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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810 이런 편지까지 보내도 이해 못하는 이에게...

by 굼벵이(조용욱) 2024.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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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0()

직장인은 즐거움을 주로 주말에 찾는다.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인에게는 금요일이 가장 기다려진다.

그런 즐거운 날에 노조에 올라갔다 온 이명환 차장과 신운섭 차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결과보고를 하는데 박흥근 노조 기획처장이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이번 사건을 문제 삼아 나와 내 조직을 내 치겠다는 의지를 굳게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7.22일자 노컷뉴스에 난 내용이 중요사안이어서 그걸 윗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달라고 최차장에게 부탁하여 만든 설명서라고 진실을 규명해 주는 데에도 박흥근은 이를 믿지 않고 노무처가 할 일을 인사처가 건방지게 나서서 월권해 가면서 까지 경영진으로 하여금 단체협약 해지권을 행사하도록 보고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차장들이 나서서 아무리 설명해도 그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노사협의회나 단체교섭회의에서 이 문제는 물론 직제에도 없는 인사제도팀을 운영하는 문제까지 거론할 예정이라고 한다.

누군가가 단단히 나와 내 조직을 벼르고 있는 모양이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는 하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 심하다.

정신병자에게 제대로 걸려든 느낌이다.

최준원 차장을 불러 우선 그가 실체적 진실을 상대방에게 규명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가 그 문건을 직접 만든 사람이기 때문에 그 문건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에 관한 실체적 진실을 설명해 주라고 한 것이다.

최 차장도 내 생각에 동의했고 오후 두 시경에 다녀오겠노라고 했다.

오후 두 시에 이명환 차장과 함께 다녀온 최 차장이 이야기를 하는데 오전 상황과 별 다름이 없단다.

노조가 이토록 집요하게 나와 내 조직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자신들의 이익과 반대되는 입장에서 일하는 내가 눈엣가시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경영정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인사정책이다.

조합원의 권익을 다루는 일이어서 노조에겐 더욱 그렇다.

경영진이 생각하는 인사정책은 노조가 추구하는 방향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은 무언가 꼬투리만 잡히면 무조건 시비를 걸고 들어오는 것이다.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그 이면에는 내가 그동안 처신을 잘못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설령 박흥근이 정신질환자라 하더라도 나는 어떻게든 내 능력으로 그를 내 편으로 만들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내 능력부족 탓이다.

아울러 인생은 가끔씩 내 생각과 달리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

사이코드라마를 보다보면 가끔씩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을 음해할 목적으로 정신병자를 만드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와 유사한 형태의 의도하지 않은 황당한 일들을 가끔씩 경험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그 유명한 미국 연속극 도망자나 살인 누명을 쓰고 징역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그런 좋은 예다.

육체적인 고통도 고통이지만 자신의 이념이나 생각과 정 반대되는 정신적 처우를 받아야 하는 이런 종류의 삶은 그 고통이 육체적 고통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오후 다섯 시경에 나도 박흥근에게 메일을 보냈다.

메일 내용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

박처장님께 (2009.8.7)

박처장님!

조용욱입니다.

올라가서 직접 설명 드려야 하나 박처장님이 불편해하셔서 글로 답답한 사정을 올립니다.

지난 7.22일 아침 8시 반경에 최준원 차장이 노컷뉴스를 가져왔습니다.

제목은 공공기관 단협해지. 정부 배후설 논란이었습니다.

바쁜 와중에 얼핏 읽어보니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슨 내용인지 알기 쉽게 정리 좀 해봐라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서류가 단체협약 해지 효력’(09.7.22 인사처 인사제도팀)입니다.

최차장이 정리해 놓은 것을 읽으니 명확하게 이해가 되더군요.

이런 뉴스는 경영진에서도 알아야 하니 처장님께도 설명을 드려야 한다고 하고

결재판 왼편에는 뉴스를 끼우고 오른편에는 설명 자료를 붙여 처장님께 설명을 드렸습니다.

우리처에서는 신문보도 등 주요 경영정보를 곧바로 상사에게 알려드려야 합니다.

더군다나 우리 처장님은 인사처장으로 오신지 얼마 되지 않아 소소한 것이라도 가급적 상세하게 설명을 해드려야 합니다.

설명을 듣던 처장님은 그런 뉴스는 전무님도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서 전무님께도 같은 방식으로 한부 만들어서 가져다 드렸습니다.

그렇게 된 경위 이외에는 아무런 내용도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에 거짓이 있다면 나는 사람이 아닙니다.

올라와서 더 설명해 달라면 백번이라도 올라가겠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도대체가 알 수 없습니다.

진실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해를 푸시고 박처장님의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나는 정말 자다가 뒤통수 맞은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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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삶을 언제까지 영위해 가야 하나?

내가 없으면 누군가가 또 내 대신 당해야 한다지만 93년 이후 오랜 세월을 그렇게 살아온 내 입장에서는 투정을 부릴 만도 하다.

정찬기 전무님만이 그걸 인정해 주신다.

