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04(월)
호신이와 또 전쟁을 치렀다.
식후에는 반드시 이부터 닦으라고 수도 없이 이야기했는데 녀석은 제 스스로 이를 닦은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어떤 행위가 하나의 습관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달 이상 같은 행동을 반복해야 한다.
머리에 하나의 생각지도가 만들어지고 근육이나 뼛속까지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이상 반복 행동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보태어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주문했지만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습관으로 정착되지 않은 것은 누구 잘못일까?
아마도 습관이론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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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우리 호신이처럼 부모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아침에 잠을 깨우기 위해서 좋은 말로
“호신아, 일어나라”
하고 깨우면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서 너 번
“일어나라”
를 반복하다 울화통이 치밀어
“너, 안 일어 날거야?”
하고 부정어법을 사용하며 고래고래 고성이 터지면 그제 서야 똥싼 놈이 오히려 더 신경질을 내면서
“알았어, 일어났다니까!”
하면서 이불을 들쳐 쓰고 식탁 앞에 앉는다.
그런 꼴을 보아 넘길 수 없는 나는
“이불 들고 나오지 말랬지!”
하고 또다시 인상을 쓰고 부정어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녀석은 나보다 더 인상을 쓰면서 제 방에 이불을 가져다 놓고는 밥을 먹기 시작한다.
이런 일과는 하루로 끝나는 게 아니고 매일 반복된다.
녀석은 젊은 녀석이 그래서 이마에 항상 내 川자를 그리고 다닌다.
녀석과 함께 하는 아침식사는 나도 고역이고 호신이도 고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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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버지라 자식놈 잘 되게 어떻게든 고쳐보려 용을 쓴다.
오늘 새벽 ‘앞쪽형 인간'을 한 시간 동안 읽으면서 '오늘은 호신이 녀석에게 어떤 좋은 이야기를 해 줄까' 고민해 보았다.
나덕렬 교수는 ’앞쪽형 인간‘을 통해 4차원 이야기를 전한다.
우리는 2차원과 3차원을 비교하면서 3차원과 4차원의 세계를 유추할 수 있다.
평면상태의 2차원이 만일 원이나 삼각형이라고 할 때 그들 밖에 선으로 울타리를 그어 놓으면 절대로 아무것도 침입할 수가 없다.
하지만 3차원의 세계에서 보면 언제든지 그 울타리를 넘나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4차원의 세계에서 보면 인간의 몸속을 훤히 들여다 볼 수도 있고 우리가 하는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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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엊그제 호신이에게
“네 꿈이 무엇이냐?” 는 질문을 했다가
“그런 거 생각해 본 적 없다”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그런 대화 속에서 녀석과의 갈등관계는 깊어만 갈 수밖에 없다.
그런 싸가지 없는 이야기를 참아내 가면서
오늘은 또 녀석에게 무슨 좋은 이야기로 잘못된 가치관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하고 고민 해 본 거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너는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고 즐겁니?”
하고 질문하기로 했다.
오늘도 역시 억지로 아침 식탁에 앉은 녀석에게 준비한 질문을 했다.
녀석은 뭉그적거리며 답변을 미루었다.
아니 아예 대꾸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같은 질문을 했다.
그랬더니 녀석의 답변은 아주 간단명료했다.
“그런 거 없어요.”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이녀석이 이 늦은 나이에 한참 반항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
몸통만 컸지 남들 중학교나 고등학교 시절에 이미 지나갔던 사춘기를 이제야 겪고 있는 것 같다.
한 참 동안 아무 말 않고 있다가
“고슴도치가 네 말 잘 듣니?” 하고 물었다.
“안 들어요.”
“네가 말을 안 듣는 고슴도치를 볼 때 답답하듯이 내가 널 볼 때 똑같이 답답하단다.”
녀석은 어제 고슴도치가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게 되자 제방을 나와 제 어멈이 자고 있는 경신이 방에 가서 잤다.
