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06(수)
5.4일은 박정근 처장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미국 뉴욕사무소에 근무할 때 사이버준의 부탁으로 육합대용 아교를 부탁했었는데 고맙게도 찾기가 쉽지 않은 희귀 품목인 데에도 착오 없이 구해 주었었다.
나는 그 고마움을 박정근 처장이 귀국하면 식사 한번 모시는 것으로 하겠다고 했었다.
박정근 처장은 외교안보 연구원에서 글로벌 리더십 교육을 받고 있는 박규호 처장 외에 김재필 부장도 초대했고 내가 초대한 임청원, 김응태, 김광중까지 도합 7명이 함께하는 자리가 되었다.
박규호 처장은 자신이 갑자기 중국지사장에서 외교안보연구원 교육요원으로 발령을 받게 된 배경에 무언가 흑막이 가려져 있다는 생각이 강했다.
김갑순 부장이 중국지사장을 하고 싶어 하자 그의 고등학교 선배이면서 조직관리팀장을 오랫동안 역임했던 문호 부사장이 그를 도와주기 위해 중국지사를 1급 직무에서 2급 직무로 변경하게 해 본의 아니게 중국지사장 자리를 내어주어야만 했다며 불만을 표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당사자들 외엔 아무도 모른다.
본의 아닌 발령으로 많이 서운했던 모양이다.
1직급 보직기간 상한제와 관련해서 그 제도를 만든 나에 대한 불만도 이야기 했다.
하지만 내가 구체적인 배경과 과정을 설명하자 나에 대한 오해를 오늘부로 풀겠다고 했다.
자신과 비슷하게 초고속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허경구 처장이 인사처장으로 가서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내 개인적인 뜻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며 스스로를 합리화 하기까지 했다.
그는 우리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며 성공가도를 달렸고 17년간을 교육과 해외근무로만 일관했다고 한다.
그 프라이드가 대단했다.
그는 정말 축복받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자칫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보며 마음 매무새를 바르게 하고 겸손하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나를 모르는 다른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도 비슷한 오해를 할 수 있다.
지금껏 회사 생활 내내 권력의 중심부에서 호사만 누리며 살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내가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주장해도 그들은 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인사처에서만 21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나는 내 언행을 조심하며 타인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박규호 처장처럼 쌩쌩 잘나가는 사람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식사를 마친 후 박정근과 박규호 처장이 함께 타고 귀가하는 택시 안에 5만원의 차비를 넣어주었다.
말이 될지 모르지만 아교 값을 택시비로 갈음한 거다.
우리 아이 특히 호신이에 대한 지금까지의 내 생각도 바꾸어야겠다.
나덕열 교수의 ‘앞쪽형 인간’에서 제언하는 자녀교육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나교수는 자녀가 무슨 일을 하든 존중해주고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했다.
무조건 격려와 사랑을 보내라는 것이다.
그들의 선택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지고 배우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하라고 한다.
부모의 역할은 오직 그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면서 그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힘을 길러주어 그들이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좋은 대학이란 그들이 만족하고 다니는 대학이지 부모가 생각하는 좋은 대학이 아니라고도 한다.
녀석이 선택한 학교와 학과에 대하여 스스로 만족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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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는 호신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컴퓨터는 중독성이 있어.
한번 컴퓨터 앞에 앉으면 계속 앉아있으려는 경향이 강하지.
그래서 얘긴데 컴퓨터 하는 시간을 일정하게 정해놓는 게 어때?
일테면 주 중에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하고 주말에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한다는 원칙 말이야.
그 원칙을 스스로 정하고 실천하도록 하는 거지.
그럴 수 있겠니?”
내 딴에는 최대한의 배려를 담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아이의 반응은
“생각해 볼게요.” 하며 시큰둥해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울화가 치밀었다.
적어도 주중에는 어느 시간대에 몇 시간만 사용하겠다거나 하는 정도의 이야기가 나오길 바랐는데 전혀 그게 아니다.
“그럼 내일까지 컴퓨터 사용 시간계획을 알려줘”
하면서 아침식사를 마쳤다.
우리 부자가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오로지 아침식사 시간 3분간이다.
그 시간에 아이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하거나 말없이 밥만 먹다가 먼저 먹은 사람이 먼저 일어선다.
다행히 오늘은 녀석이 아침 식사가 끝나자마자 화장실에 가서 이를 닦고 있다.
어제의 교육효과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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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어버이날을 대신해서 시골집에 다녀왔다.
작은 아버지 내외와 어머니를 모시고 남원 추어탕 집에 가서 추어탕을 한 그릇씩 먹고 왔다.
아버님 산소에도 들렀다.
형님은 금년에 아버지 유골을 화장해서 납골 묘에 모신다고 한다.
산소 주변에 망초대가 무성하다.
집사람과 함께 망초대를 뽑았다.
산소에 재배를 드리며 이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의식일 따름이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관습을 따르는 성실한 인간임을 보여주는 의식에 불과하다.
아버지는 선택을 잘못하셨다.
할아버지가 선택한 방법을 그저 생각 없이 그대로 따르신 거다.
대를 잇는다는 것의 중요성은 자신의 선택으로 다르게 받아들일 문제다.
합리적인 판단 없이 장남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무조건 대물림해야 한다는 아버지 생각이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를 포함해 모든 선대 할아버지들의 묘는 물론 자신이 정한 자신의 산소마저 이장당하게 만든 것이다.
아버지가 그걸 원하셨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버지는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다.
어머니는 그런 면에 아무런 생각 없이 형의 말을 따른다.
나도 그냥 형이 하는 대로 형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역할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형의 그런 생각을 막을 수 없는 내 마음 속은 끓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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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천에서 루어낚시를 던져보았다.
약한 입질을 한번 받기는 하였지만 실력이 부족해 계속 걸려 줄을 끊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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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원 과장 내외와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강과장 와이프 주희 엄마가 우리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쭈꾸미탕을 먹었다.
우리끼리 먹는 식사인데 값비싼 일식집에 가서 바가지 쓰는 것 보다는 제철음식인 쭈꾸미를 먹자고 내가 제안했다.
밥값을 내가 내려 했는데 주희 엄마가 얼마나 완강하게 거부하던지 내가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실랑이 하는 모습이 주위 사람들에게 창피스럽기도 해서 그냥 물러서고 말았다.
강과장은 간장게장까지 싸주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했는데 다행히 막힘없이 잘 올라올 수 있었다.
집사람이 내 대신 운전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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