사실 정전무님 계시는 동안은 노조랑 그렇게 심한 갈등상황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가 편지를 읽었다는 메시지는 확인할 수 있었지만 답장을 받지 못했다.

이제 더 이상 무슨 노력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머지는 신께서 알아서 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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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현암에게 전화를 했다.

평소에 신경 쓰지 못한 것 시간 있을 때 관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전화를 했는데 저녁식사 중이고 거의 다 마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잔 같이 할 계획을 접고 그냥 집으로 들어와 집사람과 함께 식사를 했다.

돼지고기 보쌈을 만들었는데 복분자 주 서너 잔과 함께 마시니 보약이 되었을 것이다.

다음날 아침 테니스를 세게임 했고 들어와 10분 정도 눈을 붙인 후 영화를 한 편 보고 점심으로 만두라면을 삶아먹은 뒤 운경 선배가 경영하는 공방엘 갔다.

운경선배로부터 수차 전화도 있었고 손잡이가 고장난 견짓대도 고치고 지난번 만들다 만 견지대도 완성해야 할 것 같아서 가게 된 것이다.

공방에 들어가기 전에 운경이 좋아하는 바나나우유를 다섯 개 샀다.

공방에는 조화백과 훈장이 와 있었는데 끊임없이 무슨 말들이 오가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별 영양가 없으면서 결국은 다른 사람이나 서로를 해치는 뒷담화들이다.

조화백의 그런 태도는 벌써 운경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운경은 앞으로 그를 가까이 하지 않으려는 의사를 내비쳤다.

훈장과 운경은 오승준에게서 많은 상처를 받은 모양이다.

가리거나 포장 없이 있는 그대로 품새 없이 한 사이버 준의 말이 그들에게 가시가 되었던 듯하다.

밥 한 그릇, 차 한 잔 제대로 사려하지 않는다며 사이버준에게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사이버준이  내 이야기를 예로 들었던 모양이다.

두 사람의 귀에는 '나는 자신의 집까지 데리러 와 밥까지 사 먹이면서 견지를 같이 가는데 당신들도 그런 정도의 우대를 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들렸던 모양이다.

진실이야 어찌 되었든 나는 곧바로 그들에게 사과를 했다.

내가 사이버준 후배님 버릇을 잘못 가르친 것 같다면서... 

주변에 의도치 않은 수많은 오해들이 생겨나는데 그냥 이런 식의 내탓으로 돌리기로 했다.

견지를 갈 때나 공방에 모여 이야기를 나눌 때도 이분들은 이런 종류의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 왔었던 것 같다.

하긴 그게 사실이라면 나이든 선배 입장에서는 건방진 후배에게 화가 많이 났을 것이다.

어디나 입으로 관계를 해치는 경우가 많다.

필요한 말 이상의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그들에게 사이버준이 공동체 사회생활이 부족해서 대화법이 부적절해 그런 일이 생겼으니 이해를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가끔씩은 나도 그로부터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듣는데 나는 모른 체 하고 그냥 지나간다고 했다.

특별하게 무언가 의미를 담고 하는 이야기 이외에 의미 없이 늘어놓는 이야기들은 무시하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말은 절대적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하고 들어주어야 한다.

자신의 입장에서 하다보면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오해를 낳게 된다.

 

이어서 곧바로 류향렬 처장이 입원해 있는 병원엘 갔다.

김계월 여사가 옆에 앉아 입원실을 지키고 있다.

그는 초연하게 자신의 질병을 대하고 있었다.

그는 아주 짧은 시간에 암이라는 질병에 적응하고 이를 이겨내기 위한 생각의 전환을 한 거다.

나는 입원실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낚시 이야기로 수다를 떨었다.

마침 옆에 함께 입원해 있는 사람도 낚시를 좋아해 병실에 함께 있는 동안 서로의 취미를 공감할 것 같다.

나는 그가 잘 극복해 내리라는 것을 믿는다.

집에 들어와 영화를 한 편 더 보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은 테니스를 했다.

문호 부사장과 한 게임 같이 했다.

그는 목소리가 매우 크다.

일본전산에서는 입사 조건으로 목소리가 큰 사람을 내건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추진력이 강하고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뱉어버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런 부류다.

5:5까지 갔다가 우리가 졌다.

사실 우리 가 진 이유는 내가 악착같이 노력하지 않은 때문이다.

두 번이나 이긴 상태고 마지막 게임인데 그냥 상대를 즐겁게 해 주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 읽었다.

심리학 이론들을 함께 망라한 것으로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었다.

잔잔한 삶의 일상을 그린 장애인 장영희 교수의 수필이 실려있는 책이다.

장애인은 장애인 스스로는 전혀 불편해 하지 않는다.

단지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이 장애인이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문제란다.

앞으로 장애인을 보는 시각을 달리해야겠다.

영화도 두어 편 더 보았다.

토요일에 이어 일요일 모두 날이 더워 땀이 많이 났지만 알찬 주말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