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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804 선 넘은 노조의 경영간섭

by 굼벵이(조용욱) 2024.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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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4()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아주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그건 인위적이라기보다는 그냥 하나님이 장난 삼아 한 일이라고 볼 수밖에.

어제 오후에 노조 P가 불러서 그의 사무실에 올라갔다.

P는 얼굴에 웃음을 지으면서 아주 점잖은 목소리로 

휴가 다녀오셨어요?”

하면서 눈인사를 나눈다.

나는 무슨 꿍꿍이가 있나 의아해 하면서도 바보처럼 수안보에 가서 낚시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혹시 단체협약에 관해서 위에서 지시받은 것 없었어요?”

하고 묻는다.

그런 거 없는데요?”하니

그러면 노무처도 아니라고 하고 법무팀도 아니라고 하는데 도대체 누가 했는지 모르겠네.”

하면서 능청을 떤다.

아무런 영문을 모르는 나는

도대체 무슨 보고인데요?”

하고 물으니

단체협약 해지에 관한 것이던데요.”

그제서야 나는

, 그거 지난번에 신문에 기사가 나서 설명해 드린다고 처장님과 전무님께 검토자료를 만들어 드린 적이 있는데요.”

했더니 그는

내가 7.22일 인사처 인사제도팀에서 작성한 것까지 다 알고 물어본 거예요.

그런데 제도팀에서 왜 그런 보고서를 만들죠?

노무처라면 모르겠지만 인사제도팀에서 왜 그런 보고서를 만드냔 말입니다.”

하면서 나를 취조하기 시작했다.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나를 떠보기 위해 능청스럽게 휴가 이야기부터 시작하면서 유도심문을 한 것이다.

나는 이런 막무가내 천방지축 교만덩어리한데 해줄 말이 없었다.

경영진에게 필요한 경영정보 사항을 회사측  어느 부서가 제공해 주던 노조가 왜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화가 나 씩씩거리며 부아가 올라오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냥 더 이상 폭발하는 일만 없기를 바랐다.

다행히 그는 크게 폭발하지는 않았다.

그건 씩씩거릴 일도 아닌 그냥 기초적 법률지식을 담은 경영정보에 해당하는 참고용 문서일 뿐이다.

조부장님 아니 처장님하고 이런 일로 정말 부딪히기 싫었는데 도대체 왜 이러십니까?”

한다.

그 때 까지만 해도 전무님이 그 문건을 노조에 주었는 줄 알았다.

난 전무님에게만 참고하시라며 그 문서를 전달해 주었으니까.

그래도 오해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설명을 해야해서

'다른 의도는 전혀 없고 신문기사에 난 내용을 법리적으로 설명해 놓은 것 밖에 없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그는 내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내 말은 무조건 의심하고 본다.

더 설명을 하렸더니 내 등을 떠밀면서 빨리 나가달라는 이야기만 한다.

해결되지 않은 일을 그대로 남겨놓은 채 자리를 뜨기는 싫었지만 그가 워낙 강하게 떠밀기에 그의 방을 나서야만 했다.

그리고 곧바로 전무님 방엘 갔다.

전무님은 그 문서를 유출한 사실이 없다면서 펄쩍 뛰셨다.

처장님도 마찬가지다.

우리 팀 식구들 어느 누구도 그 문서를 유출한 사실이 없단다.

그 상황에 나는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의 보고서도 아니고 그냥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하면서 그 기사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달아놓은 내용을 가지고 노조에서 엉뚱하게 회사가 단체협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들고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문서의 유출이 문제가 된다.

모두다 유출하지 않았다면 누군가가 담당자의 PC에서 해킹을 했거나 사무실에서 훔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일로 노무처장님이 화가 단단히 나셨다.

그분은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이기에 미안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사실 그 일은 발 빠르게 노무처에서 했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본질은 노조의 편집적 오해와 선 넘은 경영간섭 때문에 생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