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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513 널 가장 아끼고 사랑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람/모두가 나를 좋아하게 할 순 없어

by 굼벵이(조용욱) 2024.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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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3().

오늘 아침 식사가 시작되기 직전에 집사람이 내 방에 들어와 호신이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상의해 왔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저녁에 잠을 자던 중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잠을 깨었었다.

새벽 두 시 경 쯤인 것으로 기억된다.

집사람과 호신이가 서로 고성이 오가는 바람에 깨었던 것 같다.

아주 심한 것은 아니어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었는지 궁금했지만 가장은 함부로 예단해 나서서는 안 된다.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기에 마지막 해결사로 때와 장소를 가려 나서야 한다.

금세 고성이 잦아들고 잠잠해지는 걸로 보아서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이 된 것 같다.

보나마나 추측컨대 집사람의 완패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분명 아침 일찍 집사람이 내방에 들어와 사건 전모를 이야기해 줄 테니 아침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고 생각해 그냥 이어지는 잠을 청했다.

그 시간에 깬 잠은 사실 금세 다시 들기 어렵다.

많은 뒤척임 끝에 어렵게 다시 잠이 들었고 일상처럼 오늘 아침도 518분에 깨어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면 보통 540분 쯤 된다.

그 때부터 6시 반까지 책을 읽으면 대략 30~40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읽는다.

오늘 읽은 책은 ‘NQ를 높여라는 책으로 일주일 째 읽어 거의 마지막 부분이다.

오늘 다 끝내나 싶었는데 결국 몇 장 남기고 아침식사에 들어갔다.

오늘 읽은 내용은 마침 자녀의 NQ를 높이는 방법이다.

자녀들이 높은 NQ를 갖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자녀의 친구들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적어도 자녀의 친구들 중에서 자신을 어머님 아버님 하고 따르는 녀석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가 친구들을 집으로 많이 초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렇게 드는 돈은 아까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아이의 인생에 있어서 훨씬 싸게 드는 투자이다.

내 경우를 봐도 그렇다.

서울 유학 생활하다 방학 때 시골 내려가면 일주일이고 보름이고 친구들과 먹고 자고 놀며 보냈는데 그게 내 인성 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용돈을 일급이나 주급으로 주기 보다는 월급으로 주어서 친구를 위해 식사대접을 하거나 선물을 사는 등의 행위를 장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최신모델로 구입하고 돈을 아끼지 말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

자녀들이 컴퓨터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크게 간섭하지 말라는 주문도 하고 있다.

상당부분이 지금까지의 내 생각과 다르다.

경신이는 집에 친구들을 자주 초대하는 데 호신이는 아직 한번도 집에 친구를 데리고 온 적이 없다.

제 어멈 말로는 유치원 시절부터 여자친구가 수시로 바뀌었단다.

지난번 우연히 녀석이 주로 보는 야동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것도 초등생 중학생 아이들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 녀석이 소아성애 등 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무튼 그렇게 아침이 밝았고 예상대로 집사람은 아침상을 차리자마자 내 방에 들어와 어제의 사건 전모를 일러바친다.

새벽 한시 반에 집에 들어와서는 두시 반에 샤워를 하고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나갔다는 것이다.

그러지 말라고 단호히 말했는데도 간섭하지 말라면서 녀석이 나가버렸다는 것이다.

집사람 입장에서는 화가 날만도 하다.

성질대로 언성만 높을 뿐 유약한 성품이어서 아이의 뜻을 쉽게 꺾을 수 없다.

그러니 그녀가 잠을 못 이룰만도 하다.

 

아침식사를 하며 녀석과 나눈 대화는 대충 이렇다

어제 몇 시에 나갔냐?”

두시 반에요한다

몇 시에 들어왔냐?”

세시 반에요.”

누구를 만났냐?”

친구 동생이요

친구 동생 누구?”

박세영(?)이요

몇 학년 인데?”

2.”

