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봄무들기 농장

병아리가 내새끼가 되어버렸어요(각인효과)

by 굼벵이(조용욱) 2024. 7. 22.
728x90

6월 26일 오전 10:27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우리 암탉이 처음에 이렇게 치열하게 알을 품었지요.

그런데 병아리장을 닭장 밖에 설치했더니 나 없는 새 개와 고양이들이 몰려와 잔치를 벌이더군요.
아랫집 여우 씨바 새끼는 병아리장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결국 마지막 남은 한 마리까지 꿀꺽 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닭장 안에다 병아리장을 다시 설치하고 단단히 고정시켰습니다.
그리고 병아리 네마리가 탄생하자마자 그 안에 어미닭과 함께 넣어 안전조치를 취했습니다.

녀석들은 엄마의 돌봄 아래 잘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제발 모두 암컷들이었으면...
품다 아직 부화되지 않고 남겨진 여러개의 알을 상상임신녀 암탉 품에 넣었지요.
이닭은 다른 닭이 품으면 저도 옆 둥지에서 알 없이 혼자 알품는 자세로 꼼짝도 안하고 앉아있고 내가 둥지 밖으로 꺼내 낼 때마다 나를 찍으며 임신녀 흉내를 내는 미친닭 입니다.
이닭이 미쳤다는 게 확실한 것이 이번엔 또 알 넣은 둥지를 벗어나 알없는 다른둥지에 가서 품고있더라구요.
그래서 혹시 품던 알 중 줄탁동시 중인 알이 있나 살펴보았습니다.
알 하나에 어미닭이 찍어 작은 구멍이 있고 거기서 삐약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옵니다.
그놈을 들고 와 내가 어미닭이 되어 피묻은 껍질을 살살 벗겨나갔습니다.
아직 수액이 많이 묻어있어 더이상 벗기면 자칫 몸을 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우선 1/3정도만 벗기고 네시간 동안 스티로폼 박스 안에 넣어 따뜻한 하우스안에 들여놓았지요. 

 

 

화장지로 닦아주고 눈뜨기만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눈을 살짝 뜨기에 내 큰 머리통을 이녀석 눈앞에 들이댔지요.
크게 놀랄줄 알았는데 의연하게 내게 밀착해 오더군요.
그 시각 이후 각인효과가 시작되어 나를 엄마로 알기 시작합니다. 

 

이후 내 손에서 안 떨어지려 애를 씁니다. 

 

좀 큰 스티로폼 박스로 우리 애기 집을 만들어 주고 농막 안에서 어젯밤 함께 잤습니다.
자다가 "삐약삐약" 엄마찾는 소리에 잠에서 깨기도 했지요.
이젠 녀석이 내 손으로 파고들며 안떨어지려 합니다.
애완견 보다 훨씬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나와 떨어질라치면 "삐약삐약"
얼마나 크게 울어대는지 가슴까지 아파옵니다.
드디어 병아리와의 '관계'가 시작되었습니다.
관계가 맺어진 이상 더이상 병아리가 아니고 사랑스런 '내새끼'가 되었습니다.
슬퍼해야 될지 기뻐해야 될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회원님, 한웅수, 김계월  외 116명
댓글 31개
 
좋아요
 
 
댓글 달기
 
보내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