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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518 현암선배와 운경선배 간 갈등관리

by 굼벵이(조용욱) 2024.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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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8()

지난 금요일은 동기 모임 노대비모가 있었다.

지난번에 우리 동기들끼리 결성한 노후 대비 비자금 모임이다.

더 늙기 전에 개인당 500만원씩 투자해서 은퇴 후 만날 때 어려움이 없도록 하자는 모임이다.

김시호와 우광호 김영우 정영철이 함께 했다.

사대부의 찬에서 한 잔 했는데 우광호가 한 잔 더 하자고 해서 결국 그가 원하는 바에 갔고 내가 술값을 냈다.

맥주가 한 병에 15000원이나 했고 테이블 차지를 5만원씩이나 받았다.

6병의 맥주를 마시고 14만원을 지불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우광호가 우리 집에 가보고 싶어 해서 집사람에게 전화를 하고 그를 우리 집으로 안내하였다.

집에서 우광호 랑 맥주를 두병 더 마셨다.

무척 많이 마신 술이다.

늦게까지 술을 마시면 술의 양도 양이지만 다음 날 숙취가 심하다.

이제는 늦은 시간에 마신 알코홀의 분해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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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아침식사를 하고 영화를 한 편 본 후 화양리 공방에 갔다.

운경 유국렬 선배가 무지하게 좋아한다.

그는 나를 위해 탱크 안테나로 견지대를 만들어주겠다고 한다.

통상 탱크 안테나는 FRP소재로 둘러쌓여 있는데 그걸 벗겨 잘르고 갈아 낚시대를 만든다.

그렇게 하면 모든 견지인이 부러워하는 멋진 탱크대가 만들어 진다.

자신도 아직 하나 밖에 없다며 그런 멋진 낚시대를 내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런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탱크 안테나도 잘 골라야 하는데 미군부대 주변의 고물상을 샅샅이 뒤져 몽땅 떨이를 해 온 운경선배에게도 사실 그걸 만들 수 있는 재질의 안테나를 골라내기가 쉽지 않다.

그가 작업하는 과정을 확인해 보니 탱크 안테나 대여섯 개를 잘라보았는데 그 중 쓸만한 게 하나 나왔을 뿐이다.

그렇게 귀한 선물을 그가 내게 주고 싶어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욕심 많기로 소문난 분이신데 말이다.

나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을까?

내가 구해다 준 것이라고는 애자대 재료 10점 밖에 없다.

아마도 그걸 더 구하고 싶은 생각 때문일 게다.

아니면 나를 현암 선배로부터 떼어내 자기편이 되게 하고 싶은 생각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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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만들어 줄 터이니 거기다가 반드시 금 반 돈을 링으로 감아 넣으란다.

그는 아예 금을 끼울 수 있도록 견지대에 홈까지 파 넣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금테까지 생각하신 듯하다.

내가 어떻게 처신해야할지 모르겠다.

그와 현암과의 관계를 다시 원상태로 회복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몇 번이나 화해를 시도했는데 더 이상 그런 생각은 말아달라는 주문이 있을 따름이다.

두 분간 골이 너무 깊다.

이제는 현암의 문제가 아니라 운경이 심하게 현암에 대한 역겨움을 표현한다.

고등학교 대 선배인 자신에게

만일 내 욕을 하고 다니기만 하면 그냥 안 있을 겁니다.”

하고 협박조의 이야기를 했다며 무척이나 섭섭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현암은 현암대로 자신의 견짓대 제작 기술을 전수받고 나서는 뒤통수 치는 선배에게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게다.

둘 사이를 중재하겠다고 나섰지만 애자대가 좀더 일찍 나왔더라면 두 분에게 편안한 중재의 자리를 만들 수 있었는데 그게 좀 늦어지는 바람에 기회를 놓친 것 같다.

사이는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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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경선배는 엄청나게 욕심이 많은 듯하다.

그걸 받고 나서도 이제는 그걸 더 살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건 파는 물건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는 은근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오늘의 예술적인 탱크대 제안을 했는지 모른다.

아마도 더 많은 애자대를 구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주변에 질 좋은 낚시대가 많은데도 누군가가 잘못 퍼뜨려놓은 전설속의 명성이 그를 더욱 열광하게 하는 것이다.

값이 많이 나간다고 해서 좋은 낚시대가 아니다.

가볍고 유리섬유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탄력이 좋으면 최고다.

그것이 어느 용도로 쓰였던 소재이냐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자기에게 맞으면 좋은 것이다.

그런데 애자에 쓰이는 물건은 좋고 고추를 세우는 데에 사용되는 고추대는 나쁘다는 식의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내가 가진 고추대는 최고의 성능을 발휘한다.

암튼 운경선배는 물건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성향이 있다.

지난번 현암 선배에게는 노화로 뇌혈관 실핏줄이 막힌다거나 해서 앞 뇌의 일부가 손상될 경우 노인성 치매현상이 나타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집요하게 물건에 대하여 집착을 보이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아마도 유선배는 연세로 보아 거의 그 수준에 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렇게 유선배를 이해하시고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을 생각해 보시라며 암시적으로 이야기 했었다.

현암은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 같았다.

오랜동안 조직생활을 하셨기 때문이다.

나도 운경선배 공방에 자주 갈 일은 아닌 것 같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요상한 구설수에 휘말릴 염려가 있으니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겠다.

일요일에 낑낑거리며 견지대를 만들고 있는데 오후 네 시 경에 운경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시간이 되면 공방으로 오란다.

옳지, 어제 만든 예술작품 탱크대를 하나 주나 보다 하고 얼른 갔다.

아니나 다를까 그걸 꺼내 주신다.

낼름 견지대를 한 손으로 받아 드니 한손으로 받는다며 역정을 내신다.

자신이 온갖 정성을 다해 만든 작품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들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내게 정성을 담아 마음의 선물을 해 준 것이다.

그걸 낼름 받아들고 뒤돌아서 버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내 마음도 무겁다.

그를 버리고 현암만 따르는 것도 예가 아니다.

달리 방법이 없으므로 나는 그저 두 분 모두를 편하게 섬기면 된다.

그런 역할을 그동안 잘 해 오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