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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811 우리팀 팀원들에게 위기의식을

by 굼벵이(조용욱) 2024.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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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1(화)

처장실에서 아침회의가 있었다.

회의가 파하는 마지막은 무언가 주요 현안 사항에 대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이 발언을 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나는 이번 노조의 단체협약 해지권 관련 해프닝에 대하여 팀장들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인사처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함께 대응해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사처장님도 중간 중간 거들어 주었다.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팀원들에게 위기의식을 불어넣었다.

조직관리팀이 인사처로 들어오고 인력개발팀이 보강되면서 인사제도팀에 대한 기류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잘 간파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우선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2020HRD 플랜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중요 인사기획 업무를 인력개발팀에서 진행하고 있다.

또 조직개발팀에서는 직무분석 팀까지 만들어서 직무분석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직무분석은 인사제도팀 고유 업무영역이었다.

전 같았으면 95일 보고 예정인 인사처 중기계획도 모두 우리 팀에서 진행했을 것이다.

물론 이번에는 해외사업 인력육성에 관한 사항이 주가 되는 바람에 그런 일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제 몫을 못해낼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상상이 되는 일이다.

더군다나 우리 팀은 공식적으로는 팀으로 인정받고 있지 않기에 더욱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차장들 태도가 숙연하다.

어느 누구하나 농담 삼아 말을 거는 사람이 없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최준원이가 심리적 타격이 컸었던 것 같다.

아예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모습이 그의 심리상태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어서 사람에게는 긴장과 이완이 계속적으로 이어져야 함을 설명했다.

자동차를 계속 고속주행 시키면 차가 금방 퍼져서 못쓰게 된다.

그렇다고 집에 세워만 두면 금방 녹슬어 못쓰게 된다.

주기적으로 도를 지나치지 않게 고속주행도 시켰다가 저속주행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 관리하면 가장 최적의 상태로 자동차를 관리할 수 있다.

사람도 똑같다.

우리 스스로 적당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연습을 하여야 한다.

그러면서 혹시 긴장 이완을 위한 호흡법 따위에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 누구도 그런 데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공연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신운섭 차장이 경영평가 포상에 대하여 보고했다.

조직개발팀장과 포상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상의했다.

신운섭이에게는 사장표창을 하나 주기로 해서 지난번에 표창 상신을 했다.

처장님과 전무님을 포함해서 그간 고생하신 대가에 대한 보답으로 작은 선물을 하나씩 마련하기로 했다.

현상권 조직개발팀장은 역시 나보다 한 수 위다.

모두 나보고 알아서 직접 집행하란다.

자신이 함께 나서면 오히려 상대방이 불편해 하기 때문이란다.

 

처장님 방과 전무님 방을 다녀왔다.

오늘 마침 월간 한전이 발간되었는데 신입사원 워크샵에서 신입사원들이 제안한 내용과 로비 제로화를 위한 간부 승격제도 개선 내용이 실렸다.

신기수 국장이 왔길래 내가 다시 한번 서류를 보여주면서 단협 해지권 해프닝에 대하여 설명해 주었다.

그도 노조에서 잘못 해석한 것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눈치를 살펴보니 신기수도 문서를 유출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일부러 나를 음해할 목적으로 이런 음모를 꾸민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하루 온종일 컴퓨터를 보며 이것저것 무언가를 했다.

강의원고를 작성하면서 강의준비를 하기도 하고, 호신이가 내 블로그에 올린 독후감을 정리하기도 하고, 국민학교 우리반 카페 '여섯 줄의 선율'에도 다녀왔다.

저녁에는 별다른 약속이 없어 현암에게 전화를 걸까 했는데 마침 전화기를 집에 두고 왔기에 그냥 일찍 귀가했다.

집에 오니 아무도 없다.

조금 허전하다.

핸드폰을 열어 전화와 메시지를 보니 류향렬 동기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수술이 잘 끝났단다.

그에게 전화를 거니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반이나 일찍 끝났다며 경과도 아주 좋단다.

참으로 다행이다.

샤워를 했다.

싱크대 쪽으로 가 무언가 먹을 것을 찾았다.

저녁에는 많이 먹는 게 좋지 않아 적당한 안주거리 찾아 맥주나 한 잔 하고 저녁을 끝내는 게 좋겠다 싶어 가스레인지 위에 있는 프라이팬을 보니 오늘 아침에 먹다 남은 닭발이 있다.

그걸 안주삼아 복분자 주나 한 잔 하면 되겠구나 싶어 그걸 옅은 불에 올려놓았다.

안주거리가 뎁혀지는 동안 고슴도치에게 밥을 주었다.

녀석이 요즘은 친애행동까지 보인다.

내 허벅지 맨살 냄새가 좋은지 그걸 핥으며 깨물려 한다.

막 식사를 하려는데 집사람이 들어온다.

집사람 잔을 한잔 더 놓았다.

집사람도 닭발을 안주삼아 복분자주를 세잔씩이나 했다.

나는 네 잔이나 다섯 잔 쯤 한 것 같다.

그것 만으로도 알딸딸하다.

아내와 소주 잔을 나눈다는 것 만으로도 깊은 의미가 있다.

조는 둥 마는 둥하며 1040분까지 영화 한 편 보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모기장을 잘 정리했더니 모기가 덜 들어오는 것 같다.

요즘은 모기가 낮에도 물어대고 거의 매일 모기장 안으로 자꾸만 들어와 밤새 허벅지를 물어댄다.

집사람에게 모기 제거도구를 사달라고 했다.(액체 모기향 또는 훈증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