이놈아,

그런 어린 학생들 잘못 만나다가 걸리면 미성년자 약취 유인 죄에 해당해서 징역살이 해!

밤 도깨비마냥 늦은 밤에 그러고 돌아다니지 말고 낮에 놀고 일하고 공부하고 해라

......................

생각해 보겠다던 컴퓨터 사용계획은 어떻게 되었어?

벌써 2주차가 지났는데....”

아직.....어물어물..”

뭐라구?”

아직 생각 못했어요.”

언제 이야기 해 줄 건데?”

내일 아침에 이야기 할게요.”

오늘 아침에 녀석과 나눈 대화는 대충 이렇다.

 

방금 전에 녀석에게 문자를 넣었다.

네 엄마 너무 속 썩이지 마라.

널 가장 아끼고 사랑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람이다.

너랑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메일로 나누고 싶다.

메일주소를 보내주기 바란다.

사랑한다.”

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아직 자고 있는지 답장이 없다.

*****************

 

어제 멘토링 개선방안에 대하여 처장님과 전무님께 보고를 드렸다.

두 분 모두 무척 좋아하신다.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믿고 도와주신다.

TDR 최종 결과보고서에 대해서도 보고를 드렸다.

두 분 모두 좋아하신다.

혹시나 해서 처장님께 인사처 실무 차장들 생각이 저희들과 달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처장님이 어떤 녀석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며 펄쩍 뛰신다.

처음에는 지방사원을 전문대졸수준으로 할까 하다가 그냥 원안대로 고졸수준으로 밀고 나갔다.

임청원 부장에게 메일을 보냈다.

메일 내용은 이렇다.

***************************

채용 티디알 관련해서 한 말씀 드립니다

차장들 뜻 충분히 알겠는데....

그래서 무언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그걸 찾아서 사장님을 다시 설득해 보겠다는 생각도 가졌지만

내가 납득할 수 있는 논리적 배경이이나 확실한 이유가 없더라구

****************************

그런데 문제는 내가 사장님께 잘못 보고하면

우리 처장님과 전무님이 심한 곤경에 처하시게 될 수밖에 없어.

그래서 오늘 아침에 처장님과 상의했더니

처장님은 당초 뜻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나 완강하셔서

차장들 분위기를 설명해 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역정을 내시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 라고 하시거든

***************************

내가 공연스레 이런 문제를 만들지 않았나 싶기도 해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 같아

그래서 임부장 도움이 필요해

차장들 잘 달래주고

마음 상하지 않게 해 줘

날 너무 미워하지 않게 해주면 좋겠어.

내가 족발 살게

sincerely yours cho‘

*********************

그런데 임부장은 메일을 받자마자

할 말이 없습니다.”

라는 무성의한 답장 한 줄을 보내왔다.

평소의 임부장이라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을 텐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줌에 나도 실망이 크다.

야속한 생각도 든다.

그는 농담 삼아 내가 나타나면

위대한 수령이 나타나셨습니다.

받들어 총!”

한다.

그러더니 어제는 노골적으로 

이제부터는 인간적으로만 가까이 하렵니다.”

라는 식의 표현을 한다.

세월은 흐르고 아랫사람이 윗사람 되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이 되는 사이클이 돌고 돌면서 생각과 행동이 바뀐다지만 섭섭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나는 내가 그들을 위해 노력했던 부분을 설명했다.

비상경영하의 채용정책은 몇 명 안 되니 지속가능경영을 위하여 그 인력들은 대졸로 유입시켜야 한다는 결론으로 살짝 돌려놓았고 비상경영은 2012년까지 지속되므로 그 때까지는 사장이고 다른 사람들이고 모두 나갈 테니 하기 싫으면 그 때 바꾸라고 했다.

 

인생살이가 쉽지 않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면 어느 순간에고 완전히 틀어져서 비수를 등에 꼽을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욕먹을 각오를 하자.

내가 미워하는 사람도 있듯 다른 사람들도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

모두가 나를 좋아하게 하려는 환상에서 벗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