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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615 운 좋은 주말(테니스대회 우승/견지여행)

by 굼벵이(조용욱) 2024.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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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5()

지난 금요일에 상임인사위원회가 열렸다.

승진 예정인원을 결정하기 위한 절차다.

결과가 끝나기 전까지는 조금 불안했다.

전무님이 신경을 쓰시고 계신다지만 엊그제 권태호 부장 말대로라면 마음이 흔들릴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상임인사위원회가 끝났는데 누구 하나 나의 불안을 덜어주는 사람이 없다.

화장실을 가다가 김유상 차장을 만났는데 물어보니 전혀 문제없이 끝났다고 한다.

내게 조금만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럴수록 지난날의 내 행실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길을 찾는다.

아무리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도 당사자인 입장에서는 불안하고 견디기 힘든 것이다.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생각을 읽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송호승 차장이 술 한 잔 하잔다.

별다른 약속이 없었기에 그러자고 했다.

다른 차장들에게도 연락을 했었던 모양인데 모두들 참석하겠다고 했단다.

최준원차장이 개발한 화로구이 집에 가서 소주잔을 기울였다.

적당히 한 잔씩 하고 집에 들어오는데 신차장이 택시비를 챙겨준다.

그러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는 데도 억지로 넣어준다.

늦은 밤에 다음날 있을 낚시 여행을 준비했다.

집사람을 위해 집사람이 사용할 바지장화도 챙겼다.

*********************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었는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잤다.

오늘은 낚시여행 전야에도 불구하고 잠을 잘 잔 것 같다.

520분경에 집사람을 깨워 여행준비를 시켰다.

여자들이란 그 시간에도 샤워를 하고 화장도 해야 한다.

오늘은 섬강을 여행하기로 했다.

문막과 간현교를 목적지로 잡았다.

문막은 넓은 소를 가지고 있어 대물이 놀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물 흐름이 없어 견지를 할 수 있는 조건에 부적합했다.

혹시나 하고 여기저기 둘러보았지만 영 들어설만한 곳이 없다.

문막 탐사를 포기하고 간현교로 달렸다.

간현교는 낚시터가 있었지만 자동차가 여울 앞까지 갈 수가 없었다.

고민 끝에 그냥 남한강 조터골로 가기로 했다.

한 시간이면 주파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속도로를 타고 비내 여울에 도착하니 10시 반 즈음 되었다.

미스터 양이 어항 가득 물고기를 잡아놓았다.

그 사람은 나보다 더 낚시에 미친 사람이다.

얼른 웨이더를 갈아입고 들어가서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현암 선배가 만들어 준 신우대가 여울을 읽는 데는 최고다.

그걸로 시간이 좀 걸렸지만 60정도 나가는 녀석을 무난히 끌어낼 수 있었다.

오전 한 수 했으면 됐다.

미스터 양이 배가 고프며 밥 먹자고 독촉한다.

나와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미스터 양이 오침하는 사이 10미터 아래로 내려가 한 마리를 더 끌어내었다.

이후 소식이 별로 없다.

온 김에 조터골 여울은 어떤지 보고가야 할 것 같아 조터골로 향했다.

조터골은 물이 별로 없었고 견지꾼들이 찾지 않은지 오래된 것 같다.

피라미 몇 마리만 달라붙을 뿐이다.

다행히 집사람이 장화를 신고 강에 들어왔다.

집사람이 피라미 몇 마리와 몰개를 잡았다.

다행이다.

그래도 처음 시도에서 물고기를 잡은 거다.

조금 신이 난 것 같기도 하다.

날이 어두워지면 밖으로 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해가 떨어지기 전에 출발을 서둘렀다.

마침 길이 별로 막히지 않아 곤지암에서 저녁식사로 소머리 국밥을 먹고 올라왔다.

그래도 9시 반 경에 집에 도착했으니 오늘의 교통사정은 괜찮았다.

역시 국도가 더 나은 듯하다.

다음날 아침에는 테니스 대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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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5시에 깨어 고슴도치 집을 만들었다.

호신이가 인터넷으로 주문한 물품 통이 고슴도치 집으로 만들기에는 적당한 사이즈여서 그것으로 오리고 붙여 그럴듯하게 도치 집을 만들어 주었다.

테니스 대회 내 파트너는 정하황 처장이 되었다.

지적질을 잘하는 사람이라 조금 부담이 간다.

어쨌거나 시합은 잘 이루어져 베테랑부 A조에서 2위를 했지만 결선에서 우리가 우승을 했다.

확실히 나는 운명적으로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것이다.

도합 6게임을 뛰었고 그중 한 게임만 지고 모두 이겼다.

관중들이 정처장과 함께하는 우리 조에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낸다.

상대는 권춘택부장과 강희태처장 조다.

권부장이 불만 섞인 목소리로

무슨 김일성 응원을 하고 있어!”

한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남효석 부처장은 심판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편파적이라며 성질을 내고는 가버렸다.

그가 가기 전에 시원한 냉수 한 컵을 권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내가 현장에서 경기 중에 공이 엔드라인에서 한 뼘 정도 밖으로 나간 것을 확인했고 내가 어필하기 전에 심판도 아웃이라고 선언한 것을 그는 인이라고 우겨댔다.

더군다나 상대방이 자신의 직속상사임에도 말이다.

참 작아 보인다.

그런 행동이 소탐대실을 명확히 설명해 주는 부분이다.

결국 우승을 해서 영광을 안고 꿈에 그리던 요넥스 테니스 화를 손에 넣었다.

폼 나게 수상식을 가졌고 음식점에서 건배 제의까지 했다.

이렇게 행운은 몰아치며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의 서러움과 괴로움들이 밑바탕에 가라앉았다가 한꺼번에 즐거움과 행복을 향해 정상으로 휘몰아치는 것이다.

집에 오니 집사람이 우승도 했는데 세레모니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갑자기 동태탕이 먹고 싶어 졌다.

근처 동태탕 집을 찾았다.

사람들이 버글거리는 것으로 보아서는 나름대로 유명한 집인 것 같다.

동태 찜을 시켜 소주 한 병과 함께 세레모니를 제대로 했다.

돌아와 '에로 세븐 데이즈' 영화를 보고 집사람에게 발동을 걸어 한 주간 쌓인 양기를 쏟아 부었다.

약간 푼수 같은 행동이지만 본능 따위는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다른 페르조나로 포장하면 맛도 떨어지고 운치도 없어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헌신할 때에는 다른 모든 포장지를 깨끗이 걷어 내고 알몸으로 해야 한다.

처음 태어난 원래 모습대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