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05(화)
아침 일찍 노무처장 방엘 올라갔다.
노동조합에서 가지고 있다는 문서가 정말 우리가 만든 문서인지 확인도 할 겸 다시 한 번 사과도 할 겸 올라간 거다.
최외근 노무처장은 자리에 없었고 마침 정귀동 처장이 노무처장에게 아침인사를 드리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정귀동 처장이 어제 노무처장과 저녁을 같이 했는데 그자리에서 나에 대한 심한 실망의 감정을 표출하신 모양이다.
지금은 어제의 과음으로 속도 안 좋고 심기도 불편할 터이니 오후에 다시 오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하신다.
그의 조언대로 다시 사무실에 내려와 다른 일들을 봤다.
그동안 캐비닛 속에 쌓여있던 각종 불필요한 서류들을 대청소하였다.
기분 나쁘거나 화나는 느낌 따위의 부정적 감정을 마음속에 계속 지니고 있으면 몸에 병이 생긴다.
그런 것들은 마음근육의 이완을 통해 빠른 시간 내에 없애버려야 한다.
몸에 담고 있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에 긴 호흡으로 그런 감정들을 내려놓으며 차분하게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런 감정들이 가득 찬 상태에서는 오히려 해결책을 더 생각해 낼 수가 없다.
인체의 모든 기관들이 타고난 각각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수행하도록 몸과 마음의 근육을 최대한 이완시켜야 한다.
그러면 자기도 모르는 새 자연스럽게 해결책이 마련되고 잘못 배열된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진인사와 대천명을 구분할 줄 아는 일이다.
인간은 그냥 진인사만 열심히 하면 된다.
공연스레 하늘이 해야 할 역할까지 걱정하다보면 병이 생기는 것이다.
캐비닛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이메일도 깨끗이 비웠다.
오후 다섯 시 조금 넘어서 노무처장 방엘 갔다.
어제 다녀갔지만 그래도 마음이 영 안 좋아서 다시 사과드리러 왔노라고 했다.
노무처장은 그새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노조위원장이 상당부분 오해를 풀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귀동 처장이 중간에서 많은 노력을 한 것 같다.
정처장은 내가 다녀간 것까지 상세하게 노무처장에게 중간보고를 해주면서 내가 다른 뜻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경영진에게 경영정보를 제공한 것이라고 여러차레 설명을 해 준 모양이다.
노무처장은 전날
“너희들은 밸도 없냐.
내려가서 조처장 책상을 깨부수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이야기까지 하셨다고 한다.
그동안 내게 가지고 있었던 좋은 감정들을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는 말씀까지 하셨다고 한다.
나는 세 번 네 번 반복해 잘못을 빌었다.
내 보기에 많이 누그러진 것 같다.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는 제안을 했다.
나중에 하자고 하신다.
일단 그것으로 사태를 종결짓고 정귀동 처장에게 가서 다시 사과했다.
정처장에게도 저녁식사 제안을 하였다.
정처장은 정말 헌신적으로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일련의 사태를 어떻게든 좋게 해석하고 합리화해서 노무처장을 설득하려 애쓰는 마음이 정말 사려 깊다.
나중에 노무처장과 협의해서 식사자리를 한번 마련해 보겠다는 말로 나를 위안해 준다.
그리고 이민우차장에게 박흥근 처장과 협의해서 해단식 날자를 잡아보라는 주문을 하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김성윤 부장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얼른 다이얼을 돌려 김부장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아니나 다를까 김부장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고생한 이야기를 한다.
그는 위원장을 쫓아가 설득하기도 하고 박흥근 처장에게 가서 여러 가지 사정이야기를 하기도 한 모양이다.
하마터면 일등공신에 대한 배려를 잊을 뻔 했다.
그러고 나서 갑자기 내가 왜 이래야 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과연 잘못했을까?
나는 내 직속상사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것 밖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
잘못이라면 문서를 유출하지 못하도록 했어야 했는데 이에 대한 감시와 감독이 소홀했다는 죄 밖에 없다.
억울했다.
차장들을 보니 별로 하는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차장들을 향해 냅다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사람들아!
누구는 불 끈다고 똥줄 타게 왔다 갔다 거리며 사과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당신들은 그냥 나 몰라라 하고 앉아만 있냐?”
***************
전무님과 인사처 팀장 간 회식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지난주에 예천 지보를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전무님 고향이 지보와 경계인 옆동네 용궁면이기 때문이다.
집사람 고향 집이 무너져 내린 것과 동네 아저씨에게 마을 노인회에서 막걸리나 드시라고 봉투 하나 주고 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전무님은 정말 촌사람 모습 그대로 푸근하고 소탈하다.
가끔 튀어나오는 말 속에 인간미가 절절 흐른다.
늘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담고 있다,
자신의 소속 집단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은 어느 집단에 가든 인정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우선은 자신의 소속 집단 내 윗사람 아랫사람 모두로부터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신다.
그럼 나는 어떤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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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에는 호신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야겠다.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이 글을 적어놓아야겠다.
“너 CEO가 되고 싶다고 그랬지?
넌 지금부터 CEO야.
‘조호신’ 이라는 주식회사의 CEO다.
네가 너 자신이라는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두고 볼 거야.
나 자신을 제대로 운영할 줄 아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들의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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