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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902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무시하고 경영이론 접목하지 마라

by 굼벵이(조용욱) 2024.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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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2()

요즘 '생각의 지도'를 읽고 있다.

리처드 니스벳 전 예일대 교수(현 미시간 대 석좌교수)가 지은 책인데 그의 제자 최인철 서울대 교수가 번역했다.

번역책도 번역자가 누구냐에 따라 천양지차다.

최교수는 심리학을 전공하는 교수답게 제2의 창작 형태로 정말 완벽하게 번역했다.

초보자라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그 책이 번역서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번역의 흔적 없이 문장이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동양사람과 서양사람 간 생각의 지도가 어떻게 다른지를 각종 실험 결과를 통해 밝혀내고 있다.

서양사람은 동적이고 개인 지향적인 반면 동양 사람은 정적이고 관계 지향적이다.

그래서 서양사람은 논쟁과 경쟁을 좋아한다.

그들은 반드시 진위를 가려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든다.

OK목장의 결투 같은 죽음을 담보로 한 결투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자존감이 지나쳐 오로지 자신에만 집중하고 다른 사람은 안중에 없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서로 경쟁을 좋아하고 누가 지건 이기건 상관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이겼는지 졌는지에만 관심이 있다.

그래서 자신이 지더라도 자신을 수긍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런 사회문화적 바탕위에서 서양, 특히 미국의 경영이론이 발달했다.

(유럽은 동양과 미국의 중간지점 즈음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인사이론만 해도 마찬가지다.

성과주의다, 연봉제다, 핵심인재다 하는 이론들은 모두 미국식 경영이론에 바탕을 둔 것이다.

문화란 집단 내 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어떤 생각지도(경향성)를 갖는지를 말한다.

생각지도가 현격하게 다른 서양인의 문화와 동양인의 문화는 매우 많은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면 동양인들은 야구장에 가서 경기를 관람하다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었을 때 일어나 열광하고 싶어도 뒷사람에게 방해가 될까봐 먼저 뒤돌아보고 일어선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언제 어디서든 오로지 자신에게 몰두해 열광하고 싶으면 눈치보지 않고 언제든 일어나 열광한다.

동양에서는 범죄인을 분석할 때에도 그 사람이 가진 악랄하고 야만적인 습성 등 개인의 내적요인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이나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외적요인에 초점을 둔다.

그래서 끝장토론이 이루어지지 않고 대부분 서로 이기는 논쟁이나 결론 없이 끝나기가 일수다.

자신에게만 몰두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이나 주변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동양적 습성을 지닌 사람들에게 서양 사람들이 자신들 문화에 적합하도록 만든 경영이론을 강요하면 당연히 부작용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동양적 문화에서는 이기고 지는 것보다 상생이나 공생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므로 나는 동양사회에서 개인 간 무한경쟁을 통해 성과를 창출하려하는 것은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본다.

무한경쟁 보다는 무한협동을 통해서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조직문화에 포커스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문화는 집단주의적 공동체 원리를 지향한다.

조직원 누구나가 함께 공유하는 집단의식이 조직문화다.

이러한 조직문화에서는 집단 내에서 모든 것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

누구나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기꺼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동참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직은 철저하게 동양적인 우리네 조직문화에 개인 간 경쟁을 통한 성과창출 만을 강조하는 서양식 경영이론을 들이대면 조직의 시너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특정인 중심의 핵심인재 이론은 더더욱 곤란하다.

주변의 사람들이 바라보는 눈초리도 그렇지만 핵심인재 본인도 그런 눈총이 따가워 주변 환경을 견뎌내기 힘들 것이다.

 

내가 임청원 부장이 주장하는 생각과 근본적으로 달리하는 부분이 바로 이지점이다.

우리 회사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조직문화가 지나칠 정도로 동양적인데 정 반대인 미국의 경영 툴을 갑자기 들이대 강요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내 이론은 내가 인사처장으로 왔을 때나 접목이 가능할까 더이상 임부장과 대치할 생각도 없어 동력을 잃었다.

금년 말이면 승진보직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내가 나서는 것은 무조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개념없는 노조 때문에라도 그렇다.

인사처에서는 임청원 부장이 나를 제일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학문적으로 배워 채운 미국식 경영이론으로 머리가 가득해 그걸 실현해보고 싶은 생각이 무척 많은데 20여년 인사실무를 몸으로 경험하며 축적된 내 생각과 정반대여서 사사건건 부딪치기 때문이다.

지금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대학이나 대학원 시절에 학문적으로 연구했던 생각들이다.

그는 그걸 멋지게 한번 실현시켜보고 싶은 것이다.

거기에 의욕과 추진력도 대단하다.

하지만 그런 임부장도 동양문화의 벽에 부딪히며 언젠가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올 것이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늦다.

그렇다고 임부장 생각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경영학 학문체계가 잘못된 것이다.

우리나라 경영학은 서양의 특히 미국의 경영학을 여과 없이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문제다.

적어도 우리나라 고유의 사회문화적 배경에 맞도록 한국적 프리즘을 통과했어야만 한다.

리스리스버거나 테일러를 경영학의 얼굴로 내세울 것이 아니라 한국적 경영에 성공한 정주영이나 이병철 등 그 누군가를 내세우며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를 먼저 논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한국적 경영을 실현하고 있는 기업의 경영형태를 연구하며 한국적 경영이론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그나마 일본은 일본전산 이야기나 카르마 경영 따위에서 보듯 자신들의 문화에 맞는 경영을 찾았다.

 

내가 이렇게 주장하면 사람들은 내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미 미국식 교육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식으로 이론적 배경을 깔아놓은 상태이니 그걸 정 반대로 뒤집어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가 한국인의 집단주의가 가세한다.

'그 사람 학교 어디 나왔어?

그 사람 어디 다니는 사람이야?'

따위를 물어 일류학교 출신이고 좋은 직장이면 그래도 조금은 귀를 기울이며 들어보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생각도 그냥 무시해 버리려 한다.

잘못된 집단주의의 폐해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서당개가 풍월을 읊는다.

아웃라이어들이 전문가 사회를 지배한다.

그런데 30년 전 졸업한 고등학교나 대학을 가지고 그 사람의 생각을 판단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그런 집단주의적 획일적 사고방식은 버려야 한다.

한국에서는 승진이나 이동 등 인사를 할 때 절대로 떠들고 소문내며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잘못 튀면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총으로 조용히 저격해 버리기 때문이다.

 

일찍 집에 들어갔다.

집사람은 아직 퇴근을 하지 않은 상태다.

고슴도치에게 먹이를 주었다.

내가 신경 쓰지 않으면 아마도 고슴도치는 굶어죽을 것이다.

호신이는 호기심에 고슴도치를 가져다 놓기만 했을 뿐 더 이상 돌보지 않는다.

아무리 인간의 본질이라지만 녀석은 지나치게 이기적이다.

사랑을 배우려거든 동식물을 키워봐야 한다.

내가 심어놓은 것들이지만 우리 집 식물들도 내가 물을 제 때에 주지 않으면 모두 말라 죽어갈 것이다.

목이 타길래 복분자주를 꺼내어 맥주를 말아 먹었다.

맛이 좀 이상하다.

역시 폭탄은 소맥이다.

그냥 복분자주 두 잔을 더 마시고 남아있던 캔 맥주는 소주를 조금 부어 마시고 컴 앞에 앉았다.

볼만한 영화가 없어 영화보기를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