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22(수).
아침 회의시간에 처장님이 몇 가지 오더를 내렸다.
전무님이 정부 경영평가가 걱정이 되어 수검준비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궁금해 하시고 MBO 일정도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싶어 하신단다.
증빙자료와 MBO 추진일정을 들고 전무님 방에 내려가 설명을 드렸다.
전무님이 내 보고를 듣고 안도하며 좋아하신다.
전무님은 어찌 보면 참 순수하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이 드러난다.
입에서 가끔 거친 욕이 튀어나오지만 그것은 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면서 늘 보고 듣던 것들이어서 오히려 정겹기까지 하다. 욕도 때론 순수성의 또 다른 표현이다.
오승균 전무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녁에 옛 친구들 모아 술 한 잔 하잔다.
김응태와 권춘택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응태는 군말 없이 승낙을 하는데 권춘택은 대뜸 누구랑 만나느냐고 물었다.
그의 속마음이 투명하게 내비치는 듯해
“넌 사람 봐서 오고 안 오고를 결정하니?” 하고 되물었다.
아마도 움찔했을 거다.
그는 내가 전화를 하면 늘 그런 식의 질문을 해서 자신의 얄팍한 속셈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그는 다른 약속이 있어서 어차피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 그냥
" 나 다른 약속이 있어 어려운데 혹시 누구랑 만나는데?" 하고 질문했다면 내가 그런 식의 질문은 하지않았을 거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데 자신의 얄팍한 속셈이 드러나니 그도 마음이 불편했는지 나 없는 사이에 내게 전화를 했었던 모양이다.
나도 설령 속이 뒤집어지더라도 그런 식의 직면은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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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사장은 그 유명한 OO OO텍의 LD사장 동생이다.
오전무님이 우리랑 만나기로 약속한 후에 L사장으로부터 같은 시간에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지만 거절할 수 없어 그냥 우리랑 함께 만나기로 해버린 모양이다.
우리야 딱히 다른 목적이 있어서 만나는 것도 아니고 오랜만에 그냥 술 한 잔 할 목적으로 만나는 만큼 합석해도 그리 문제될 것이 없다.
그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분도 한전인 출신답게 순수하고 성실한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식사를 마치고 헤어져 집에 들어가는 길에 김응태가 맥주 한 잔 더 하고 가잔다.
그냥 가고 싶었지만 난 그런 제안을 잘 거절하지 못한다.
롯데 백화점 앞에서 맥주 세 병인가 네 병을 더 마시고 들어왔다.
호신이 핸드폰을 바꾸어주었다.
녀석이 직접 고른 모델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더니 하루 만에 도착했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혹시 술 마시다가 잃어버리지 않을까 싶어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잊지 않고 가져다주니 녀석 입이 귀에 걸렸다.
그래, 지지고 복고 싸워도 그렇게라도 사는 게 가족이다.
녀석이 하루 빨리 바른 생각을 가지고 바르게 살았으면 좋겠다. (중간고사 중)
오늘 아침 회의시간에 권태호부장에게 불편감을 주었다.
내가 본분을 잃고 나서지 말아야 할 자리에 나서고 말았다.
권태호가 보고하는 내용 중 에너지 기술 평가원에 기반기금센터 인력을 고용승계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처장님이 그 내용을 잘 몰라 하셨다.
나는 먼저 기반기금센터 직원으로부터 그와 비슷한 내용을 들었던 기억도 있고 해서 이해에 도움을 주려고 처장님께 부연설명을 해 주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게 권부장에게 상처를 주었던 것 같다.
미안하기도 해서 사과할 겸
“내가 잘못 알았네.”
하면서 전화를 했더니 불편한 심기를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회의를 다들 짧게 끝내고 싶어 하는데 왜 그러느냐”고 따져물었다.
내가 구차한 변명을 이어가는 도중 그는 전화를 그냥 끊어버렸다.
나도 기분이 몹시 상했지만 잘 견디어 냈다.
내가 공연스레 끼어들어 권부장에게 상처를 주고 그로 인해 나도 상처를 받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바보 같은 짓은 더 이상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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