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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727 너 사랑이 뭔 줄 알어?

by 굼벵이(조용욱) 2024.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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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7()

24일 금요일엔 평택 친구들 모임이 있었다.

과장 초임으로 평택지점에서 근무할 당시 함께 근무하던 친구들이다.

내가 과장 진급해서 초임으로 내려가 있을 때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함께 근무하던 친구들인데 어느덧 그 중 두 사람이 부장으로 승진을 했고 그래서 축하연으로 마련한 자리였다.

LK는 예나 지금이나 늘 소극적이다.

처음 신입으로 만났을 때도 그랬는데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물론 때가 되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가끔씩 나타나기는 했었다.

몇 년에 한번 전화를 하긴 하는데 대부분 자신에게 도움이 절실한 때이다.

그런 친구들에게는 아무래도 정이 덜 간다.

그래도 그러려니 하고 지낸다.

장주옥 처장과 이번에 부장으로 승진한 황영익, 이철호 그리고 LK가 그날 모임에 참석한 전부다.

회원 중 김형우 차장과 노조 최철호는 나타나지 않았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현암에게 전화를 했다.

술 마시는 자리에서 전화벨 소리를 듣지 못해 통화를 못했었다.

내일은 닭백숙이나 끓여먹자고 하신다.

나야 아무것이든 상관없다.

그냥 동행만으로도 좋다.

덕이와 묵이는 이미 인터넷으로 주문해 놓았다.

집으로 들어와 덕이에 묵이를 조금씩 섞어서 비닐봉지에 넣은 다음 바늘로 숨구멍을 뚫고 통에 넣어 냉장고 냉장실에 보관하였다.

집사람이 무어라 궁시렁 거렸지만 그리 심하게 반대하지는 않았다.

지난번에 한바탕 하고난 이후로 조금씩 마음을 바꾸는 것 같다.

아마도 두고 보자며 내 정년까지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인간은 강화와 처벌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머리가 좋고 성취욕이 강한 사람에게는 강화가 많은 도움을 주는 반면 머리가 나쁘고 성취욕이 약한 사람에게는 처벌이 가장 좋은 학습 방법이다.

물론 두 가지를 적절한 시기에 병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호신이를 보면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녀석에겐 강화 보다는 오히려 처벌이 녀석의 인지 틀(schema)을 교정하는데 더 많은 도움을 주는 듯하다.

토요일 새벽에 비 듣는 소리에 잠을 깨었다.

나뭇잎사귀에 빗방울 듣는 소리가 제법 큰 것으로 보아 꽤나 많이 오는 것 같다.

밤새 뒤척이다 5시에 일어나 인터넷으로 예보를 여니 날씨는 괜찮을 것 같단다.

6시에 출발하여 현암 집 앞에서 현암을 태우고 홍천강으로 달렸다.

방일 해장국 맛은 예전보다 조금 매워진 느낌이다.

지난겨울에 맛본 후 처음 보는 맛이다.

아마도 그 때는 겨울이어서 덜 맵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주변에서 그 정도 맛을 내는 맛 집을 찾기는 어렵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강으로 향했다.

강엔 벌써 곳곳에 사람들이 들어서 있다.

부지런한 견지꾼들이다.

견지터 쟁탈이 갈수록 심해질 것 같다.

인터넷은 정말 무섭게 사람들을 한 방향으로 끌어 모은다.

내가 처음 우리 '여울과 견지' 카페에 가입할 때만 해도 채 천명이 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3 천명이 넘어간다.

그런 친구들이 삼삼오오 떼를 이루어 여울을 찾으면 결국 강은 몸살을 앓게 되어있다.

닭백숙을 끓여 점심을 먹고 오후 한나절 또 들어가 피라미를 낚다가 일찌감치 집으로 들어왔다.

현암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고 싶었는데 현암이 손자 녀석들 돌봐줘야 해서 그냥 들어가신다고 해 곧바로 집으로 들어와 저녁을 먹었다.

현암은 마나님한테 완전히 잡혀 있는 듯하다.

낚시를 다녀온 날은 그냥 곯아떨어진다.

그게 별 거 아닌 듯하지만 사람을 엄청 피곤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그래도 죽은 듯 곤하게 한숨 자고 나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다음날 새벽 고슴도치 먹이를 주고 테니스장엘 나갔다.

박종확 전무가 일찌감치 나와 있다.

세 게임을 하고 샤워를 했다.

여름에는 땀이 많이 나서 운동을 조금 적게 해도 괜찮다.

식사를 하는데 또 술이 시작되었다.

이인교 본부장이 한바탕 바람을 잡는다.

그는 으쌰으쌰 흥을 돋구는 폭탄주  술자리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폭탄을 여러 차례 돌리고서야 술자리를 끝낼 수 있었다.

다시 운동장에 돌아와 생맥주에 통닭 내기 2차전이 벌어졌는데 이인교 처장이 졌다.

내가 이처장을 대신해 문창희와 한조로 정하황 처장조를 6-2로 박살내었다.

집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대리를 부탁했다.

집사람이 대리운전하는 차를 타고 들어와 드라마를 봤다.

 ‘4400’ 드라마가 점점 재미있어 진다.

하루 온종일 16회까지 보았다.

마지막 한 회만 남아있다.

***************

오늘 아침에는 호신이 녀석을 따끔하게 혼내주리라 별렀다.

녀석은 내가 ‘the secret’ 책을 읽으라고 지시 한 지가 사나흘이 지났는데 책장에 책이 그대로 꼽힌 채 아직 꺼내본 흔적이 없다.

아침 식사 중에

너 사랑이 뭔 줄 알어?” 하고 질문했다.

잘 모르겠는데요.”

임마 네가 좋아해서 사다놓은 고슴도치를 생각해 봐라.

넌 고슴도치가 밤에 노는 게 시끄럽다고 네 방에서 자다가 경신이 방으로 잠자리를 옮겼어.

그리고 고슴도치 집을 한번이라도 청소해 봤니?

먹이라도 제대로 줘봤어?

죽기 살기로 고슴도치를 사겠다고 난리칠 땐 언제고 이제와선 나 몰라라 팽개쳐 놓는 게 사랑이 아니야.

사랑은 헌신이다.

상대방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고 도와주는 게 사랑이야.

그리고 그럴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에게만 사랑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그럴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사랑할 수 있는 기회 조차 없어.

그런 준비 없이 껄떡거리며 여학생 뒤꽁무니만 쫓아다녀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자연의 법칙은 절대적이어서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봉사하고, 헌신할 준비가 되어있을 때에만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을 주신다.”

녀석이 아무 말이 없다.

독후감은 다 썼냐?” 하고 물으니

하고 순순히 답이 나온다.

이상하다.

분명히 책을 읽은 흔적이 없는데 독후감을 다 썼단다.

가져오라고 해서 읽어보았다.

그래도 내용은 쓸만했다.

녀석이 책은 제대로 읽지 않았지만 독후감을 쓰기 위해서 몇 가지 중요한 내용들을 골라 얼기설기 글을 엮은 듯하다.

벼락치기로 독후감을 쓴 것 같다.

그래, 그것만이라도 만족하자.’ 생각했다.

밥을 다 먹고 출근 준비를 한 후 출근하면서 절제의 성공학책을 빼어들었다.

오늘부터 삼일 간 수요일까지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라.” 하고 지시했다.

녀석이 순순히 받아들인다.

일정기간은 녀석에게 계속 독하게 책읽기를 강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