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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7

20070424 나는 인재사관학교 교관이다

by 굼벵이(조용욱) 2024.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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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4.24(화)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엄청 바쁘다.

아침 일찍부터 인사혁신 로드맵을 처장님께 보고했다.

까탈스런 처장님도 흔쾌히 OK 사인을 보내와 기분 좋은 마음으로 전무님한테 내려갔는데 전무님이 욕심이 너무 많으시다.

당신 생각과 배치되는 몇 가지 사안을 들추어 시비가 시작되었다.

임원 인사평가가 특히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내게 “이젠 전무들한테까지 찍히고 싶은 모양이지?”라는 말씀까지 하신다.

승진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도 다른 생각을 말씀하시는데 내가 보아서는 영 아니다.

가슴이 답답해 온다.

정부의 로드맵이나 다른 민간기업의 로드맵을 참고해서 그럴듯한 로드맵을 만들란다.

적어도 5년 후 10년 후의 청사진을 내어놓을 수 있는 형태로 로드맵을 그리라고 한다.

맥이 풀린다.

적어도 인사분야에 관해서는 정부나 다른 민간기업에 이만한 수준의 로드맵은 없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만의 경영환경에 적합한 로드맵에 불과하지 우리완 전혀 거리가 멀다.

전무방을 나와 처장에게 가 전무님 말씀을 전하며 우리의 실정을 모르는 신임 사장이 자꾸만 딴소리를 할 거고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가 힘드니 우선 만들어 놓은 로드맵을 먼저 들이밀어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의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처장도 공감했다.

오후에는 프리라이더 관리방안을 들고 갔다.

처장도 전무도 모두 ok다.

신임 사장이 오면 바로 보고할 수 있도록 처장에게 문서를 드렸다,

과장들이 줄줄이 서류를 들고 오는데 검토할 시간이 없어 정신이 없다.

강민석과장은 내가 바빠 죽겠는데 눈치 없이 제 편의에 따라 불쑥불쑥 나타나 서류를 들이민다.

강과장이 가져온 규정개정 내용 알림에 대한 기안서를 보면서 여러번 수정을 거듭했다.

덜렁거리며 가져오는 서류에 어느 구석이든 꼭 틀린 내용이 한두군데 들어 있다.

내 어릴적 모습과 흡사하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그만큼 경험이 적다는 것이고 경험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그 분야에 대한 생각의 범주가 좁다는 것이다.

경륜은 개인의 역사고 개인이든 조직이든 나라든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그만큼 진화에 어려움이 있다.

김병옥 과장은 정말 보석 같은 친구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결점을 완벽하게 보완해 주는 친구다.

성격도 나와 정 반대인 듯하다.

이 친구만 곁에 두고 일해도 큰 어려움이 없이 대부분의 일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이 친구가 임원 추천위원회 운영규정에 대하여 협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며 나를 설득시키는데 논리가 너무 명확해서 내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여러번 연출했다.

이 친구는 내 오른팔 역할을 하고있다.

이명환 과장이 신이 났다.

내가 처장과 전무 앞에서 이친구를 추켜세워 주었더니 마음이 풍선이 되었다,

처장이 그를 칭찬을 해 주었다.

나는 이 친구가 인하대 전기과 출신인데 사무직보다 일을 잘한다며 칭찬을 거듭했다.

처장이 인하대 출신이어서 일부러 인하대 전기과를 강조해 주었다.

내게 부정적이었던 처장은 이제 완전히 내편으로 돌아섰다.

송호승 과장을 대동해 프리라이더 보고서를 들이밀자 처장은 OK사인을 보내면서 내게 '기술직군이면서 보고서를 참 잘 쓴다'는 칭찬을 했다.

과장이 만든 것 같지만 실은 내가 토씨 하나까지 고쳐가며 여러번 수정한 보고서다.

그러니 사무직 뺨치는 보고서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각 직군의 대표선수를 뽑아 와서 모두 능력있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옆에서 송과장이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기분이 엄청 좋았을 것이다.

사람은 이렇게 구체적인 사안을 꼭 찝어 칭찬을 해주면 마음이 붕 뜨게 된다.

저녁에는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내적 동력에 따라 열심히 일하는 과장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흐믓했다.

이제 그만 퇴근하자는 나의 제안이 여러번 있었음에도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서 자신들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

나는 퇴근을 종용하며 9시 반에 먼저 나왔다. 

어떤 형태의 조직이 만들어지더라도 내가 이끄는 조직은 최고 정예의 일꾼으로 만들 것이다.

누군가가 내게 우리 인사제도팀을 인재사관학교라고 불렀다.

나는 인재사관학교 교관의 역할을 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