몇 마리 잡으며 손맛은 보았다.

시조회 행사에 30000원의 축복 기원금을 내었다.

시조회 행사가 끝난 후 바로 입수했는데 처음에 한 번 대물이 붙었다가 터지는 바람에 많이 아쉬웠다.

그녀석을 걸어 올렸으면 아마도 내가 1등을 했었을 것이다.

끄리 한 마리와 모래무지 한 마리를 잡고 대회를 종쳤다.

물고기가 안 잡히면 곧바로 자리를 옮겼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물고기는 물살과 더불어 수온과 더불어 이동하는 습관이 있다.

방류되는 수량이 적어 물살이 죽었음에도 계속 그 자리에서 하느라  물고기를 제대로 낚지 못했다.

'하늘구름'이 내 옆에서 줄을 흘려 2등의 영예를 안았다.

처음 얼마간 조황이 안 좋으면 즉시 자리를 옮겨야 한다는 생각을 잠시 잊었던 것 같다.

OSK실장이 함께 독락정에 가자고 해 내가 처음 견지를 배웠던 자리 독락정에 들렀다.

거기서 우리는 정말 엄청나게 많은 끄리를 잡아냈다.

장모님 생신이라 처가에서 저녁식사를 같이 해야 한다는 사전 약속만 없었으면 더 많은 물고기를 잡았을지도 모른다.

잡은 물고기 끄리를 가지고 서울로 올라왔다.

길이 많이 막혔지만 마침 주문해 놓은 저녁 식사가 도착하는 시간에 나도 동시에 도착해 온 식구가 함께 식사를 했다.

내가 가져간 끄리를 장모님이 모두 다듬어 바리바리 봉지에 쌌다.

늦게 도착했지만 어쨌거나 저녁을 함께 했고 장인어른과 술 한 잔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맛보았으니 모두가 만족한 하루였던 것 같다.

너무 피곤해 집사람이 운전해 오는 길에 내쳐 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