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803 여름 휴가를 견지여행으로

by 굼벵이(조용욱) 2024. 7. 31.
728x90

20090803()

내가 여름휴가를 수안보에서 보내면서 견지여행을 하겠다고 하니 집사람이 그러면 자기는 죽기 전에 고향이나 다녀오겠다고 한다.

건강한 사람이 곧 죽을 사람처럼 이야기하니 원.

내가 집사람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녀가 원하는 것을 해 주는 일이다.

그래서 휴가 첫날은 낚시를 포기하고 곧바로 그녀의 고향 경북 예천군 지보면으로 향했다.

너무 많이 변한 탓에 집사람은 자신의 고향집을 찾을 수 조차 없었다.

분명 위치는 맞는 것 같은데 집이 없어졌다고 한다.

마침 논에 비료를 주고 있는 동네 지인을 만나 서로 반가워하며 인사를 나누더니 내게 인사소개를 시킨다.

나도 뻘쭘하게 서서 갑작스레 인사를 나누었다.

그분 말씀에 따르면 그녀의 집이 벌써 오래 전에 허물어졌단다.

수구초심이라 해서 모처럼 만에 찾은 고향집이 이미 허물어져 없어졌다는 소리에 아내가 조금 실망한 눈치다.

그래도 방학이면 내려가 자신의 유년기를 보내던 장소였기에 추억이 서린 집이었는데...

집사람이 동네 아저씨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나는 동네를 잠깐 둘러보았다.

집사람 고향은 그냥 평범한 경상도 깡촌 시골 마을이다.

어느 집 앞마당에 잠자리가 떼를 이루어 사진을 찍었는데 잘 나오지 않았다.

예천의 명물 참깨나무를 찍어보았다.

참깨 꽃이 예쁘게 피어있다.

이름 모를 야생화가 멋진 자태를 뽐내기에 사진을 찍어보았다.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었다.

우리 어린 시절엔 요만한 감들을 주워 모아 보리 바구니에 넣어두고

무르기를 기다렸다가 꺼내먹는 재미가 특별했었다.

요즘은 다 썩을 때까지 누가 거들떠도 보지 않지만....

집사람 할아버지 산소도 다녀왔다.

마땅히 돌볼 사람도 없으니 잡초가 무성하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란히 안치되어있다.

지보 농민회에서 운영하는 식당엘 들어갔는데 대 여섯 명의 손님들이 비빔밥을 비벼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 먹는 모습이 너무 맛있어 보여 우리도 비빔밥을 시켰다.

촌 음식 그대로 나오는 지보의 음식점이 사뭇 정겹다.

거기서 하루를 보낼 생각이었지만 집도 없고 아는 사람도 별로여서 더 이상 머무를 수가 없어

일찌감치 단양으로 향했다,

단양의 늪실 마을 앞에 한국 전통낚시협회에서 누치 상을 만들어 놓고 견지낚시 명소임을 자랑하고 있었다.

낚시터라고 하지만 진입로가 많이 불편하다

물이 많이 불어있는 상태여서 본 골에의 진입이 어려워 그런지 누치가 제대로 붙어주질 않고 피라미만 무성하다.

자리를 옮겨 물발이 센 상류로 옮기니 누치 애기들만 무성하게 달려들 뿐 큰 놈은 없다.

두팀이 먼저 와서 견지를 하고 있었는데 그분들 조황도 별로인 것 같다.

다음 날인 목요일엔 제월대를 찾았다.

물이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적비 대적비가 오전에 다섯마리나 반겨준다.

무엇보다도 물이 맑고 깨끗해서 좋았다.

오랫만에 맛보는 손맛이어서 녀석들에게 감사하며 예쁜 얼굴들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달리 할줄 아는 음식도 없고 집에 남아있던 고기와 떡쪽 그리고 라면을 가져가 잡탕을 끓였다.

 

나는 사실 이런 요리를 잘 먹고 또 좋아한다.

김치 떡 라면은 어릴 적 자취생활 할 때 많이 먹어본 것이어서 지금도 즐겨 먹는다.

거기에 돼지고기 몇 조각 넣으면 금상첨화다.

헌데 집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다.

그래도 내 성의를 생각해서 잘 먹어준다.

점심 식사를 하면서 소맥을 말아서 두 세 잔 정도 마시면 더이상 부러울 게 없다.

캔 맥주 하나를 가지고 소맥을 말면 세잔 정도 나온다.

그 정도가 내 낮술 정량이다.

제월대 여울 모습이다.

