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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7

20070709 아버지, 당신이 그립습니다.

by 굼벵이(조용욱) 2024.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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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7.9(여울과 견지에 글을 싣다.)

 

아버지, 당신이 그립습니다.

 

요즘은 확실히 주말 견지낚시에 중독이 된 것 같다.

전에는 주말에도 회사와 집을 구분 못했었는데 요즘은 한 주 동안의 어려움을 늘 주말의 즐거움으로 미루어놓는다.

금요일이 되면 한껏 기분이 부풀어져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웃음을 선사하는 이유도 아마 내일의 즐거움을 미리 앞당겨 생각하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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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센트 미하이’의 ‘몰입의 경영’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물질적 소유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면 건강에 해롭다고 한다.

물질적인 가치에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은 대체로 다른 사람에 비해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친구도 적을뿐더러 안정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다...............(중략).........

개인의 행복을 측정하는 가장 좋은 척도 중 하나는 그 개인이 과연 더 이상 바라는 게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이든 결핍되어 있다는 느낌을 가지는 한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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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한탄강을 다녀왔다.

아버지가 6.25 때 소위 달고 임관해서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까지 직업군인 생활을 하신 덕에 강원도 구석구석을 아주 어린 시절에 경험했었다.

6.25당시 보병 소대장은 진두에서 ‘공격하라’를 외치다가 장렬히 전사하신 분들이 많았지만 다행히 전쟁 말기인 데에다 포병이어서 후방에서 대포알만 날리면 되기에 67세로 임종하실 때까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으로 자리매김 하셨다.

그 아버지가 군 생활 하시던 중 즐겨 찾으시던 한탄강이다.

내가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어머님 말씀에 낚시이야기만 나오면 대대장하고(아버지가 중대장시절이었던 것 같다) 한탄강 바위 위에서 낚시하셨던 추억을 말씀하신다.

아버지의 추억이 어린 상상 속 한탄강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래서 정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어머니 말씀으로 한탄강은 정말 깨끗하고 아름다운 강이었는데(하기야 50년대에는 청계천도 깨끗했으리라) 지금은 많이 오염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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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바늘 드리우기가 무섭게 달라붙는 피라미의 공격을 피해 누치 한 마리라도 걸어볼 심산으로 줄을 흘려보지만 무언가 누치 비슷한 놈의 강한 입질로 딱 한번 긴장했던 것 이외에는 누치 얼굴은 구경도 못했다.

고인돌 사령관님이 여울을 접수했지만 적비 한수 걸고는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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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누치 대신 많은 정겨운 분들을 낚았다.

이번에 가입하신 읍사무소 송주사님, 얼굴은 엄청 tough 한데 마음은 대따 soft한 조상덕 선배님, 생김도, 매너도 홀인원급인 꺽지님(닉과 이미지가 잘 안 맞음), 언제나 생기가 넘치는 피라미 친구(두 번의 조우가 인상적이다), 친구와 가족의 사랑을 한 몸으로 받고 있는 소은아빠 등 모두가 오늘의 대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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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사이버준이 작은 아픔을 이야기한다.

여러 선후배가 자신의 육합대를 가지고 싶어 하는데 만드는데 한계가 있고 이러다가 인심만 잃을 것 같다며 어찌하면 좋을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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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짓대를 만드는 일은 자신의 정성과 혼을 담는 일이다.

대 하나, 꼭지 하나에 소중한 시간을 온갖 정성으로 담아낸다.

그걸 누구에겐가 선물한다는 것은 자신의 영혼의 일부를 나누는 행위일 터인데....

주고 싶은 사람도 많고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은데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 다른 마음을 접고 그냥 이벤트라도 한번 열어서 당첨자에게 선물하는 방법은 어떠냐며 내게 살짝 고민을 털어놓는다.

나도 함께 고민에 빠지지만 딱히 어떤 이벤트가 좋을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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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견지학당에서 청우 염광호님하고 수원민박에서 견짓대를 하나 만들었다.

이슬이 두어 병은 위속에 담고 하는 자작이라 설장 구멍이 아른거려 설장 살 여러 개를 아작 내는 바람에 청우님이 조금 도와주시기도 했다.

약대처럼 생겼지만 탄력도 좋고 60에 가까운 대물도 너끈하게 낚아 올린다.

바닥을 읽는 느낌도 얼마나 예민한지 여울에 들어설 때면 다른 견짓대 보다 최우선으로 그걸 들고 대물사냥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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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끝자락에 선 사람들은 다음 세 마디를 남긴단다.

그 때 좀 참을 걸

그 때 좀 베풀 걸

그 때 좀 더 재미있게 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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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는 삶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진실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게 무엇일까?

칙센트 미하이가 그 해답을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자유의지는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도 있고 가두어놓을 수도 있다.

난, 좀 더 재미있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