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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511 앞만 보고 달려가다 보면 어느새 허무와 만나

by 굼벵이(조용욱) 2024.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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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1()

앞만 보고 달려가다보면 어느새 허무라는 정착역에 도착한다.

더 빨리 달려갈수록 더 깊고 넓은 허무의 웅덩이에 먼저 빠진다.

뒤도 돌아보고 옆도 살피면서 삶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여유가 필요하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내려올 때 보지 말고 올라갈 때도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감상할 필요가 있다.

때론 뒤떨어진 사람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옆 사람과 기분 좋은 담소도 나누면서 살아갈 일이다.

 

금요일 저녁에는 어버이날을 그냥 보내기 무엇하여 집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다.

집사람도 평소와 다르게 이유를 묻지 않고 별로 반대하는 기색이 없다.

전철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오는 도중에 참치집을 하나 발견하였는데 1인당 2만원이란다.

집사람이 회를 좋아하니 다른 것 보다는 차라리 참치회가 낳을 것 같았다.

인성참치 집에는 메뉴가 세 가지 있는데 1인당 2만원, 3만원, 5만원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우리네 식사에 2만원을 넘어가는 것은 사치다 싶어 2만원짜리를 시켜 나는 소주 한 병을 비우고 집사람도 배불리 잘 먹었단다.

집사람은 호신이 이야기를 했다.

은행에서 공인인증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인증서가 없어 군 입대 지원을 미루고 있었는데 오늘 인증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은 녀석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해 주기 위하여 컴퓨터 비밀번호를 바꿀 심산이었다.

그런데 녀석이 인증서를 받았다고 하니 녀석이 어떻게 행동할지 볼 겸 1주일 정도 녀석의 행동을 더 지켜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비번을 바꾸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환원했다.

1주일 동안 녀석이 어떤 행태를 보이는지 지켜 본 후에 내 질문에 대한 답과 함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내버려두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엄격하게 행동교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로 힘들어도 내가 호신이를 포기할 순 없다.

잘못 가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냥 내버려 둘 순 없다.

호신이가 지금 이 상태가 된 것도 그동안 잘못 내버려둔 탓이란 걸 잘 알고 있다.

많이 남아있지 않은 날이어서 계속 교정 작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식사 후 집에 와 하나포스에서 성인 영화 프로그램을 보았다.

요즈음은 그런 프로그램이 우리 부부생활에 많은 도움을 준다.

이런 저런 이유로 2주일간 관계를 갖지 못했다.

집사람은 내가 요구하기 전에는 먼저 요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내가 요구해도 집사람이 원하는 시간대는 늘 내가 너무 피곤하여 빨리 잠들었으면 하는 시간대다.

따라서 시간대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성인 프로그램으로 라도 먼저 집사람을 달구어 놓을 필요가 있다.

어쨌거나 그날 밤 나는 그녀의 계곡을 타고 아찔하게 정상에 올랐다.

 

다음날은 토요일이어서 인사처 체육대회를 청계산 산행으로 대신하는 날이다.

길을 잘 몰라 한참을 헤매던 중 우연히 일행을 만났고 김병옥 차장의 안내로 예약된 음식점에 제대로 파킹할 수 있었다.

산행은 별 어려움 없이 잘 끝났다.

이전에 총무업무를 본 적이 별로 없는 조택동 부장이 총무팀장을 하고 있는데 진행이 영 서툴다.

입은 가벼워 여러 가지 새로운 정보를 섞어가며 귀를 즐겁게 하는 탈렌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남 보다는 자신만의 생각을 지나치게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이유로 산행을 다녀온 직원들 음식상에 술 한 병 준비해 놓지 않았다.

운전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랬을 거라며 내가 변명 아닌 변명을 해주었지만 처장님이 영 서운해 하는 눈치다.

결국 막걸리와 소주가 들어오고 술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술잔이 오갔다.

중요한건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절대 자신의 입장에서 준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맞추어서 준비를 해 주어야 한다.

그게 공감능력이다.

상대방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내 미리 준비해 줌으로써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 해도 상대방이 싫어할 수 있다.

NQ의 시작은 거기서 싹튼다.

대부분의 경우 그걸 알면서도 실제 행동으로 이어가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들 생각의 중심에는 늘 이기심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나부터도 그렇다.

 

집에 들어와 영화 슬럼덕 밀리오네어(slum dog Millionaire)를 보았다.

인도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퀴즈 왕으로 졸부가 되는 이야기를 영화로 다루었다.

인도사람들의 살아가는 진솔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좋은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이 좋아하는 스타의 사인을 받기 위하여 똥통에 잠수하는 장면은 가히 엽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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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에게 전화를 했다.

내일 임진강으로 낚시나 가자고 했다.

토요일 새벽에 책을 보던 중 유국열 선배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지금 임진강으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오후에 유선배와 통화를 했는데 물고기를 엄청 잡았다고 한다.

둘이서 18마리를 잡았는데 그중 잉어가 두 마리란다.

잉어 한 마리는 약으로 다려 먹으려고 가져오는 중이라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가만 있을 수는 없어 현암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던 거다.

덕분에 일요일 아침에 임진강에 입수해 들어서자마자 적비 두 마리를 건져 방생하고 60에 가까운 녀석 두 마리를 추가하고 점심 식사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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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가는 바람에 신순영이 딸 결혼식이 있다는 것을 잊었다.

만일 알았었다면 현암에게 낚시 가자며 전화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현암에게 전화를 하고 나서 순영이 전화를 받았는데 그 때 갑자기 결혼식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먼저 한 약속을 중시한다.

그게 비록 내게 불이익을 가져온다고 해도 말이다.

 

낚시 후 자는 잠은 누가 업어가도 모를만큼 깊이 잠든다.

천국같은 꿀잠이다.

그만큼 피곤한 하루를 보내서일 것이다.
다음날 아침까지 깨지 않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