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9(화)
밤새 안녕이라더니 세상에 이런 일이....
오후 두 세 시 쯤 되었을까 처장님이 부르셨다.
“말 안하면 섭섭해 할 것 같아서.....
내가 해외사업처장으로 간다.
L처장이 해외 나가서 일이 잘못되는 바람에 대타를 구할 사람이 없어서 극구 사양했지만 도저히 사장님 뜻을 저버릴 수가 없어서 다시 가게 되었어.
후임 인사처장으로는 박완웅 처장이 오게 될 거야“
나는 적이 놀랐다.
지금까지 한전 유사 이래 인사처장이 부임 4개월 만에 유탄 맞아 날라 가는 경우는 없었다.
어찌 보면 그게 운명이라는 거고 때문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사장 입장에서는 인사보다는 해외사업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검증된 인재를 그 자리에 앉히고 싶었던 모양이다.
나는 허처장에게
“가슴 한 구석이 뻥 뚫린 느낌이네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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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는 질문서에 대한 답변서를 답변자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한다.
우리가 항변의 글을 쓰면 다시 감사해서 다음번에는 사장에게 질문서를 던질 거라며 온갖 협박을 해 대는 통에 우리 최차장이 완전히 졸아 붙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안절부절 했다.
공무원 제도와 유사하게 운영하던 휴가제도에 대해 지적하며 지난 2005년도에 공무원이 몇 가지 유급휴가를 폐지했으나 우리가 그 휴가를 지금껏 폐지하지 않은 것은 부당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2008년도에 예산지침으로 공무원제도와 같은 휴가 제도를 운영하라고 지시한 내용에 대한 위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지시를 따르기 위해서는 노조의 동의를 구해야 하고 노조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지침을 이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노동법을 바꾸어야 한다.
그런 사정들을 명확히 적은 후 연차유급휴가 중 7일을 의무사용토록 했지만 대부분의 직원이 의무사용 일에도 나와 휴가보상금 없이 일을 했고 그 일수가 오히려 감사가 지적한 위반 일수보다 많다는 주장에 대하여 이친구가 발끈하고 그걸 지우라고 난리를 치자 내가 세 번씩이나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차장이 내 뜻을 따르지 않아 감사가 요구하는 대로 그 부분을 삭제하여 보냈다.
추후에 기관감사가 나왔을 때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제대로 항변을 할 수 없었다는 게 최차장 변명이다.
그걸 전무님과 부사장님께 보고 드리기 위해 11층을 몇 번씩 왔다갔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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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옥 차장이 노조 회의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신기수 국장한테서 들었는데 오늘 자기들 자체 회의결과 위원장이 MBO와 관련해서는 모든 것을 기획처에서 알아서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P가 그 영향에 대하여 며칠 더 연구해 본 후에 공문발송 여부를 결정하라며 제동을 건 모양이다.
이런 P 때문에 신기수 국장이 많이 힘들어 했다.
나도 무척 화가 났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처장 방에 갔다.
처장은 해외사업처장으로 이미 내정되어 있기에 발령을 받은 상태나 마찬가지여서 P의 요구를 나서서 반대하지 못했다.
전무님도 처음에는 화가 치밀어 오르셨지만 잘 참아내셨다.
전무님께 처장님 인사이동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회사측 공문까지 사전 검열하는 노조의 지나친 행태에 대하여 하소연 했다.
물러서 신국장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하고 나머지 협상은 김병옥 차장이 알아서 하도록 했다.
최대 일주일까지 김차장이 하고 싶은 대로 협상해 보라고 했다.
김병옥 차장은 3일의 여유만 주고 목요일에 공문발송해서 금요일부터 나가는 것으로 협상해 왔다.
신기수국장이 오히려 고마워한다.
신기수 국장은 3일 넘어서까지 P가 계속 시비를 붙으면 자기 직을 걸겠다고 했다.
참 의리있고 고마운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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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장님 송별 회식이 있었다.
김남수 위원장도 참석했다.
김남수 위원장이 술 한 잔 하면서 나에 대한 자신의 불만을 이야기했다.
MBO에 대한 불신이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나중에 이야기하겠다며 논쟁을 피했다.
MBO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데서 오는 오해다.
답답하다.
2차로 김위원장과 함께 아우토반엘 갔는데 거기서 인사처 식구들을 만났다.
김태환 차장이 나와서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하이 히틀러!”
하며 경례를 붙였다.
임청원부장이 농담삼아 내게 늘 하던 언행이다.
그는 내가 나타나면
“위대한 수령께 받들어 총!”
이라고 하거나
“하이 히틀러!”
라고 하며 빈정거렸었는데 그걸 그대로 흉내 낸 것이다.
TDR에서 채용제도를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고 경영진이 원하는 대로 했던 것에 대한 빈정거림이다.
임부장이 부하직원들에게 나에 대한 이미지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각인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세상살이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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