“온 집안이 지저분한 냄새로 가득하고 고슴도치가 널 불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관리가 안 되니 처분하도록 해라.
그리고 네 방도 깨끗하게 정리하도록 해.”
라고 말하면서 아침식사를 마쳤다.
녀석은 “네”라고 말했지만 건성으로 하는 말이어서 실천은 기대하기 어렵다.
아침 출근길에 녀석이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이 닦았냐?”하고 물었다.
녀석은 어슬렁거리며 일어나 화가 머리끝까지 난 표정을 지으며 화장실로 들어가며 문을 급하게 소리내어 닫아버린다.
녀석의 마음에 들어있는 분노의 감정을 마주하자 나도 끓어오르는 내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녀석에게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라고 했다.
녀석은 이미 눈에 온갖 분노와 저주의 감정을 담고 있다.
아버지를 때려죽이려는 듯한 도끼눈이다.
“하루 이틀, 한두 번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넌 꼭 시키는 대로만 행동하니?”
하면서 그의 잘못된 행태를 지적했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이녀석을 일종의 정신병 환자라고 생각하고 그냥 놓아두어야 하나 아니면 지속적인 관심과 교육을 통해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정을 해야 하나 고민이다.
후자를 선택해 녀석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게 하기 위해서는 매일 아침 녀석과 전쟁을 치루는 수밖에 없다.
스스로 정상에서 멀어져만 가는 녀석의 행태가 안타까울 뿐이다.
모두가 다 내 욕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집착에서 벗어나 생각의 방향을 바꾸자.
어제 저녁 늦은 시간에 시끄러워 잠에서 깨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매일 밤이 그렇듯 예외 없이 녀석은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딴 짓을 하고 있다.
밤새 그짓거리 하고 내가 김진식 전무님 상가에 갔다가 오후 한시 넘어 돌아왔을 때는 한 낮까지 늘어져 자고 있는 거다.
잠은 계속 되며 저녁 무렵 까지 이어지다가 오후 늦은 시간에야 일어나 알바를 하러 간다면서 나가버렸다.
그리고는 내가 새벽 한 시경에 들어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녀석의 뒤통수만 보았을 뿐이다.
녀석은 가장인 아빠가 들어왔는데 아예 인사도 없다.
나는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지만 마인드컨트롤로 분노의 마음을 다스리기 전까지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생각의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잠이 들더라도 분노를 품고 자 내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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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메이데이에는 홍천강 팔봉산 밑자락에 있는 밤벌 오토캠핑장 여울로 들어섰다.
한여울 팀이 먼저 와서 진을 치고 있었다.
기온이 차서 그런지 누치 움직임이 없다.
결국 피라미만 몇 마리 잡고 낚시를 접었다.
오포고문이 자신이 직접 제작한 견지 낚시대를 하나 주었다.
나에 대한 그의 호감을 읽을 수 있는 순간이다.
나는 그를 위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아무 것도 없어 미안하다.
나덕열 작가는 사람들은 누구에겐가 베풀거나 주기 위해 권력과 부를 추구한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부와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부와 권력은 누구에겐가 베풀기 위함에 목적이 있다는 그의 주장은 성선설적 입장이다.
나도 그런 그의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
나도 언젠간 우월적 입장에서 베풀기 위해 오포고문과 소주잔이라도 기울여야겠다.
토요일에는 처가에 가서 저녁식사를 같이 하고 왔다.
장인어르신은 오지 말라고 극구 말렸지만 사람이 그게 아니다.
속마음은 와 주었으면 해도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하는 게 나이드신 분들의 특성이다.
막상 내가 지금 가고 있는 중이라고 하니 오히려 좋아하시는 눈치다.
집사람은 그런 나를 영 떨떠름해 한다.
왜 그런지 집사람은 내가 처가에 잘하는 것에 대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처가에 가서 고기라도 구워먹으며 장인어른과 술 한 잔 나누고 오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
나중에는 집사람도 잘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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