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907 죽기 전에 꼭 버려야 할 것

by 굼벵이(조용욱) 2024. 8. 12.
728x90

20090907()

이번 주말도 많이 바빴다.

금요일은 입사 동기들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섬유센터 지하 배나무골엘 갔다.

수요일에 박전무님과 마신 술이 너무 치명적이었던 데다가 이어지는 목요일엔 술은 많이 안했지만 시골 친구들과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한 덕에 피곤이 쌓여 금요일 밤엔 나름대로 술 조심을 해야 했다.

김영우와 우광호가 그래도 한 잔 더 하자고 해 결국 생맥주를 한잔 더 하고 헤어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11시가 넘어 있다,

이제는 저녁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를 갖는 게 정말 고역이다.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10시 이전엔 끝을 내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연이은 술로 토요일 아침에 잠에서 일어나니 피로가 덜 풀려 몸이 무겁고 피곤하다.

그래도 침대를 박차고 나가 잠실 테니스장에 나갔다.

황성훈 부장과 한 조가 되어 젊은 친구들과 3게임을 했다.

2게임은 이기고 한 게임은 졌다.

그 정도면 운동량은 충분하다.

샤워를 하고 사무실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은 후 오승균 전무 딸 정연이 결혼식에 갔다.

식장엔 사람들이 산과 바다를 이룬다.

대 선배님들로부터 젊은 사람까지 식장을 꽉 메웠다.

뷔페음식을 괜찮게 차렸다.

제드 최영두가 뚝섬쭈니 윤희준이와 함께 축하차 식장에 왔기에 식사를 마치고 그들을 데리고 사내 테니스장에 가서 커피 한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자리에서 유국렬 선배와 현암 선배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유국열 선배는 결국 현암이 가진 견짓대 제작 노하우를 모두 전수받은 후 그를 버린 격이 된거다.

유국열 선배는 그런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두 분 다 내게는 참 잘 대해 주었다.

나이가 들면 버려야 할 것은 버려야 한다.

제일 먼저 지나친 욕심을 버려야 한다.

자기지향적 사고에서 타인지향적 배려로 생각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그게 쉽지 않아서 의식적으로라도 계속 그런 노력을 하면서 스스로를 조탁해 나가지 않으면 이처럼 세간으로부터 손가락질 받으며 추하게 늙는다.

죽으면 그만 이라지만 그래도 이왕 한 목숨 살다가 가는데 마지막 마무리라도 잘 해야 한다.

악명을 떨치며 살다가도 마지막 순간에는 명예롭고 아름다운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생전의 악명을 죽음으로 새로이 아름답게 치장한 것이다.

비록 남한테 해를 끼치지는 못했지만 무미건조하게 제욕심만 차리다 가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들은 차라리 악명높았던 사람만 못하다.

 

집으로 돌아와 잠시 잠을 청했다.

오늘 저녁에 멘티들과 멘토링 미팅이 있는데 피곤하면 아무래도 메토링 대화가 불성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낮잠을 포기하고 일어나 영화를 한편 봤다.

뺑소니로 아들을 잃은 부모의 심리적 갈등과 뺑소니 범이 마음속에 겪는 갈등의 과정이 한데 어우러진 휴먼드라마다.

5시 미팅 약속이 있었으므로 마르세 앞에서 전혜영과 장은진을 만났다.

먼저 메가박스 영화관에서 영화 black을 보았다.

인도 영화인데 장님에 귀머거리이고 벙어리인 어린 아이를 대학까지 졸업시킨 한 스승과 제자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영화라서 멘토-멘티간에 함께 보기에는 딱 좋은 영화다.

우리 멘티들이 상의해서 일부러 그 영화를 고른 것 같다.

나도 코끝이 찡했는데 멘티들도 진한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저녁으로 내가 순대국을 먹고 싶다고 했더니 인터넷을 검색하여 박서방네 순대국을 알아냈고 우린 거기서 소주 3병을 비웠다.

은진이는 술을 별로 많이 못하고 혜영이는 잘 했다.

그러지 않아도 너무 늦게 까지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10시쯤이면 일어서려 했는데 주인장 왈 10시 까지만 장사를 하니 마무리를 지어달란다.

나는 멘티들에게 해줄 요량으로 준비해간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생각의 지도와 아웃라이어에서 느낀 생각을 중심으로 한국의 문화와 서양의 문화를 비교하고 각각의 문화 속에서는 어떤 정치 경제 경영 모델이 탄생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하고 이와같이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발달한 이론모델을 전혀 다른 문화에 이식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이 들면 누군가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하면 상대방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읽은 내용을 조리 있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 지식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경영학 이론은 미국문화에서 탄생한 것으로 한국문화와는 거리가 있어 그들의 이론을 맹목적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한국적 문화에 맞도록 새로이 재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성과주의다, 연봉제다, 핵심인재다 하는 이론들도 서양의 개인주의 문화에 기반을 둔 이론들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무언가 내 이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한국적 경영이론을 실무형으로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니스벳 교수의 글이나 말콤 글래드웰의 글을 보아도 알 수 있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topic은 무척 간단하다.

핵심 이론은 두 세 가지 밖에 없다.

이 간단한 이론을 가지고 그들은 사례들을 중심으로 두툼한 책을 만들 정도의 분량으로 이를 입증하고 설명한다.

그것도 범주화를 좋아하고 논쟁을 좋아하는 그들의 문화가 만든 소산이다.

나도 내가 주장하는 이론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 사례분석을 통해 한국적 경영이론을 만들어내야 할 것 같다.

내 주장과 맞닿는 사례들만 찾아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나는

인생은 아이스크림과 같다.

녹기 전에 맛을 음미하고 즐겨야 한다.’는 영화 속 명대사가 생각났다.

혜영이와 은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했다.

그 시간에 좋은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 없어 결국 gs25시에 가서 하겐다스 아이스크림을 샀다.

셋이 현대백화점 앞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한담을 나누다가 헤어져 전철을 탔다.

다음날인 일요일은 박종확 전무와 조원석 처장이 한조가 되고 나와 은상표가 한조가 되어 두게임을 완패하고 이미숙과 내가 한 조가 되어 또다시 두게임을 완패했다.

4연패를 한 것이다.

덕분에 뛰기는 엄청나게 뛰었다.

아점을 일찌감치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잠을 청하는데 잠이 잘 오질 않았다.

거실에 나가 호신이가 보는 영화를 함께 보았다.

피곤이 풀리지 않아 다시 침대로 들어갔지만 숙면을 취할 수가 없었다.

일어나 독후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게리 해멀의 경영의 미래와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정리했다.

유국열 선배가 손봐 준 견짓대 손잡이가 다시 풀렸으므로 내가 다시 손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