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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512 불쌍한 총무팀 차장들을 위한 작은 배려

by 굼벵이(조용욱) 2024.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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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2()

어제 저녁 퇴근길에 총무팀 차장들을 불러 모았다.

C부장이 총무팀장으로 새로 부임해와 그가 아침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총무팀은 우리 팀 바로 옆에 있어서 전화 통화하는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로 가까워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본의 아니게 보고 들을 수 밖에 없다.

그가 과장들과 회의를 하며 나누는 대화를 보면 조선시대 자기 집 머슴 다루는 듯한 어투다.

차장들 꾸짖는 소리가 수시로 들리고 상대방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섬뜩한 말들이 난무한다.

모두 상대방 자존심을 짓뭉개는 말들이다.

 

사람이 새로 전입하거나 이사를 왔으면 떡을 돌리면서 House Warming을 하는 게 기본 도리다.

그 떡을 받아먹은 옆집에서는 그들이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며 정겹게 지낸다.

그게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지금껏 축적된 문화고 관습이다.

그게 이기적인 인간들이 서로 어울려 함께 살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에게 입사 이래 처음 경험하는 인사처라면 먼저 주변 팀들을 돌며 정겹게 부임인사라도 나누어야 하는데 그는 그러질 않았다.

빈말이라도 밥이라도 같이 먹자는 이야기도 없었다.

지금껏 승승장구하며 자신있게 살아왔고 앞으로 다른 사람 도움 없이도 쌩쌩 잘 나갈 수 있다는 교만이 그를 지배하는 듯하다.

하지만 조직인은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두루두루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런 까탈스런 부장을 모시면서 고통스럽게 지내는 총무팀 차장들을 옆에서 바라볼 때마다 내 마음도 같이 아팠다.

오승균 전무나 백재현 처장이나 직전에 총무팀장을 역임했지만 모두들 지금과는 다른 자애로운 신사로 조직원을 대해왔었다.

인생에 굴곡이 있듯 조직에도 반드시 굴곡이 있다.

좋은 상사를 모신 뒤에는 까다로운 상사를 모시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내 직장생활 경험을 통해서 보더라도 신기하게도 그 사이클이 반복되었다.

 

이지희 차장은 여성 차장인데 인사처에 부임해온 이후 나와 대화 한번 나누어보지 못했다.

그런 저런 이유로 해서 신운섭 차장에게 총무팀 차장들과의 미팅을 주선해 보라고 했다.

총무팀 차장들 모두 한사람도 빠지지 않고 오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심지어 박인환 차장은 일부러 내자리에 들러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영 꿀꿀해서 한잔 하고 싶었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하면서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게 사람이다.

아프고 힘들어 할 때 공감해주는 것 만큼 감동을 주는 일도 드믈다.

누구처럼 교만 떨며 앞만 보고 살면 안된다.

주변을 살펴보고 아픔이 있으면 함께 공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술 한 잔 나누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뻐꾸기 이야기와 나비 이야기 따위를 재미있게 엮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자 이지희 차장이 내게 깊이 빠져들었다.

그녀를 의식해 여성의 우월성에 대하여도 열변을 토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하여 우성이다.

역사는 똑똑한 사람들이 이어가는 게 아니다.

힘 있는 사람들이 먼저 국가를 탈취하고 똑똑한 사람들을 그 휘하에 두고 통제한다.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건 자연법칙이다.

남성보다 더 똑똑하면서 다기능 multi player 인 여성을 그대로 놓아두면 언제든 자신의 지위를 불안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남성들은 지금껏 여성들을 통제해 왔다.

히틀러가 유태인을 짓밟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자신보다 우월한 민족인 유태인을 멸종해야 자신의 정치생명이 계속 유지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생존을 장기적으로 보전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1등의 지위에 올라서지 말아야한다는 지혜가 생겨난 거다.

사실 2등만 해도 1등에 버금가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

1등은 언제나 치열한 자리다툼이 생겨나기 마련이어서 장기집권은 보장되기 어렵다.

하지만 계속성을 이어가기 위해 2등은 1등이 계속 이용해야 하는 대상이어서 쉽게 바뀌지 않는다.

주은래의 2등 노선은 대학시절에 책을 통해 만났는데 이후 내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아마도 지금 내가 22년간 인사처에 몸담고 있는 이유도 그런 이유가 아닌가 싶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남성보다 우성인 여성이 앞에 나서지 못하도록 여성들을 철저히 통제하기 위해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나는 이차장에게 집단무의식으로서의 여성 우월성도 이야기해 주었다.

아마도 종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해야 하는 역할이 많고 따라서 멀티플레이어가 되지 않으면 안 되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남성보다 더욱 지혜로워야 하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이 인간의 역사 속에 누적되어 집단무의식에 저장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내 주장에 이차장도 동조했다.

어쩌면 아예 처음부터 자연법칙에 따라 여성에게 그런 천부적 능력을 부여했을 가능성이 많다.

그러니 힘만 세지 머리가 지혜롭지 못한 남성들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여성들을 힘으로 탄압하고 무시하며 살아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정치가는 정치만 해야 한다.

정치가는 힘만 세었지 지혜는 행정가나 경제인보다 부족한 사람들이다.

정치가 행정이나 경제에 지나치게 개입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는 정치인보다 현명한 경제인들이 경제 논리에 따라 해야 한다.

경제인 보다 현명하지 못한 정치인이 함부로 경제를 좌지우지하면 경제는 발전하기 어렵다.

 

오늘은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호신이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 주말까지는 그냥 두고 볼 것이다.

어쩌면 집사람이 일주일의 시한에 대하여 호신이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