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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47 모처럼 일찍 귀가한 날

by 굼벵이(조용욱) 2024.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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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7()

지난 일요일의 낚시여행이 많이 힘들었나보다.

월요일에 출근 했는데 하루 온종일 피곤하고 졸렸다.

역시 낚시는 심한 노동을 요하는 레포츠인 것 같다.

사실 낚시가 심한 육체노동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신을 집중하다보면 정신적으로 심한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견지낚시는 물 속에 들어가 물살을 견뎌내야 하기에 육체적인 피로감도 수반된다.

하지만 물의 부력으로 허리에 부담도 덜하다.

물살이 그리 세지 않으면 육체적인 운동량은 등산이나 테니스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될만큼 적다.

그런데 늘 테니스나 등산 보다는 낚시를 마치고 온 저녁에 더욱 심한 피로감으로 골아떨어진다.

낚시가 요구하는 정신적 피로도가 높다는 것 외에는 달리 원인이 없는 것 같다.

 

오늘은 좀 여유롭게 보냈다.

TDR 보고서를 해당 Process Owner 에게 발송하고 김병옥 차장에게 승진관련 규정 개정안 작성을 지시했다.

이달 중에는 규정 개정안 공포까지 완결하도록 했다.

 

이달 월간 인사관리를 읽었다.

별 흥미로운 기사가 없다.

잭웰치도 단기성과의 강조를 후회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눈에 들어온다.

 

모처럼 조행기를 써서 여울과 견지 카페에 올렸다.

 

전무님을 전담하는 박인환 차장이 내게 토요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달란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는 당연히 참가해야 한다.

그러나 주말에 낚시를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일단 어렵다고 했다.

이런 좋은 기회에 승진운동 겸해서 전무님 앞에 알짱거리며 잘 보여야 하는 데 낚시갈 생각이나 하다니...

오늘은 저녁식사도 안하고 일찍 집에 들어갔다.

집 안이 썰렁하고 허전하다.

그렇게 일찍 들어가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집사람에게 전화하니 전화를 안 받는다.

두 번이나 했지만 안 받는다.

이런저런 딴 생각이 올라온다.

미자네 치킨 집에 가서 맥주나 한잔 하고 갈까...,

아니면 현암 선생 불러 간단하게 소주나 한 잔 하고 들어갈까 고민한다.

에이 그냥 집에 가서 영화나 한 편 보자고 마음을 바꾼다.

막 집으로 가는길에 있는 교대 후문을 들어서는데 집사람이 전화를 했다.

오늘 주부사원 한사람 송별식이 있었단다.

곧 집에 들어오겠단다.

들어서며 고기 몇 점 못 먹었는데 냄새만 옷에 배었다고 투덜거린다.

나 때문에 고기를 덜 먹었다는 이야긴가......?

저녁으로 무얼 먹을 건지 주문하란다.

밥이 없으니 라면을 먹던 만두를 먹던 식은 밥을 먹던 아무거나 주문하란다.

나는 그냥 아무거나 달라고 했다.

집사람이 라면을 끓였다.

그걸로 안주하긴 글러 술은 생략했다.

경신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존화로 자신의 군대생활 이야기를 하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못알아 듣겠다.

말이 워낙 빠른 데에다 웅얼거려서 잘 알아들을 수가 없다.

대화는 타인 중심으로 해야 하는데 누구나 자기 중심으로 이야기해 상대방이 알아듣고 이해하는 데 애로가 있고 듣는 사람도 자기 중심으로 들어 오해가 생기는 거다.

자기 훈련 이야기, 외박 이야기, 준택이 군대간 이야기 따위다.

나랑 별 관계가 없는 자신 주변이야기다.

호신이에게 군에 가야 하는 이유를 잘 정리해서 이야기 해 주어야 하는데 마땅한 이야깃거리가 생각나지 않는다.

오늘 아침에도 식탁에서 한마디 했다.

네 피부가 엉망인 것도, 네 이빨이 엉망인 것도 다 네 식습관이 잘못되어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사람이 편식을 하면 특정부위만 강해지고 다른 부위는 약해져서 결국 약한 부위의 내장에 트러블이 생기고 결국은 이로 인해 죽게 된다는 논리를 설명해 주었다.

녀석은 귀찮다는 듯이 내 말을 흘러 듣고 있다.

녀석에게 식후에 이 닦는 습관을 들이라고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해도 녀석은 내 말을 듣지 않고 계속 밥 먹고 바로 들어가 눕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나도 집요하게 녀석의 습관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애엄마가 함께 노력해 주어야 하는데 애엄마는 내 생각이나 노력을 까뭉개며 반대로 아이를 옹호해준다.

그럴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지만 꾸역꾸역 참아내 왔다.

맛있게 라면을 한 사발 먹었다.

집사람은 내게 무슨 라면을 그렇게 맛있게 먹느냔다.

후루룩거리며 라면을 먹고는 우두둑 우두둑 김치를 씹어 먹는 소리에 침이 고인단다.

내 블로그에 조행기를 올리고 여울과 견지, 여섯 줄의 선율에 그 글을 퍼 올렸다.

집사람이 무슨 글을 올렸는지 알고 싶어 하기에 집사람에게 조행기를 보여줬다.

괜찮아 하는 것 같다.

어영부영 시간이 많이 흘렀기에 영화보기를 포기하고 그냥 잠자리에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