그곳은 언제나 한산했었는데 요즘은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모양이다.

천렵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떠나고 난 자리에 커다란 쓰레기 봉지만 덩그라니 놓여져 있어 씁쓸했다

환경오염의 모든 불명예를 결과적으로 낚시꾼이 뒤집어쓴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자신들도 모르게 쓰레기 봉지를 남겨놓았기를 바란다.

 

물만 받쳐준다면 이곳 상류가 쓸만한 포인트다.

다음날 아침 이곳을 찾았지만 수문이 닫혀 물 흐름이 없으므로 포기해야 했다.

언젠간 한번 시도해 볼 참이다.

소가 제법 깊다.

불쌍한 우리 마눌의 나를 위한 인고의 시간이다.

덕이를 만질 수 없어 견지를 할 수 없단다.

이대로 포기하게 할 수는 없는데...

십수년전 금강제화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간이천막이 아직도 쓸만하다.

 

다음날인 금요일은 비내 여울을 찾았다.

물이 많이 불어있다.

물색은 그리 좋지 않지만 견지에 지장은 없어 보인다.

물살의 방향을 잡기가 어려워 그냥 적당한 포인트에서 줄을 흘려 보았다.

시침을 시작하고 10분 이내에 멍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역시 남한강이다

두 마리가 연달이 올라온다.

헌데 점점 돌 어항의 물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물이 빠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 예언 대로 물이 빠지기 시작한 시점부터 누치가 입질을 멈추었다.

오전 조과 달랑 두 마리가 그날 조과의 전부다.

물론 나오다가 털린 녀석도 두어 마리 더 있었다.

그 정도면 요즘 같은 날에 큰 재미 본 거다.

다음날 새벽에 이탄교 여울로 향했다.

하지만 이탄교는 칠성댐 수문을 막는 바람에 줄을 흘릴 수 없는 형편이어서 다시 제월대를 찾았다.

제월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집사람에게 그냥 남한강으로 가자고 했다.

집사람이 이제는 짜증을 낸다.

그럴 만도 하다.

땡볕에 멀쩡한 다리를 벌겋게 태우고 혼자 간이천막 안에 앉아 책을 읽으려니 그것도 고역일 것이다.

휴가가 아니라 개고생이다.

아내한테 미안하다.

그렇지만 다 죽어가는 덕이며 남아있는 묵이를 물에 적셔놓아 낚시를 하지 않으면 그냥 버려야 한다.

그건 낚시꾼이 할 도리가 아니다. 주변에 지천이 다 낚시터인데...

마눌 눈치를 보며 다시 남한강 행을 시도한다.

집사람이 크게 반대하지 않는 것 같다.

역시 착한 여자다.

그녀는 나와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가끔 곤혹을 치르곤 한다.

그녀의 예스와 노의 한계점을 난 지금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가끔 예스인줄 알고 시도했다가 노여서 낭패를 보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날도 그런 날 중의 하나다.

자신의 맘을 몰라주는 남편이 지독히도 야속하고 지나치게 이기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고 내 경향성과 그녀의 경향성이 반대라는 게 문제다.

나는 철저하게 그녀의 생각이 예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노라는 말을 못해 마지못해 한 예스였던 것 같다.

나와 같은 부류의 주도형 인간들은 대부분 그런 불명확한 태도를 견디지 못하고 심한 짜증을 내거나 황당해 한다.

마치 소가 사자에게 사랑의 표시로 맛있는 풀을 뜯어다 주는 것과 같다.

그 풀은 사자에겐 고역일 뿐이다.

우린 늘 그래서 심각하게 싸우기도 한다.

암튼 조터골 여울이 힘차게 흐르고 있다.

거기서도 달랑 두 마리 잡았다.

아마도 또 그 시간에 물이 줄어드는 모양이었다.

이번엔 65센티 짜리 대멍이 걸려들었다.

작은 놈은 56센티다.

사진을 세로로 찍었던 것을 가로로 회전시키는 바람에 가뜩이나 작은 키를 땅딸보로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물고기도 볼품없어 보인다.

 

정확히 오후 두시에 낚시를 접고 작열하는 태양을 뒤로 한 채 서울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왼손 엄지와 검지가 무지무지하게 아팠다.

4일 내내 온종일 견짓대롤 풀었다 감았다 했더니 왼손 엄지와 검지가 속으로 물집이 잡힌 모양이다.

대부분 이러고 나면 겉껍질이 한 꺼풀 벗겨진다.

이번엔 아마도 홀라당 까질 것 같다.

그래도 주말만 되면 여울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