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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217 집이 지옥같다

by 굼벵이(조용욱) 2024.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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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출근과 동시에 희망퇴직 및 조직 활성화 방안에 대한 김우겸 전무와 부사장님의 결재를 받았다.

이어 감사실장에게 가 설명을 마친 뒤 허처장님에게 서류를 드려 감사와 사장 사인을 받게 했다.

이로써 길고 긴 장정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사장 결재와 동시에 미리 사전에 준비하고 있던 희망퇴직 공문을 발송했다.

모든 것이 내가 미리 정한 스케줄대로 착착 진행되었다.

준비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다른 말이나 행동이 필요 없다.

그저 잘한다!’는 칭찬 한마디면 끝이다.

그걸 몰라서 매일 체크하고 다그치며 새로 고치고 고함을 지르는 사람은 그만큼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매사를 자신이 직접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부하직원이 자기 책임 하에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제대로 된 문서를 가져갈 리가 만무하다.

어차피 깨질 것 잘 해 가 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허점을 가져가야 더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게 할 것이다.

***************

 

집에 가서 집사람과 화해의 술 한 잔 나누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최준원 차장이 오늘 김병옥 차장 건 사장님 결재도 났는데 책거리를 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에 지금까지의 룰을 깨뜨릴 수가 없어서 내 생각을 접고 그러자고 했다.

모두들 술이고 안주고 맛나게 잘들 먹는다.

난 이런 차장들이 있어 행복하다.

나도 맥주를 세잔이나 했다.

회식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니 10시다.

와인 드라마 떼루와연속극을 보았다.

집사람이 말없이 내 침대로 와 눕는다.

무언가 어제의 잘못을 뉘우치고 화해의 동작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나도 그 옆에 누웠다.

잠시간 아무 말이 없었다.

누운지 채 1분이나 되었을까 그녀가 일어나 다시 나가버린다.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이든 사과의 말을 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내 생각과 달리 그녀는 내가 그녀를 안아주기를 원했을지도 모른다.

동상이몽이라더니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잠시 누워있다 못견디고 나간 듯하다.

분노의 마음을 가지고 잠이 들면 몸도 안 좋고 자다가 중간에 깬다.

오늘도 예외 없이 새벽 두 시경에 눈을 떴다.

그 때까지 집사람은 거실에서 무언가를 하고있는데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

수십년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라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다.

생활 패턴이 다르다는 것도 생각 패턴이 다른 것 이상으로 견뎌내기 어렵다.

내가 늦잠 자는 작은 녀석을 비난하는 말에 그녀가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고 내게 그렇게 심한 말을 했던 것도 이런 행동패턴에 기인한다소 본다.

어찌 보면 아이의 그런 행동패턴을 자신이 가르친 것이나 다름없다.

아이든 엄마든 엄마가 쉬는 주말이면 한나절을 같이 잠으로 보낸다.

인생을 거꾸로 사는 것이다.

나는 도저히 그런 생활패턴을 이해할 수가 없다.

살피건대 그렇다고 밤을 의미 있게 보내는 것도 아니다.

작은 놈은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거나 밤거리를 싸질러 돌아다닌다.

오늘은 집사람과 함께 술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그녀는 속으로 나를 삐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안다.

말 속에 뼈를 담아 내가 역린으로 생각하는 자존심을 짓밟아놓고 뒤집어 엎고 싸울 수 없어 말문을 닫은 나를 삐돌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번엔 몇 달 동안 그녀가 말문을 닫았다가 힘들게 겨우 말문을 열었었다.

그런 그녀의 행태에 내가 이의를 제기했었는데 이번엔 내가 말문을 닫으니 속으론 제 놈도 별수 없으면서...’ 하고 생각하는 듯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혼을 하는 순간 서로가 가장 추악한 형태로 바뀐다.

오랜동안 참이왔던 것들이 폭발하며 생기는 일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집이 점점 지옥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