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08(금)
어제는 컴퓨터 인증에 문제가 있어 아침시간에 일기를 쓰지 못했다.
오늘 아침에도 호신이 녀석 때문에 억장이 무너졌다.
오늘 아침에도 녀석은 예외 없이 제 어멈이 고운 소리로 일어나라고 했을 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세 번 네 번 같은 듣기 좋은 어투가 반복되어도 전혀 반응이 없다.
마침내 인내력의 한계를 느낀 제 어멈이 신경질적으로
“안 일어나니?”
하자 그 때서야 헛기침을 하고 일어났다.
난 이러는 애엄마의 훈육방식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잘못된 행동을 계속 반복하기 때문이다.
좋은 말로 할 때 안 통하면 처음부터 회초리를 들고 들어가 깨우던가 아니면 한번 일어나라고 해서 일어나지 않으면 애가 어찌되든 그냥 내버려두어 자신의 삶을 스스로 돌보게 해야 한다.
녀석은 어제 분명히 오늘 아침에는 컴퓨터 사용계획에 대하여 말해준다고 했었다.
아침 식사를 중간 쯤 마칠 때까지 아무 말이 없다.
마침내 내가
“오늘 말해준다던 컴퓨터 사용계획 어떻게 됐어?”
하고 질문했지만 묵묵부답이다.
답답한 나머지
“오늘 이야기 해 준다던 컴퓨터 사용계획 어떻게 되었냐고?”
하고 되묻자
“학교 갔다 와서....”
하고 말끝을 흐리면서 더 이상 이어지는 말없이 계속 밥만 먹는다.
아무리 기다려도 답이 이어지지 않는다.
“그럼 넌 지금까지 컴퓨터 학교 가져가서 했어?”
하고 물었다.
아무런 대답이 없다.
아예 말하기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제 어멈이 구워준 소고기 조각만 잘근 잘근 씹으며 맛나게 먹고 있다.
나는 계속 울화통이 터진다.
“컴퓨터를 언제 어떻게 사용할건데?” 하고 다시 물었다.
오랜 시간을 보내고 녀석이 기껏 꺼낸 말은
“생각해 볼게요”
라는 성의 없는 답변이다.
엊그제도 똑같은 답변을 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른다.
나는 밥을 다 먹고도 식탁에 앉아 녀석이 올바른 답변을 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녀석은 제 밥을 꾸역꾸역 다 먹고 나서는 밥그릇과 국그릇을 싱크대로 가져다 놓은 후 아무런 대꾸도 없이 화장실로 쏙 들어가 문을 닫고 샤워를 한다.
울화통이 끓어오른다.
“그래, 오냐, 오늘 집에 오면 내가 당장 컴의 비번을 변경해서 네놈이 행한 행동에 대한 응분의 조치를 취해주마”
하고 생각하며 집을 나섰다.
회사로 출근하는 길이 무겁다.
녀석이 내게 안겨준 분노 때문이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생긴다.
이를 모른 체 그냥 지나가면 녀석은 학습효과로 같은 행동을 되풀이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당장 컴퓨터 비번을 변경해 놓으면 녀석과의 평행선은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자라나는 아이에게 올바른 가치관에 대한 학습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사회적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학습시킬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아이를 방치해서 잘못된 Identity를 형성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녀석은 어버이날이라고 날 위해 카네이션을 사왔다.
생화가 아니고 옷에 달 수 있는 브로우치 형식의 작은 금속제 조화다.
오늘 아침 그걸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했는데 불편한 이야기만 나누었다.
그런 나의 행동은 잘못된 거다.
머리 큰 자식 키우기보다 힘든 일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서양에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18세) 무조건 독립시키는 듯하다.
우리나라는 오로지 군대만이 그걸 해결해 줄 수 있는 듯하다.
녀석의 삐뚤어진 사회성을 교정하기 위해 난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이 아이의 교육과정 전반을 책으로 펴내는 것도 의미 있어 보인다.
그래, 차라리 그래야겠다.
이 아이와 나와의 갈등관계를 중심으로 작은 가족사를 쓰면서 책을 하나 내보자.
오늘 내가 하는 고민이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는 문제들인지도 모른다.
어제는 연원섭 차장이 임청원 부장을 섭외해서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최준원 차장이 새로 개발한 삼성 칼국수 집에서 했다.
삼성 칼국수집은 2층 옥상에 야외처럼 비치 파라솔을 설치했는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상쾌한 기분을 자아낸다.
임청원 부장이 나의 승격을 위해 조언을 해주었다.
그런 임부장이 참 멋지다.
남을 위해 내 일보다 더 열심히 적극적으로 나서는 그의 NQ는 참으로 배울만 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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