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8(수)
전방위 보직에 따른 임금 차별화방안에 대하여 전무님 결재를 마쳤다.
이도식 전무님도 하위직 보직자나 무 보직자에 대한 임금 감액이 수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임금 체계가 직무급이 아닌 경력급 체계를 유지하고 있고 퇴직금에도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인건비 제도 변경에 관한 사항은 노조와 합의를 해야 하는데 노조가 이를 반대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어 달리 방법이 없었으므로 그냥 상위직 직무 수행자에게 직무대행 수당 8만원만 추가지급하는 것으로 했다.
전무님도 고민하다가 내 서류에 사인했다.
나중에 사장님이 무어라 하시면 어쩌나 하고 고민을 하셨다.
그 때에는 임금체계를 경력급에서 직무급으로 바꾸기가 너무 어렵고 직책수당의 신설을 정부가 금하도록 하고 있으며 노조가 반대한다는 말씀을 드리라고 했다.
그리고 또다시 지하 TDR 룸에 내려오셔서 최종 보고서에 대한 스크리닝을 해달라는 부탁을 드렸다.
꼭 오시겠다고 하셨지만 하루 온종일 전무님 실에 보고가 밀리는 바람에 정신없이 바빠 내려오시지 못했다.
처장님이 일찍 퇴근하셔서 집사람에게 곧바로 메시지를 넣었다.
말없는 무언의 전쟁이 사흘 이상 계속되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7시쯤 퇴근해서 7시 반 경에 정성본 샤브샤브 집에 도착했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집사람이 곧바로 도착했다.
지난번에 먹어보니 샤브샤브를 먹는 게 다른 어떤 것 보다 웰빙 음식으로 제격인 것 같았다.
우리는 소주를 두병이나 마셨다.
물론 집사람도 서너 잔 했으니 거의 병반을 혼자 마신 셈이다.
한 병이 조금 넘었을까 했을 때 도둑이 제발 저리다고 집사람이 먼저 말을 꺼냈다.
집사람 : “그런데 왜 주말에 기분이 안 좋았던 거예요?”
나 : “당신 역린이란 말 알아?”
※ 역린이란《한비자(韓非子)》 세난편(說難篇)에 나오는 말이다.
용(龍)이라는 짐승은 잘 길들이면 올라탈 수도 있지만 그의 목 아래에 있는 직경 한 자쯤 되는 역린, 즉 다른 비늘과는 반대 방향으로 나 있는 비늘을 건드리면 반드시 그사람을 죽인다고 한다.
“역린이란 거꾸로 선 비늘이란 뜻인데 이걸 건드리면 무척이나 힘들어 한다는 말이야”
“그런데 그날 당신이 나한테 한 말은 내게는 바로 역린에 해당하는 말이지.
난 OO대학교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아. 그래서 학력을 세탁하려고 연세대학교를 간 거고...
사실 서울 대를 가고 싶었지만 서울 대는 주간이었기에 더 이상 부모님께 폐를 끼칠 수가 없어서 그렇게 못 한거야.
아버지한테 딱 한번 입학금만 대주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하고선 연세대학을 간 거지.
그런데 당신이 내게 OO대학교 들어가서 무얼 어떻게 했냐는 질문을 했을 때 나는 심한 분노를 느껴 더 이상 말을 하게 되면 분노가 폭발해 무언가 잘못 될 것 같아 입을 닫은 거야.”
집사람이 다른 이야기를 했지만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모든 이야기가 그냥 변명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
사람의 대화는 자신에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
항상 상대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집사람은 그걸 모르는 것이다.
그날 난 그녀의 눈에서 분노를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가끔씩은 이런 일들로 아웅다웅 하면서 새로운 학습이 이루어지는게 아닌가 싶다.
연속극 떼루와가 해피엔딩으로 대미를 장식할 무렵 우리부부는 해피엔딩을 감상하며 사랑을 나누었다.
술을 두병이나 마셔 잘 되지 않았지만 용을 써가며 커다란 신음소리와 함께 마무리를 잘 지었다.
여기서 용 이야기가 또 나오다니.
(여기서 쓰인 용은 자전에 의하면 龍자가 아니고 用자로 일본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중국어로는 用力으로 표기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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