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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10

20100128 이치훈 선배와의 만남

by 굼벵이(조용욱) 2024.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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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8()

이치훈 선배와 만나기로 했다.

신건만 차장이 주선했다.

신차장 하는 행동을 보면 어린 친구가 여러모로 쓸만하다.

나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 내 모임을 주선하는 것을 보면서 괜찮은 후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말이 많지도 않다.

나름 일도 열심히 하는 것 같다.

무언가 목표가 주어지면 물고 늘어져 끝장을 보는 근성도 있어 보인다.

일단은 말이 많지 않은 게 마음에 든다.

그동안 누군가의 편견을 듣고 조금 오해를 했었는데 지내다 보니 사람이 진솔하고 의리도 있는 것 같다.

 

이치훈 부장은 아직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선 지나치게 말이 많다.

그 많은 말을 곱게 받아줄 상사는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러니 매번 주변의 상사나 동료와 티격태격 싸울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승진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데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주변 사람들과 운명을 한탄하고 있다.

 

어제도 이치훈 선배는 쉴 새 없이 독설을 토해냈다.

그동안 당해왔던 각종 설움 따위를 때론 분노까지 섞어 가면서 털어놨다.

내가 그와의 대화에서 한 것이라곤 오로지 가식적인 미소뿐이다.

김해지점에 있을 때 당했던 설움과 주변에서 당했던 아픔 따위를 상처를 준 상대방에 대한 욕설과 함께 늘어놓았다.

장명석 지점장과는 잘 지낸 모양이다.

장지점장은 각 팀과 회식을 하는 자리에서 별정직 직원에게까지 일일이 돌아가며 건배사를 하도록 제안하여 팀원의 사기를 올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게 그런 점은 본받으라고 했다.

그가 한 말 가운데 이말 이외에는 모두가 자신이 잘못 살아온 삶에 대한 투정어린 회한이다.

때로는 회한을 넘어 분노였다.

그러나 그건 고스란히 자신에게 해가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그런 이선배는 나나 신건만이와 같은 후배에게는 정말 각별하게 대해준다.

그런 사람들이 대체로 한번 정 주면 상대방이 버거워할 정도로 대책 없는 사랑을 준다.

그의 노후계획도 나와 비슷한 것 같다.

나도 나중에 귀향하여 살란다.

자연과 더불어 삶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살란다.

과거 정쟁을 피해 낙향한 우리 조상들처럼 시나 쓰고 글이나 읽으면서 그렇게 살란다.

미국의 스콧 니어링 부부도 그런 부류 중의 한 사람이다.

농지는 나중에 연금 형태로 사용하면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매월 연금 형태로 받다가 우리가 죽은 이후 은행에서 매각하는 토지 담보 연금이 괜찮을 것 같다.

이치훈 부장과 함께 하는 식사장소에서 박형진 위원장을 만났고 식사비를 박형진 위원장이 내었다.

박위원장 정도라면 막걸리에 쭈꾸미 철판구이 정도를 먹는 우리 밥값은 내도 괜찮다.

음식점을 나오면서 이부장은 노래방을 가자고 했다.

말이 노래방이지 옛날 룸사롱과 같다.

사실 우린 그런 곳에 익숙하지 않아 그걸 원하지 않았다.

이부장은 극구 가자며 생떼를 썼다.

그리고는 당초 약속과는 달리 맥주 대신 양주를 시켰다.

자신이 내는 술자리가 아니면 굳이 나서서 도우미를 부르고 양주를 시키고 할 이유가 없다.

나는 간단한 술자리라면 내가 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부장의 이런 행태를 보면서 내가 내고 싶은 생각이 모두 사라졌다.

결국은 이부장이 술값을 냈다.