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409 술이 떡이 되어도 업무에 대한 생각은 여전

by 굼벵이(조용욱) 2024. 6. 27.
728x90

20090409()

지난 이틀간 술로 몸을 너무 많이 망쳐버렸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을, 그럴 필요가 없었는 데에도 바보처럼 지나치게 과음했다.

그제는 안규선 부장과 김완호 부장을 접대하는 날이어서 동해 횟집에 갔었다.

나는 소맥만 마시고 싶었는데 소주만 마시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어 두 가지를 함께 마시다 보니 과음했던 것 같다.

김완호가 한잔 더 하자고 해 생맥주 집에 가서 생맥주 한 잔 더 하고 들어왔다.

택시를 타고 나를 먼저 내집앞에 내려 주고 자기집이 있는 목동으로 가는 김완호 차안에 택시비 3만원을 넣어주었다.

김완호는 한전인의 성실성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누가 봐도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란다.

하라는 대로 교과서적으로 참 잘한단다.

그러나 야생의 생존 능력은 민간기업에 비하여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CEO 김쌍수는 이런 양반 샛님 한전인들을 야생으로 내 몰려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를 중심으로 약간의 저항도 있지만 대부분 정말 성실하게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

마음이 움직이는 것인지 몸만 움직이는 것인지 모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들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그것에 사장님도 감탄하고 즐거워한다.

한전은 평균적으로 2년마다 사장이 바뀐다.

대통령이 바뀌면 당연히 바뀌고 임기 중 장관으로 입각하는 경우가 있으면 또 바뀐다.

바뀌는 CEO마다 자신이 최고의 경영자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지난 역사속 모든 CEO가 주장해 왔던 경영스타일은 부정된다.

최고이기에 자신만이 옳은 것이다.

따라서 그를 따라야만 하는 한전인은 그걸 믿는 척이라도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비록 돌아서 욕하며 임기가 끝나는 3년 후를 기다리는 경우에도 면전에서는 믿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그것이 누구나 입사 이래 학습된 생존법칙이다.

그러니 착한 한전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그들에게 돌을 던지며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새로운 CEO들은 대부분 처음 부임하는 순간 몽둥이찜질부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게 경영의 기본이란다.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불안과 긴장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불안과 긴장은 적당한 수준으로 간헐적이어야 한다.

사람의 몸도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불안하면 암 따위의 질병을 일으키듯 조직도 지나치면 중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어쨌든 김완호 안규선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내가 지나치게 술을 많이 한 것 같다.

다음날 아침이 무척 힘들었다.

 

어제는 이유호 처장과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이처장은 지금 동부지점에서 정년 대기 중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분은 평소엔 말이 거의 없다가 술이 들어가면 말이 많아지신다.

백재현, 권춘택, 임청원, 강현규, 나까지 그 많은 사람들을 앞에 놓고 누에그치 실 뽑듯 이야기를 혼자 이어간다.

너무 졸리고 피곤해 잠깐 졸았다.

정년퇴직 예정자도 현업에 종사하도록 하다보니 연수원에 있으면 당연히 받았어야 할 연구비를 지급받지 못한다.

업무추진비도 없는 모양이다.

연수원에서 TDR 활동을 하고 싶어 하신다.

연구비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템이 충분히 있다고 하신다.

내가 보기에도 그럴 것 같다.

내 선임부장으로 계셨기에 문제의식이 있어 수많은 세월 야전에서 온갖 문제점들을 보아왔을 것이고 나름대로 해결책을 고민해 왔었을 수 있다.

돌아가는 그의 택시 안에 내가 택시비로 5만원을 넣어드렸다.

이 사항을 우리 TDR 과제로 만들어 보고하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